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7

장자일기/ 아! 내 스승

36. 의이자(意而子, 의지의 선생)가 허유를 만나러 갔습니다.허유가 말했습니다. "요 임금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의이자가 대답했습니다. "요 임금이 제게 말하기를 '너는 반드시 인의를 실천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길 찾아왔는가? 요 임금이 벌써 자네 이마에 인의로써 먹물을 새겨 넣고 시비로 자네 코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는데, 자네가 어찌 저 자유분방하고 유동성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그러나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그럴 수 없네. 눈먼 자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나 수놓은 옷의 색깔과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37. 의이자가 말했습니다. "미인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잊고, 장사 거량이 그 힘을 잊고, 황제(..

[5월의 교토] 교토 여행 첫날엔, 아라시야마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5월에 교토(京都)에 갔습니다. (여행기 참 빨리도 올리네요... 여행 사진들을 이제야 정리하느라고;;) 가마쿠라, 닛코, 하코네 모두모두 좋아합니다만, 도쿄와 가마쿠라와 닛코와 하코네를 합쳐도 교토 한 곳만 못하지요! 일본에서는 역시 교토! 교토 여행 중에 들렀던 한 절에는 '얏바리 아미타(역시 아미타불)'라는 구호가 쓰여있어 살짝 웃었습니다만, 일본에선 얏바리 쿄오토오! 도쿄 시나가와에서 출발, 신칸센 타고 교토 역에 도착한 것은 5월 4일. 어린이날을 낀 골든위크가 시작되던 금요일이라서 붐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역시나...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스호스텔을 잡지 못해 교토역 앞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교토나들이는 5일부터. 교토의 서쪽을 둘러싼 아..

마크 트웨인,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충고'

Advice to Youth, by Mark Twain "Always obey your parents, when they are present" Being told I would be expected to talk here, I inquired what sort of talk I ought to make. They said it should be something suitable to youth--something didactic, instructive, or something in the nature of good advice. Very well. I have a few things in my mind which I have often longed to say for the instruction of ..

[5월의 교토] 파란 교토

파란 나라도 아니고 파란 교토라니. 그런데 5월에 찾아간 교토는 정말로 파란 빛이 눈부셨다. 교토의 서쪽, 아라시야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텐류지(天龍寺). 교토에 가는 사람은 대개들 들러볼만한 곳이니 설명은 패스. 그 주변에 아라덴이라는 작고 귀여운 전철도 있고(개찰구가 따로 없고 아이처럼 앳된 차장이 두칸짜리 전철 가운데에서 손 내밀고 표받아 깜놀) 이런 대숲도 있다. 숲의 이름은 치쿠린, 글자 그대로 竹林이다. 혹시 우리나라엔 이런 죽림 없을까. 담양 죽녹원이 이쁘다던데 못 가봤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들러보리라.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남 사천에 죽림역, 전북 완주군에 죽림온천역이 있는데 폐쇄됐거나 쓰지 않는다네... 일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본 사람들은 어쩌면 놀랄지..

[2012 태국] 방콕을 흐르는 짜오쁘라야 운하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우아하게 책을 읽다가~ 요니 깨워서 수영 한번 해주고, 11시 30분에 체크아웃. 호텔에 100바트 내고 짐을 맡겨둔 뒤 짜오쁘라야 운하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뚝뚝 타고 가는 게 편하긴 하지만 천천히 걸으면 마지막으로 구경도 할 겸, 그리고 뚝뚝이 바가지에 시달리는 것 피할 겸.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배를 타고 거대한 짜오쁘라야 강(운하라고 하는데 정말 큰 강입니다)을 노닐었습니다. 배 타는 비용이 1인당 15바트인데 왕복으로 둘이 탔으니 총 60바트.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소나기가 퍼부었고, 내릴 곳을 놓쳐서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유람을 하게 됐지요. 알고 보니 강을 아래위로 오가는 큰 배가 있고, 우리의 목적지였던 부두 건너편 왓 아룬(Wat Aru..

[2012 태국] 방콕의 누워 계신 부처님

방콕에서의 여덟째 날, 골든 마운트에서 땀 한번 흘려주고... 조금 걸어서 로하 쁘라삿(Loha Prasat)으로 향했습니다. 그런 건물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간 것은 아니고 ㅎㅎ 그저 근처에 큰 사원 있는 것을 지도에서 보고 찾아갔는데 거기 로하 쁘라삿이 있었다는 얘기... 방콕에서 지도 한 장 들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여기저기 찾아다녔거든요. 왓 랏차낫다(Wat Ratchanadda)라는 제법 큰 사원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엔 정말이지 방콕에선 드물게 고즈넉하니 좋았어요. 인도에서 온 가족을 만난 것 외에는 관광객도 거의 없었고 또 방콕의 사원치고는 드물게 휘황찬란 금빛이 아니라 흰 빛 검은빛이 어우러진 지중해풍(?) 건축물이었습니다. 여기 부처님 계신 본당 안에 들어가서 요니와 잘 쉬다가 나..

[2012 태국] 방콕의 공원과 재래시장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방콕 여행기를 마저 끝내기 위해! 화잇팅!! 방콕 여행 일곱째 날, 비교적 늦게 9시쯤 호텔을 나왔습니다. 아침식사는 요니의 희망에 따라 카오산 KFC에서 때운 뒤 뚝뚝을 타고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룸피니 공원으로 갔습니다. 1925년 라마6세 국왕 시절에 지어진 방콕 최초의 공원입니다. 날씨는 더웠지만 방콕의 여름은 의외로 견딜만 하더군요. 그늘에 앉아있으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요. 주변에 조깅하는 아저씨들과 할아버지들, 외국인들도 보였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웅, 자전거 대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공원이 꽤 컸거든요. 관광객이 아닌 생활인 모드로 살짝 옮겨가서, 요니와 둘이 벤치에 앉아 책 읽고 느릿느릿 산책하고. 룸피니 공원은 어수선한 카오산과는..

오호츠크해 자전거 달리기

여기가 바로 오호츠크해. 겨울철 유빙이 흘러내려올 때에 가야 제격이었겠지만 나는 추운 곳에 못 가는 관계로... ㅎㅎㅎ 사진이 영 거시기하네... ;; (역쉬나 펜탁스 K01을 사야했어...?? 퍼퍼퍽) 사로마 호수(석호)의 왓카 원생화원.한쪽 옆(북쪽)에는 오호츠크해, 한쪽에는 석호. 그 사이에 20킬로미터에 이르는 사구가 늘어서있다. 그 모래언덕을 메운 풀들 사이를, 2시간 동안 자전거로 달렸다. 풀밭 사이로 새들이 날고, 작은 숲에선 두견새와 뻐꾸기가 울고, 하늘엔 날개길이가 이쪽저쪽 2m는 되는 독수리가 떠돌고. 에조노요로이구사 エゾノヨロイグサ, 웹에서 찾아보니 일본 한자로는 蝦夷鎧草. 학명은 Angelica sachalinensis. 우리말로는... 모르겠네 -_- 케냐 초원에서 보았던 아카시아..

[2012 태국] 카오산 풍경, 그리고 칸짜나부리 관광!

카오산, 태국적이면서 태국적이지 않은 거리 방콕에서의 닷새째 날. 람부뜨리 빌리지 인 호텔에서 '이사'를 했습니다. 길 건너 카오산 복판에 있는 리카 인(RIKKA INN)이라는 곳으로요. 이 동네 가격치고는 그리 싼 편은 아니지만(모녀 둘이 아침식사 없이 더블룸 1박에 하루 3만원 꼴) 호텔 옥상에 작고 이쁜 수영장 있고, 실내가 비좁아도 있을 것은 다 있는 깔끔편리한 호텔이었죠. 하필이면 가장 더웠던 날... 캐리어 끌고, 10분에 걸쳐 길 건너 카오산을 관통하여 이사를 했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상하지요. 나흘 머문 호텔에서 나와 다시 나흘을 머물 새 호텔로 옮겨간 것 뿐인데도 길 건너 람부뜨리는 마치 이사 떠나온 옛동네 같고, 복작이는 카오산은 새로운 우리동네 같더라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애들 잡는 어른들

'어린이' 혹은 '예의 없는 어린이' 얘기만 나오면 인터넷에 난리가 난다. 자주 가던 어느 홈페이지에서는 기혼인지 미혼인지 모를 남녀들이 '지하철에 애 데리고 타가지고는 자리 양보하랍시고 뻗치고 있는 엄마들'을 일제히 소리높여 욕하는 걸 보았다. 지하철에서 우는 얼라들, 식당에서 까부는 얼라들, '애새끼를 그렇게 키운 요즘 젊은 엄마들 왕싸가지' 어쩌구저쩌구... 그들의 주장은 극도로 단순하다. 애들을 싸그리 잡아다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화 삼청교육대가 따로 없다.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애들 문제만 나오면 손가락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게 바로 '애'라는 것이다. 실수하고 예의 못 차리고 떠들고 짓까부는 것이 애들이다. 애들의 문제점이 아니라 애들의 자연스런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