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다 부서졌는데 시멘트 대신 초콜렛이 웬말이냐.”
지난달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가자운동’ 구호선단을 공격, 구호요원들을 살해한지 한달 여가 지났다. 이스라엘은 형식적으로나마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 봉쇄조치를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1일에는 자유가자운동 선박에 실려 있던 구호품들이 유엔 요원들을 통해 가자지구에 일부 전달됐다. 하지만 여전히 봉쇄완화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1일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한달을 맞아 가자시티 항구에서 반이스라엘 ‘꽃 시위’를 하고 있다. |AP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1일 성명을 내고 지난 4월말 이스라엘군에 습격당한 뒤 압수됐던 자유가자운동 선단의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UNRWA는 “나머지 구호품들도 앞으로 몇 주 안에 모두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중재하는 중동평화 4자기구(콰르텟)의 중동특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가자지구 생필품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내 가자지구를 방문할 예정인 블레어는 “이스라엘이 곧 가자 봉쇄 수정조치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콰르텟과 유엔 등은 이스라엘에 가자 봉쇄를 일부라도 해제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비난을 의식, 지난달 20일 가자에 일부 생필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전달된 물품은 초콜렛, 조미료, 테이블보 따위의 소비품들이었다.
가자 지구는 150만 주민 중 100만명이 난민이다. 이스라엘 건국 때 땅을 빼앗긴 이들이 70만이 넘고, 이후의 이스라엘 팽창·점령정책으로 난민이 양산됐다. 가자 인구의 80%는 UNRWA이 내주는 구호식량으로 먹고 산다. 주민들은 4년간 계속돼온 이스라엘의 봉쇄로 고사 직전이다. 거기 더해 이스라엘은 2008년 말 가자 전쟁을 일으켜 인구가 밀집한 가자시티와 난민촌들을 폐허로 만들었다. 식료품, 의약품 공급난과 전기·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집이 무너져 맨땅에 자는데 초콜릿이 무슨 소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엔진이 없어 수리를 못하고 있는데 와이퍼와 전조등만 들여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구호요원들도 “다음주에 세탁기, 냉장고, 욕실용품을 들여 보내준다고 하는데 정작 필요한 건축자재와 기계설비, 부품은 전혀 반입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유엔이 난민들을 위해 집 150채를 지을 계획이지만 자재 공급을 이스라엘이 막고 있다는 것이다. 아드난 아부 하스나 UNRWA 대변인은 “기본 인프라도 있고 기술자도 있고 설계도도 있는데 시멘트와 철근이 없어 집을 못 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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