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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유혈사태, 외교협상이 실패한 이유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가 ‘48시간의 최후통첩’ 뒤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모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전격 축출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군부 쿠데타인 이 사건을 미국은 ‘쿠데타’로 규정하길 꺼렸습니다. 지난 14일부터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의 유혈사태는 이집트 군부(현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의 정치적 타협을 중재하는 데 실패한 미국의 ‘외교적 실패’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미국은 왜 실패했으며, 이집트 정국을 둘러싸고 ‘막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7일 이집트 쿠데타 이후 벌어진 막후의 외교협상을 되짚어보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유럽연합 이집트 특사인 스페인 외교관 베르나르디노 레온과 미국의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2주 동안 수차례 이집트를 ..

이집트 군부 키우고 쿠데타 묵인한 미국의 ‘원죄’

이집트 군부쿠데타를 사실상 묵인,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이 이집트와의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오바마는 이날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특별성명을 발표, “이집트 폭력사태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이집트는 더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다음달 실시될 예정이던 이집트와의 정례 합동군사훈련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 군부와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달 초 벌어진 이집트의 모함마드 무르시 정권 축출..

간디 손자 "네루는 지금의 인도를 수치스러워했을 것"

“네루가 지금의 인도를 봤다면, 탐욕과 부패를 몹시 수치스러워했을 것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인 고팔크리슈나 간디(67)가 15일 인도 일간지 ‘더힌두’에 정치권의 부패를 통탄하는 기고를 실었다. 8월 15일은 한국 뿐 아니라 인도에게도 영국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독립 기념일이다. 고팔크리슈나는 독립된 인도의 초대 총리를 맡은 자와할랄 네루가 1947년 이 날 뉴델리의 랄킬라(붉은 궁전) 앞에서 국민들에게 연설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만일 네루가 지금 레드포트 앞에 서서 다시 연설한다면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며 질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고팔 크리슈나. 사진 www.topnews.in 그는 이 기고에서 네루의 연설을 패러디한 ‘2013년의 가상 ..

27. 주정뱅이 술탄과 오스만 제국의 몰락

27. 17-18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쇠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정점에 올려놓은 술레이만 대제가 1566년 죽고 그의 아들 셀림2세가 즉위했습니다. 그런데 셀림2세의 별명은 '주정뱅이'였습니다. 영어로는 Selim the Sot 혹은 Selim the Drunkard... 아버지의 영어식 호칭이 Suleiman the Magnificent 인 것과 비교하면 참 얼굴 팔리는 별명입니다. 덕망 있는 군주의 치세가 끝나면 꼭 이렇게 쇠퇴를 재촉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요. 그것이 어디 개인의 문제이겠습니까마는. 술레이만 대제가 사망한 뒤, 오스만 제국은 점차 안팎에서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안으로부터의 쇠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창 융성하던 시기의 오스만 정부가 갖고 있던 독특한 구..

삼성, ‘브라질 공장 노동자 혹사’ 1200억원 소송 당해

삼성전자가 브라질의 아마존에 있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혹사시킨 혐의로 1200억원의 거액 소송을 당했다.BBC방송, AFP통신 등은 브라질 당국이 내륙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의 삼성전자 공장이 노동법을 위반했다며 노동자들에게 2억5000만헤알(약 1200억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사진 http://reporterbrasil.org.br 노동고용부의 요청에 따라 마나우스 공장을 조사한 검찰은 지난 9일 제출한 기소장에서 삼성전자가 “조립라인에서 무리한 작업 속도를 요구해 노동자들을 건강 상의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상으로 2억5000만헤알의 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검찰은 노동자들이 휴대전화 1개를 32초에, TV세트 한 대를 6..

[공감] 버리는 것들, 버려지는 곳들

요즘 내 관심사는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라 하니 너무 험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만 ‘남겨지고 버려진 것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험하지 않다. 지금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잊히는지 구글링을 해보고, 이미지들을 보며 그것들이 ‘살아 있던 시절’을 상상한다. 날마다 내가 버리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색다르면서도 서글프게 다가온다. 어느 틈에 그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주로 서핑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버려진 물건들, 자동차들, 배들, 집들, 빌딩들, 테마파크들, 무덤들, 항구들, 유적들, 도시들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지구의 이곳저곳에 버리고 있는 전자쓰레기의 이미지들이다. 키보드 더미, 컴퓨터 메인보드 더미, CD 더미들이 꼭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독성 ..

페트병 전구, 깡통 라디오, 항아리 냉장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현대의 에디슨들

대낮에도 어두운 슬럼가의 판잣집.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전기요금 낼 돈도 없는 빈민촌이 환하게 밝아진다. 전기가 아닌 햇빛으로 반짝이는 물병, 1.5ℓ짜리 페트병으로 만든 등불이다. 최소한 낮동안이라도 천정을 뚫고 박아넣은 물이 든 페트병을 통해 햇빛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 간단한 페트병은 각도를 잘 맞춰 설치하면 55와트 전구 만큼의 빛을 낸다. 전기요금도 필요없고 제작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데다 한번 설치하면 5년은 간다. 이 장치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브라질의 기술자 알프레두 모세르였다. 정전이 잦은 브라질에서, 더군다나 대도시 곳곳에 넘쳐나는 판잣집에서 지붕을 살짝 뚫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연광 전구를 2002년 개발한 것이다. 지붕에 요렇게 물병을 박아넣으면 실내는 이렇게 빛이 들어오고 ..

'떠다니는 전장', 항공모함 경쟁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코치 항에서 12일 인도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첫 항공모함인 비크란트호 진수식이 열렸다. NDTV 등 인도 언론들은 “축구장 2배 크기의 갑판을 가진 이 배가 완성됨으로써 인도는 항모를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선택받은 나라들의 클럽에 들어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진수식에서는 갑판 위 활주로에서 스키점프 등 축하 이벤트들이 열렸다. 비크란트는 길이 260m, 폭 60m, 배수량 3만7500t 규모다. 인도 해군은 미그29K 등 전투기 25~36대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10만톤급 항모들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지만, 1960년대 영국산 중고를 사들이는 것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자체 항모제작을 꿈꿔온 인도 입장에선 숙원 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인도는 이 배를 반드는 데 5..

[노는 엄마, 노는 딸] 지브롤터를 건너 모로코로!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그라나다의 호스탈에서 체크아웃. 스페인 온 이후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7.5유로) 버스 터미널로. 버스타고 다시 알헤시라스 Algeciras로. 이베리아반도의 남단, 북아프리카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당초 계획은 ‘모로코로 건너간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어찌어찌 항구를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배를 타고 모로코로 건너간다, 탕헤르의 항구에 내려 기차역으로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금상첨화로 야간열차의 침대칸 표가 있으면 기차에서 자면서 남쪽 마라케시로 이동한다는, 구체적이고도 막연하고 아무 준비 없는 계획 아닌 목표뿐이었다. 그런데 일정이 이상할 정도로 착착 진행되어, 어느 새 우리는 탕헤르의 기차역에서 야간열차를 기다리고 있..

불교도들의 무슬림 공격, '종교충돌'에 휩싸인 아시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10일 불교도들이 습격해 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불교도들은 주변 집들을 불태우며 사원을 찾은 무슬림들을 공격했다. 당국은 충돌이 거세질까 우려해 사원 주변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스리랑카에서 이슬람에 대한 불교도들의 공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불교 승려들이 이 모스크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시위를 한 적이 있었고, 한 승려가 육식을 금하는 불교 계율을 들며 이슬람식 도축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을 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인구 2000만명 중 4분의3이 싱할리족이고, 그들 대부분이 불교도다. 아시아 곳곳에서 불교도들이 무슬림을 공격하는 신종 ‘종교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자비와 화해, 명상과 생명존중을 가치로 내걸고 있는 불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