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52

궁하면 통하는 음식들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 거의 늘 집밥만 먹으니 '궁하면 통하는' 조리법만 발달한다. 필요한 거 없으면 옆엣것 넣는 식. 김치볶음밥을 깍두기로 만들고(김치는 다 먹었고 깍두기는 왕창 남아 시어갈 적에) 총각김치로 김치찌개 끓이고. 김치 사먹으려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그러니 배추김치는 아끼고, 또 아끼고... 서울에서는 잘도 버리던 김칫국물 등등 각종 찌꺼기스러운 것들을 모아 볶음밥에 쓰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어디선가 생긴 가쓰오 양념(밥에 뿌려먹기 위한 용도)으로 볶음밥을 만든다. 김치볶음밥이지만 김치는 거들 뿐... 통 안 먹던 가지를 넣어 카레를 만들고, 불고기에 양파 대신 양배추. 양배추를 새우젓에 볶아 메인 디쉬??로도 해봤어여. 인도 커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요니와 함께 후타코타마가와의 인도음식..

자연 그대로에 가장 가까운 곳, 카미코치

5월 25일부터 2박3일 동안 나가노(長野)현 카미코치(上高地) 여행. 25일 금요일, 신주쿠에서 세 식구 만나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기차를 타고 나가노현 마츠모토(松本)로. 마츠모토는 장수국가 일본에서도 장수촌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나가노현의 산지들 시작되는 초입에 있어 날씨가 도쿄보다는 청량하더군요. 북알프스 들어가는 공기좋은 곳... ▶ 마츠모토 홈페이지 (한글로 돼 있어요) ▶ 카미코치 홈페이지 (일본어) ▶ [위키피디아] 카미코치 (영어) 한밤중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세이후소(靜風莊) 여관으로 갔습니다. 유스호스텔이 아닌 B&B 여관이지만 일본에선 보기 드물게;; 글로벌화된 여관이더이다. 게스트하우스처럼 간단하게 조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시설도 있고, 안마당도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와 스..

[5월의 교토] 은각사와 철학의 길

토지(東寺)를 나와 교토 수족관에 갔습니다. 동물원이든 수족관이든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동물이 있는 곳이라면 다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또 좀 쉬고 싶었습니다. 에... 물론 수족관은 열심히! 구경해야 하는 곳이고 꽤나 발품팔아야 하기 때문에 쉬기에 적당하지는 않지만, 절 구경만 계속 하다보니 기분전환 삼아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일본은 섬나라여서 그런지 수족관이 정말 많습니다. 오사카의 '카이유칸'이라는 절대적인 수족관이 아니더라도, 도쿄에도 여러 곳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시나가와에만 두어곳 되는 것 같더군요. 카사이린카이, 요코하마 등등) 전날 아주 좋았던 기온, 고조자카, 니넨자카 쪽에 다시 갔는데 이 날은 5월 7일 월요일. 골든위크가 끝났다 하지만 생각보다 느무나도 썰렁..

[5월의 교토] 교토의 볼거리는 언덕길에

교토 여행 둘째 날...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값이 그리 싸지는 않지만 식사가 제법 좋아요) 교토 고쇼(京都御所. 옛날 천황이 살았다는 곳)에 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러지 않아도 비 오고 우중충한데 폐관일이더군요... 고쇼 옆에 있는 교엔(御苑. 황실 정원)에서 산보만 했는데 거기도 제법 좋았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기온(祇園)으로 옮겨갔지요. 게이샤로 유명한 기온, 아무래도 교토 관광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기온 거리와 그 동쪽 언덕길,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가는 골목들이 아닐까 싶어요. 기온 거리를 거닐 때만 해도 흐리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어느새 화창해졌습니다. 기온에서 동쪽 언덕길로 조금만 움직이면 켄닌지(建仁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여기도 임제종의 주요 사찰 중 ..

장자일기/ 앉아서 잊다(坐忘)

38. 안회가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 공자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가?""저는 仁이니 義니 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얼마 후 안회가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무슨 말인가?""저는 禮니 樂이니 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얼마 지나 안회가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무슨 말인가?" "저는 좌망(坐忘)을 하게 되었습니다."공자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좌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손발이나 몸을 잊어버리고, 귀와 눈의 작용을 쉬게 합니다. 몸을 떠나고 앎을 몰아내는 것. 그리하여 '큰 트임(大通)'과 하나됨.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좌망입니다."공자..

장자일기/ 아! 내 스승

36. 의이자(意而子, 의지의 선생)가 허유를 만나러 갔습니다.허유가 말했습니다. "요 임금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의이자가 대답했습니다. "요 임금이 제게 말하기를 '너는 반드시 인의를 실천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길 찾아왔는가? 요 임금이 벌써 자네 이마에 인의로써 먹물을 새겨 넣고 시비로 자네 코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는데, 자네가 어찌 저 자유분방하고 유동성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그러나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그럴 수 없네. 눈먼 자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나 수놓은 옷의 색깔과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37. 의이자가 말했습니다. "미인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잊고, 장사 거량이 그 힘을 잊고, 황제(..

[5월의 교토] 교토 여행 첫날엔, 아라시야마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5월에 교토(京都)에 갔습니다. (여행기 참 빨리도 올리네요... 여행 사진들을 이제야 정리하느라고;;) 가마쿠라, 닛코, 하코네 모두모두 좋아합니다만, 도쿄와 가마쿠라와 닛코와 하코네를 합쳐도 교토 한 곳만 못하지요! 일본에서는 역시 교토! 교토 여행 중에 들렀던 한 절에는 '얏바리 아미타(역시 아미타불)'라는 구호가 쓰여있어 살짝 웃었습니다만, 일본에선 얏바리 쿄오토오! 도쿄 시나가와에서 출발, 신칸센 타고 교토 역에 도착한 것은 5월 4일. 어린이날을 낀 골든위크가 시작되던 금요일이라서 붐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역시나...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스호스텔을 잡지 못해 교토역 앞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교토나들이는 5일부터. 교토의 서쪽을 둘러싼 아..

마크 트웨인,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충고'

Advice to Youth, by Mark Twain "Always obey your parents, when they are present" Being told I would be expected to talk here, I inquired what sort of talk I ought to make. They said it should be something suitable to youth--something didactic, instructive, or something in the nature of good advice. Very well. I have a few things in my mind which I have often longed to say for the instruction of ..

[5월의 교토] 파란 교토

파란 나라도 아니고 파란 교토라니. 그런데 5월에 찾아간 교토는 정말로 파란 빛이 눈부셨다. 교토의 서쪽, 아라시야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텐류지(天龍寺). 교토에 가는 사람은 대개들 들러볼만한 곳이니 설명은 패스. 그 주변에 아라덴이라는 작고 귀여운 전철도 있고(개찰구가 따로 없고 아이처럼 앳된 차장이 두칸짜리 전철 가운데에서 손 내밀고 표받아 깜놀) 이런 대숲도 있다. 숲의 이름은 치쿠린, 글자 그대로 竹林이다. 혹시 우리나라엔 이런 죽림 없을까. 담양 죽녹원이 이쁘다던데 못 가봤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들러보리라.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남 사천에 죽림역, 전북 완주군에 죽림온천역이 있는데 폐쇄됐거나 쓰지 않는다네... 일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본 사람들은 어쩌면 놀랄지..

[2012 태국] 방콕을 흐르는 짜오쁘라야 운하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우아하게 책을 읽다가~ 요니 깨워서 수영 한번 해주고, 11시 30분에 체크아웃. 호텔에 100바트 내고 짐을 맡겨둔 뒤 짜오쁘라야 운하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뚝뚝 타고 가는 게 편하긴 하지만 천천히 걸으면 마지막으로 구경도 할 겸, 그리고 뚝뚝이 바가지에 시달리는 것 피할 겸.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배를 타고 거대한 짜오쁘라야 강(운하라고 하는데 정말 큰 강입니다)을 노닐었습니다. 배 타는 비용이 1인당 15바트인데 왕복으로 둘이 탔으니 총 60바트.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소나기가 퍼부었고, 내릴 곳을 놓쳐서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유람을 하게 됐지요. 알고 보니 강을 아래위로 오가는 큰 배가 있고, 우리의 목적지였던 부두 건너편 왓 아룬(Wat 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