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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방치된 이라크 유적들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잠시 시들해지자, 고대 유적·유물에 대한 파괴와 약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지난 몇년 동안 문화재·유적관리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란과 가까운 남동부 다키르 주의 옛도시 다히르. 이 곳은 고대 수메르 제국의 교역도시 두브룸이 있었던 소문난 유적지이지만 지금은 곳곳에 깨진 도자기와 조각상이 널려 있다.
바로 이웃한 파르지라는 소도시는 요즘 다히르에서 넘어온 고대 유물의 암시장 덕에 흥청이고 있다. 약탈자들은 무덤을 파내고 성벽을 부숴 수메르 유물을 꺼내 시장에 내다판다. 도굴꾼들 눈에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유물들은 수천년 역사를 지닌 것들일지라도 짓밟히고 깨져나가기 일쑤다. 2700년 전 바빌론 시대의 유물들도 금박이 벗겨져나간 채 한데 널부러져 있다. 하지만 현지 문화재관리 책임자들은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예산이 없어 현장을 둘러보러 갈 자동차 기름값도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이라크에는 수메르, 아카드, 바빌로니아, 페르시아제국의 고대유적이 곳곳에 널려있다. 조사된 유적지 숫자만 해도 전국에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들과 군속들, 외국인들이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을 싹쓸이하듯 약탈한 사실이 알려져 세계적인 비난이 일었다. 미국은 군인들을 다그쳐 훔친 유물들을 돌려주도록 했지만, 전쟁 직후 중동과 유럽의 문화재 시장엔 이라크에서 훔쳐낸 유물들이 쏟아져나왔다. 2006년 2월 바그다드 북쪽 사마라의 유서 깊은 황금돔 사원이 시아-수니파 충돌 과정에서 파괴됐고, 높이 52m의 거대한 미나레트(탑)도 저항세력의 박격포 공격에 윗부분이 부서졌다. 이 공격 뒤 이라크 유적을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관심은 잠시 뿐이었고, 이라크 정부는 유적 보호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정부에서 유적·유물보호를 담당하는 문화재경찰은 106명에 불과하다. 2008년 정부가 미군에게서 치안관할권을 넘겨받으면서 세운 계획대로라면 지금 5000명 넘는 인력이 근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유물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위원회는 정부에 올해 예산으로 1600만달러(약200억원)를 신청했지만 250만달러를 배정받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박물관에서 약탈당한 유물 1만5000여점 중에서도 회수된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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