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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삐딱하게 보기'

삐딱하게 보기 Looking Awry 슬라보예 지젝 (지은이) | 김소연 (옮긴이) | 시각과언어 | 1995-03-01 라캉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다? 나는 라캉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라캉이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봤지만 도대체가 머리가 아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젝의 책을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재미있었다'가 되겠스무니다... 라캉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 만용을 저지른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라캉을 모르기 때문에 지젝을 읽었고, 지젝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을 따라서 '라캉식으로 대중문화 삐딱하게 보기'를 하는 작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은 라캉의 이론을 대중문화 작품들을 통해 해석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대중문화 작품들을 라캉의 눈을 빌어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현실과 실재, 욕망과 충동..

딸기네 책방 2004.11.05

소식들

며칠에 한번씩 메일을 확인해보면, 스팸메일이 하루 100통 꼴로 와 있다.오로지 지우기 위해 메일함을 열어야 한다니. 이틀간 안 열어봤더니 188통의 메일이 와르르... 그리고 그 중에,‘진짜 편지’는 오직 세 통. 좋아하는 선배에게서 온 소식.봄에 연락하고 안 했기 때문에 아주 오랜만이어서, 안부인사로 시작.여행 잘 다녀왔느냐는 물음, “돌아오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돈 내고 마이크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따뜻한 농담 한마디. 이제 중년이 된 선배는 여고 동창들과 재즈 댄스를 배우고 있단다. 나까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두번째는 너무나 충격적인-- 친구의 결혼소식.왜 충격일까? 글쎄, 너무 놀랐다고 할까. 대체 언제 결혼할지 항상 궁금했었는데하필 내가 없을 때 결혼한다고 하니깐 억울하고 화가나서..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부키 장하준 교수의 '개혁의 덫'을 읽고, 좀더 '정식으로 펴낸' 저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쳤다. 이미 '개혁의 덫'에서 맛뵈기로 접했던 논지들이라서 쇼킹함은 별로 없었지만, 선진국의 위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은 역시나 통쾌했다. 저자가 스스로 밝힌 이 책의 경제사 연구방법은 '역사적 접근법'이다. 주류 경제사학자들이 당대의 이데올로기(지금 같으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느라 방기해버렸던, 역사를 통해서 경제 제도/정책의 변화과정을 분석한다는 것. 목표는 분명하다. 앞서 말한대로 신자유주의를 목청높여 외치는 선진국들의 위선을 까발기는 것이다. "봐라, 과거에 너희들도 전부 보호무역주의 했었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었다구. 이제와서 안면 몰수하고 개..

딸기네 책방 2004.11.04

조너선 스펜스, '반역의 책'

반역의 책 Treason by the Book (2001)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 이준갑 (옮긴이) | 이산 | 2004-07-16 스펜스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이 책도 역시! 느무느무 재미있었다! 중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지만 나는 중국의 황제들, 정확히 말하면 강희제와 건륭제에게 관심이 많다. 주제에 무슨 황제들이냐고? 경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상급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비롯된 관심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실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이 드라마는 건륭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건륭제 자신이 꽤 중요한 주연급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건륭제 역할을 맡았던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묘사된 황제의 이미지에 뿅간 측면도 있다. 변방의 북소리...랄까, 조선(특..

딸기네 책방 2004.11.02

만들어진 전통

만들어진 전통 The Invention of Tradition(1983) 데이비드 캐너다인 | 버나드 S. 콘 | 에릭 홉스봄 | 테렌스 레인저 | 프리스 모건 | 휴 트레버-로퍼 (지은이) | 박지향 | 장문석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04-07-12 최근에 다카시 후지타니의 '화려한 군주'를 재밌게 읽었다. 메이지 유신 이래 군국주의 시기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일본 '근대 의례'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풍부하게 분석한 책인데, 저자는 홉스봄이 주장한 '만들어진 전통' 개념에서 기본 틀을 빌어왔다고 밝혀놨다. 그 덕에 이 책, '만들어진 전통'에까지 손을 대게 됐는데 읽은 느낌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재미는 없지만 유용한 분석이었다'라는 것이다. 홉스봄과 몇명의 영국 학자들이 쓴 이 책은 우리가 ..

딸기네 책방 2004.11.02

다시 한번, 한류에 대해.

한국에 있을 때 중국이나 동남아의 '한류' 현상에 대한 기사를 보고듣고 읽으면서 나 또한 '매스컴에서 과장했겠거니' 했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한류가 대체 어느 정도나 붐을 일으키고 있길래...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내가 자꾸 여러번 한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나 스스로 이곳에서 몹시 놀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일본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당연히 반갑고 기쁘다. 얼마 전에 우리 신문 도쿄 특파원을 지냈던 선배가 일본에 온 김에 우리 집에 왔었다. 이 선배는 일본에 대해 나보다 100배 더 잘 알고 계신 분인데, 진짜 일본에서 한국문화 붐이 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일면 타당하기도 하고, 또 일본 전체가 ..

일본의 지진 복구

올해 일본에 재해가 참 많았습니다. 열 개도 넘는 태풍이 열도를 관통해가면서 홍수와 해일 피해를 불러온 것을 비롯해 한여름의 기록적인 무더위, 그리고 지난달말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자연재해가 거듭된 탓에 온통 뒤숭숭합니다. 후지산이 곧 분화할 것이라는 소문에,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지요. 며칠 전에는 코다라는 청년이 이라크에서 처참히 살해되는 일까지 있었고요. 하지만 지난주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얘깃거리가 됐던 것은 역시 미나가와 유타(皆川優太·2)군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들 소식 전해들으셨겠지만, 두 살배기 유타군이 산사태로 바위에 덮인 차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출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이방인인 저조차도 TV를 통해 기저귀 ..

[펌] 꼭 가봐야할 여행지 50곳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한 '완벽한 여행자가 일생동안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 내가 가본 곳은 빨간 색으로~ ★도시공간(Urban Spaces) 1. 바르셀로나 2. 홍콩 3. 이스탄불 4. 런던 5. 뉴욕 6. 예루살렘 7. 파리 8. 베네치아 9. 리우데자네이루 10. 샌프란시스코 ★야생의 공간(Wild Places) 1. 아마존 밀림 2. 남극 3. 호주의 미개척지 4. 캐나다의 로키산맥 5. 그랜드 캐년 6. 사하라 사막 7. 파푸아 뉴기니의 산호초 8.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 9.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 10. 베네수엘라의 테푸이스 고원 ★낙원(Paradise Found) 1.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안 2. 미국 미네소타주의 바운더리 워터스 3. 그리크 제도 4. 영국의 버..

최고의 순간

최고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말 두 가지.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까르페 디엠. 나는 나의 '디엠'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다가오는 순간순간을 나의 디엠으로 삼으려 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시간관념이 그다지 철저하지 못했고, 시계를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기까지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나는 시간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었고 궁금해했었다. 구모모의 시 중에 이런 게 있지. 시간 너는 아느냐 굼벵이 뒤척이는 소리를... 그러나 결국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었고, 앞으로도 내 편일 것이라고 믿는다. 까르페 디엠.

그때 그 소설들

누구랑 시드니 셸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러고 보니... 이 작자의 책들을 골라가며 찾아읽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래서 떠올리게 된 대중소설의 즐거운 기억들. 얼핏 떠올려보기에도 셸던의 책들 중에선 게임의 여왕,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깊은밤 깊은 곳에(음... 이건 영화 제목이고, 원제가 뭐였더라), 천사의 분노, 거울속의 이방인... 등등 엄청 많이 본 것 같은데. 제목들은-- 하도 오래전의 일들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래도 '게임의 여왕'과 '깊은밤 깊은 곳에'가 가장 재밌었다. '신들의 풍차'와 '내일이 오면'은 제목 밖에 기억 안 나고,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는 태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고보니 재미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