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남녘은 똥덩어리 둥둥/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북녘은 털 빠진 닭똥구멍 민둥/벗은 산 만장 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쪽/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게딱지 다닥 꼬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중략)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 1970년 5월, 잡지 ‘사상계’에 김지하 시인의 시 한편이 발표됐다.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담시(譚詩)라는 형식으로 발표돼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오적(五賊)’이라는 시였다. 시인은 당대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세력들을 ‘목질기기 동탁배꼽같은 천하흉포 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