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했던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그냥 담담하게 들려주는 에세이같지요. 루쉰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아큐정전의 뒷부분에 같이 실려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좋아하는 글이라, 조금 길지만 실어봅니다. 차근차근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으면 '달빛의 강'이 떠오릅니다. 무라카미 류의 '달빛의 강' 말고, 더 잔잔하고 아련하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찬 그런 새벽의 강 말이죠. 강가에서 새벽을 맞아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달빛의 강'이 떠오른다고 한 것은 순전히 이미지 차원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길'에 대한 몇가지 말들이 생각나지요.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아마도 황지우의 시에 나온 구절이 아니었나 싶고요, 또 "길은 내 뒤에서부터 시작된다"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