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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루쉰의 '고향' -나의 고향은 희망입니다

참 좋아했던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그냥 담담하게 들려주는 에세이같지요. 루쉰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아큐정전의 뒷부분에 같이 실려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좋아하는 글이라, 조금 길지만 실어봅니다. 차근차근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으면 '달빛의 강'이 떠오릅니다. 무라카미 류의 '달빛의 강' 말고, 더 잔잔하고 아련하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찬 그런 새벽의 강 말이죠. 강가에서 새벽을 맞아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달빛의 강'이 떠오른다고 한 것은 순전히 이미지 차원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길'에 대한 몇가지 말들이 생각나지요.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아마도 황지우의 시에 나온 구절이 아니었나 싶고요, 또 "길은 내 뒤에서부터 시작된다"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납니..

딸기네 책방 2003.04.05

더러운 전쟁

세상에 깨끗한 전쟁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라크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미.영 연합군의 민간인 살상과 인권침해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군은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선 장병들에게 이라크의 민간인 남성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구금을 허용하는 전투지침을 내렸는가 하면, 이라크의 병원을 폭격하고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해 '과잉공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 더 거칠게" 미군은 지난 1일 이라크의 민간인들을 최대 한달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한 포로수용 지침을 일선에 내린데 이어 2일에는 이라크의 주요 기간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좀더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미군이 이같은 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나시리야 등에서 300명의 이라..

평화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한다 - 이반 일리치

내가 오늘 말하도록 초대받은 주제는 현대영어의 쓰임새로는 붙잡기 어려운 것입니다. 오늘날 핵심적인 영어단어 속에는 폭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존 F. 케네디는 빈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할 수 있었고, 지금 평화주의자들은 평화를 위한 '전략'(전쟁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격성을 내포한 언어를 가지고 나는 여러분에게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복원하는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늘 내가 말하는 모든 낱말 하나하나는 평화를 말로 드러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주게 될 것입니다. 내게는 한 인간사회가 누리는 평화는 그 사회구성원들이 향유하는 시(詩)만큼 개성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평화의 의미를 번역한다는 것은 시를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인 것입니..

넬슨 만델라에게 평화란 없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영혼이 있다면, 그건 넬슨 만델라일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두말할 나위없이 만델라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 넬슨 만델라의 일상 생활을 담은 기사가 실렸다. 내가 지금 기분이 몹시 좋다면 몽땅 번역을 해서 올려놓겠지만...방금 전 번역하다가 날려먹었다. 언젠가 '만델라' 코너를 만들게될 그 날을 기약하며, 자료 삼아 올려놓는다. (만델라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만델라 재임 시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와 아프리카의 위상이 달라졌었던 일, 만델라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오랜 우정, 그리고 만델라가 최근에 에이즈 퇴치 운동 하고 있는 것, 로커비사건 재판받는 리비아인 '테러용의자'들의 인권 위해 애쓰는 ..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요르단 국왕 압둘라2세의 왕비 라니아랍니다. 미모가 배우 모델 뺨칩니다. 이 여자의 시어머니, 즉 선왕 후세인의 부인 누르 왕비도 미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인물이죠. 라니아 왕비는 팔레스타인 출신입니다. 원래 중동에서 오늘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지역은 '트란스요르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서방의 식민지 분할로 지금은 갈갈이 찢어졌지만요. 1967년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간의 이른바 '6일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에 쏟아져들어왔습니다. 현재 요르단 인구의 60%가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은 한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핍박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훨씬 억세고 영악하고 똑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

싸우러 가는 이라크인들

"우리 땅을 불태우고 내 가족을 죽이는 적에 맞서 싸우러 갑니다." 요르단 암만 시내 알 마하타의 버스터미널에는 25일 이라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라크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전쟁 전에는 바그다드행 고속버스 1-2대가 운행되던 것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개시 이후 이라크인 귀국행렬이 몰려들면서 5-6대로 늘어났다. 노동자 모타즈(23)도 때늦은 눈발이 날리는 정류장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 중 하나였다. 모타즈는 "TV에서 미군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너무 분노하고 긴장돼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 "싸우는 것은 겁나지 않습니다. 가서 싸워야지요." 모타즈의 가족들은 바그다드시 외곽의 안바르에 살고 ..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보낸 편지

이곳에서 많은 것 느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기자로서’ 생각한 것들을 몇개 두서없이 나열해보자면. 기자생활 8년여만에 처음으로, ‘기자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곳도 아닌 중동 땅에 덩그마니 홀로 뚝 떨어진 느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맨땅에 온몸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 내일 일을 모르니 그냥 흘러흘러 발길 가는대로, 그러다가 취재거리를 만나면 취재하고, 이리저리 혼자 돌아다니고. 특히 바그다드에서는 다들 팀을 이뤄서 코디 데리고 돌아다니는데 저 혼자만(전세계 기자들 중에 저 혼자였을 겁니다 아마) 가이드 없이 몰래몰래 스트릿 택시 타고 돌아다녔어요. 위험하다면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듭니다. 몸이 힘..

[요르단]전쟁 시작, 암만에서

전쟁 시작, 암만에서 3.20. 암만. 이라크전쟁 개시와 함께,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도 급격하게 긴장된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암만 시민들은 몇 달 전부터 침체를 겪어온 경제가 이번 전쟁으로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며, 미군을 지원한 것에 대한 이라크의 보복공격이 있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세이프웨이 수퍼마켓에서 만난 라지다는 "무슨 이유로든 전쟁을 하는 것은 나쁘다"면서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했다. 반면 기독교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잘랄은 "자국민을 죽이는 정권은 사라져야 한다"며 "사담 후세인은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암만 시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지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었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미 암만은 수개월 ..

[요르단]국경 지대 난민촌에서

CNN 방송은 '불타는 바그다드'의 모습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불과 며칠전에 방문했던 바그다드가 폭격음과 화염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누가 바그다드를 저렇게 파괴하는가. 바그다드가 어떤 도시인가. 지구상에서 몇 안되는, 수천년의 문명을 간직해온 도시 아닌가. 바그다드는 사담 후세인만의 도시가 아니라 셰라자드와 알리바바의 도시, 카디미야의 황금돔과 알 주베이다의 탑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바그다드 시내에는 도시를 만들었다는 위대한 칼리프 아부 자파르 만수르의 거대한 두상(頭像)이 있다. 만수르는 자신의 도시가 저렇게 파괴되는 것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미군의 바그다드 본격 공습이 시작된 뒤로 암만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단연 화두는 '바그다드'였다. 폴란드 기..

[이라크]전쟁 전, 이라크 분위기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최후통첩'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8일 '결사항전'의 의지를 재천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 두 아들과 함께 망명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며, 항전 선언은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었다. 지난 16일 후세인 대통령은 대통령궁에 각 부족장들을 불러모았다. 이라크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이날 부족회의에서 후세인은 시가를 물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부족장들의 '충성서약'을 받았다. 중동에서는 후세인이 바그다드에서 마지막까지 저항을 벌이다 죽을지언정 순순히 물러날 리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 교민인 박상화씨는 "후세인은 '역사적인 인물'로 남고 싶어한다"며 "미국에 항복해 목숨을 구걸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