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거인의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은이) | 구자현 | 홍수원 (옮긴이) | 중심 | 2003-05-30 이 사람의 글이 너무나 좋습니다. 요새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원래는 과학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인데 어느새 재미가 들린 거죠. 괴상한 과학자 소개라든가, 물렁물렁 과학 따위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학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다룬 책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大家)는 통한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외로운 여행자'라 불리웠던 20세기 최고의 지성. 사람들은 보통 그를 ‘뇌가 쪼글쪼글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오죽하면 우유 이름이 아인슈타인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그는 사상가이고 철학자였습니..

우주의 점

우주의 점 | 원제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2002) 재너 레빈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 한승 우주에 대한 얘기인데. 우주론을 위상수학과 연결했다나. 해설에는 그렇게 써있다. 좋아하는 책 '무.영.진공'의 저자인 존 배로 얘기도 나오고, 로저 펜로즈니 스티븐 호킹이니 하는 유명한 과학자들 얘기도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만은 이해해주세요" 평생 딸이 하는 일을 궁금해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과학자인 딸이 편지를 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편지에서 글재주 많은 딸 재너 레빈은 자기가 하는 연구를 비롯해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기본개념들을 설명한다. 재너 레빈이 하는 얘기 중에서 정작 과학 얘기는 하나도 ..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케자와 나츠키 (지은이) | 모토하시 세이이치 (사진) | 달궁 | 2003-05-07 아주 가까운 시절의 일인데도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기억의 조작' 내지는 '강요된 망각'인지도 모를, 그런 일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케자와 나츠키(글)와 모토하시 세이이치(사진)가 전해주는 이라크의 풍경은, 불과 몇달전의 모습인데도 마치 오래 지난 옛날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의 감상은 그냥 책장을 넘기는 다른 독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내게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티그리스강에서 배를 띄워놓고 노는 아이들, 고대유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 시장통 사람들, 아주 일상적인 스케치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어쩌면, 똑같은 풍경이 ..

딸기네 책방 2003.06.03

[스크랩]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입니다. 모처에 실린 것을, 너무 아름다워서 퍼왔습니다.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세요. :)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내가 다섯 살 때 육군 중령이었던 할아버지는 아라까따를 지나고 있던 서커스로 나를 데려가 동물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몸이 뒤틀리고 쓸쓸해 보이던, 무서운 엄마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말이었다. “그건 까멜요(낙타)야.” 할아버지가 말했다. 곁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대령님.” 그는 말했다. “그건 드로메다리오(낙타)입니다.” 손주 앞에서 지적을 당한 할아버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지금 나는 짐작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위엄있는 질문으로 이를 이겨냈다. “차이가 뭐요?” “모릅니다.”..

딸기네 책방 2003.06.02

과학 오디세이- 과학이 신화를 만나는 방법.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그리스인들이 에트나 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 즉 어머니산이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경작을 계속하면 땅은 산성이 되어 황폐해진다. 이때 사람들은 논밭에 석회를 뿌려 땅을 중화시키는데, 이 지역에서는 화산재가 그 역할을 한다. 화산재가 바로 석회이기 때문이다. 즉 에트나 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햇볕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하늘로 날아간다면, 주변 공기는 점점 식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카로스 이야기를, 뭘 모르는 선조들이 만들어낸 넌센스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이카로스의 날개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

[스크랩] 극단의 생명

극단의 생명 The Outer Reaches of Life (1994) 존 포스트게이트 (지은이) | 박형욱 (옮긴이) | 들녘(코기토) | 2003-05-06 퇴비더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식물성 유기물질의 파편들은 '청소부'라 불리는 민달팽이 등의 연체동물과 진균류, 호기성 세균, 벌레 등에 먹히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더미 안의 산소는 소진되어버린다. 이 때에도 퇴비 더미의 표면에서 1-2 센티미터 정도까지 외부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내부에는 거의 모든 산소가 사라진다. 따라서 벌레와 연체동물들은 산소가 더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호기성 세균과 진균류는 휴지상태에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 무산소성 생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유기물질의 파편들과 섬유소, 전분, 단백질 등 여..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들

떠돌이 개 Un Jour, un chien 가브리엘 벵상 (지은이) | 열린책들 | 2003-04-20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단편적으로 접해보기는 했는데,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다. 쓱쓱 질러나간 선 속에 개 한 마리가 있고, 길이 있고,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오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의 마음'이 돼버렸다. 마치 내가 저 떠돌이개가 된 듯이 외톨이가 됐을 때의 막막함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이방인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그림책은 많지만, 뱅상이 보낸 개 한 마리가 가져다준 정서는 색다르다. 따뜻하다. 뱅상의 시선 언저리에는 따뜻함이 깔려 있다. 무슨 모험이 일어날까, 몇페이지 밖에 안되는 그림책을 넘기면서 두근두근 긴장되더니 어느새 마음이 따사롭게 풀려 있다. 거대한 알..

딸기네 책방 2003.05.11

[스크랩] 장정일, '삼중당 문고'

삼중당 문고 장정일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 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 먹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

딸기네 책방 2003.05.10

케이스 데블린, '수학의 언어'

수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Mathematics (1998) 케이스 데블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해나무 | 2003-05-06 대체 수학이라는 것은 어떤 학문일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미적분 공식은 대학입시만 치르고 나면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수학이나 과학전공자가 아니라면, 고교 졸업 뒤 10년이 지나서 함수를 계산하고 사인 코사인 곡선을 그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동안, 4칙연산을 제외한 '고난이도' 수학 문제를 풀 일은 다시 없을 수도 있다. '수학의 언어'라는 책의 제목만 보면, 대체 이 책이 수학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 것인지 감(感)이 잘 오지 않는다. 저자는 '수학은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

[스크랩] 라이너스 칼 폴링과 몇몇 과학자들의 이야기.

제임스 왓슨이 폴링에 대해 쓴 글이다. 에 실려있다. 희한하게도 다른 글에는 모두 저술 연도가 있는데 이 글에만 연도가 붙어있지 않아 언제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때 우러러보며 마음 속 경쟁상대로 삼았던 폴링을 왓슨은 어떻게 봤을까.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 1931년 나이 서른 살에 오리건 출신의 라이너스 폴링은 자신이 세계 최고의 화학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이한음의 번역은 가끔 이렇게 삑사리가 난다 -.-). 동의하지 않던 다른 화학자들도 10년 뒤에는 그 점에 동의했다. 그들은 유럽 이론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양자역학을 그가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폴링이 1939년에 쓴 명작 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화학책이었으며, 성서와 같은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젊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