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 0, 무(無)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 두권이 나왔다. 로버트 카플란의 '존재하는 무 0의 세계'와 존 배로의 '無0진공'이다. 배로의 책은 원제가 아예 '무에 관한 책(The Book of Nothing)'이다. 0이라는 개념이 언제 인간의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그리고 그것이 동그라미로 기호화된 것은 언제인지, 숫자 0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데에서 두 책 모두 출발한다. 카플란의 책은 0과 무의 개념을 '박물관 순례' 스타일로 설명하고 있다. 바빌로니아에서 탄생한 0은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강적을 만나면서 세계관의 외곽(지평선 너머)으로 사라졌다가 인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중세와 근대를 거쳐 '디지털의 지배자'로 군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