“말라깽이 모델 쓰지 마!”
이스라엘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패션업계가 ‘말라깽이 모델’을 고용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AP통신 등은 프랑스 하원이 3일 ‘말라깽이’ 모델을 쓰거나 모델들에게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강요하는 패션업계의 관행을 금지시킨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프랑스 내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프랑스가 세계 패션의 중심지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세계 패션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의회가 논의 중인 공공보건법 개정안 중의 일부로, 모델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공공보건법 전체 법안은 다음주 표결에 부쳐지며 하원에서 통과되면 상원 표결에 들어간다.
이번 ‘모델 규정’은 체질량지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모델로 쓸 수 없게 금하고 있다. 다만 ‘일정 수준’을 어느 선으로 정할지 구체적인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법을 어기고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한 모델에이전시나 패션디자이너들에게는 최고 7만5000유로(약 9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거식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캠페인에 참여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 카로는 2007년 이 캠페인을 한 뒤 결국 숨졌다.
2006년 우루과이 출신의 패션모델 자매인 루이셀 라모스와 엘리아나 라모스가 지나친 다이어트로 숨졌다. 당시 22세였던 언니인 루이셀은 거식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몇 달 뒤 18살 동생 엘리아나마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자매의 죽음은 세계 패션계에서 ‘사이즈 제로(극도의 저체중)’ 논란을 가열시켰다.
거식증에 걸려 사망한 모델들 중에는 특히 모델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어린 소녀들이 많았고, 미성년자들도 있었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패션쇼 모델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정하는 규제안을 만들었으며 그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스페인 마드리드 패션위크에서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들의 출연이 제한됐다.
모델들의 거식증은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레미 길리처라는 미국의 남성 모델은 섭식장애로 폭식증과 거식증 사이를 오가다가 2010년 38세로 숨졌다.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는 30kg에 불과했다.
2010년 섭식장애로 숨진 미국 모델 제레미 길리처. 사진 www.oddee.com
프랑스에서는 2007년 거식증에 걸린 여성 모델 이사벨 카로(당시 28세)가 기아에 처한 사람처럼 뼈만 앙상한 몸을 드러내면서 거식증의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을 한 바 있다. 카로는 얼마 뒤 숨졌고, 이 사건은 거식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하지만 2008년 프랑스 의회에 제출된 말래깽이 모델 금지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건강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처벌 법규를 만들면 오히려 모델들이 거식증 진단과 치료를 피할 것”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거식증 문제가 부각되면서 법안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에서는 4만명이 거식증을 앓고 있으며 그 중 90%는 여성들 혹은 소녀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프랑스 모델에이전시협회는 “프랑스 모델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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