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필립 아리에스, '아동의 탄생'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문지영 옮김. 새물결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역사학과 지리학, 인구학을 전공한 저자 아리에스는 주로 `인간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정치에 편중된 왕조사(王朝史)가 아니라 유럽 중세에서 이어져오는 민간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내는 섬세한 시각 때문에 그의 저서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읽힌다. 국내에서도 `사생활의 역사'(새물결) 시리즈가 TV의 독서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출간됐지만, 그의 대표작인 `아동의 탄생'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것은 1973년이었다.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극성스런 부모 세대들이 아이 교육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어린이에 대한 `신화'들이 기승을 부릴 무렵이었다. 그런..

딸기네 책방 2003.09.23

우주의 발견- 우주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안내서

우주의 발견 Don't Know Much about the Universe (2001)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은이) | 이충호 (옮긴이) | 푸른숲 | 2003-09-05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 작가나 공 대신 로켓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어린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7월 쌍둥이 화성탐사선 오퍼튜니티호를 발사했다. 이 우주선이 발사된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는 가히 우주탐사 1번지라 해도 된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와 챌린저호, 화성에 착륙했던 패스파인더호, 우리나라의 무궁화1호 인공위성 등이 모두 이 곳에서 발사됐다. 유럽도 지난 6월 자체적으로 `화성특급' 비글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화상탐사선을 내보낸다 ..

[스크랩] 잔인한 이스라엘

잔인한 이스라엘 The Hidden History of Zionism (2002) 랄프 쇤만 (지은이) | 이광조 (옮긴이) | 미세기 | 2003-04-15 나더 아푸리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남자로 요르단의 역도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1980년 다섯 번째 투옥에서 풀려난 이후로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했고 신체기관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는 1967년부터 1980년 사이에 10년6개월 동안 행정처분으로 억류돼 있었다. 다섯 번의 투옥기간 동안 자행된 가혹행위와 고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당국은 나더 아푸리를 기소할만한 아무런 자백도 증거도 얻지 못했다. 첫 번째 투옥(1967-1971) 나는 점령 첫해인 1967년에 처음 체포되었다. 그들은 나블루스의 내 집에서 나를 체포해 눈을 가린채 ..

딸기네 책방 2003.09.01

[스크랩] 축구, 그 빛과 그림자

축구, 그 빛과 그림자 El Football A Sol Y Sombra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 유왕무 (옮긴이) | 예림기획 예정된 전략, 효과적인 전술로 우리 전투 함대는 방심한 적군을 놀라게 하면서 진군을 시작하였다. 완전 초토화 공격이었다. 포병은 포탄을 받아들었다. 숙련된 솜씨로 발사 위치에 올려놓은 다음, 마지막 한 방을 준비했다. 결국 대포 한방으로 지옥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를 처치하면서 공격을 마무리지었다.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요새의 문지기는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사형집행인은 환호하는 관중들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전쟁의 언어) 우크라이나의 한 기념비는 1942년의 디나모 키에프 선수들을 추모하고 있다. 독일 점령시에 그들은 홈 구장에서 히틀러의 대표팀을 격파..

딸기네 책방 2003.08.29

근본주의의 충돌-지식인의 목소리

근본주의의 충돌 The clash of fundamentalisms (2002) 타리크 알리 (지은이) | 정철수 (옮긴이) | 미토 | 2003-03-08 타리크 알리, 라는 이름 때문에 책을 사놓았던 것인데 어째 표지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좀 그랬다. 쿨 하게 보이지가 않아서 그냥 놓아두고만 있었다. 요사이 다시 '이슬람 주간'이라서 책장을 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타리크 알리는 영국의 유명한 좌파 저널 뉴 레프트 리뷰의 편집장을 지낸 지식인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이란 것은 거의 '정체성의 충돌'로 점철돼 있는 듯하다. 그는 누가 뭐래도 '이슬람권 사람'이다. 인도의 명문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무슬림이 아니다. 명문가의 좌파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무신론자 아들. 또 그는 영국의 식민..

딸기네 책방 2003.08.26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 2편

진지한씨와 유령 선생 다카도노 호오코 글·이이노 카즈요시 그림.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교양 있는 돼지 슈펙의 모험 존 색스비 글·볼프 얼브루흐 그림. 이수영 옮김. 이룸 컬러판 그림이 페이지마다 들어가있는 동화책인데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훨씬 더 와닿는 그런 책들이 있다.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류가 보통 그렇긴 하지만, `진지한씨…'와 `슈펙…'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인데도 어른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언제나 자정이 되기 전 잠드는 회사원 진지한씨. 틀에박힌 생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진지한씨가 어느날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증조할아버지 시절부터 자기 집에 살아온 유령을 만난다. 그 순간부터 말 붙이기 힘들고 진지하기만 했던 진지한씨의 생활이 바뀐다! 현대인은 대부분 바..

딸기네 책방 2003.08.19

버나드 루이스, '이슬람 1400년'

이슬람 1400년. 원제 The world of Islam 버나드 루이스. 김호동 옮김. 까치글방 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버나드 루이스의 책은 필수다. '서구 중심 시각'이라는 비판이 만만찮기는 하지만, 어쨌든 루이스만큼 이슬람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알고, 펼쳐보일 수 있는 학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학자로서, 저술가로서 루이스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중동 정치나 유럽과의 관계 못잖게 이슬람 사회의 제도와 조직체계, 도시생활, 문학, 미술, 건축, 음악까지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삽화와 사진도 많이 넣었다. 사실 루이스가 아니면 서구의 어느 학자가 이란의 시와 아다브 문학, 모스크의 건축원리같은 것들을 이렇게 ..

딸기네 책방 2003.08.18

볼츠만의 원자

볼츠만의 원자 | 원제 Boltzmann's Atom (2001) 데이비드 린들리 (지은이) | 이덕환 (옮긴이) | 승산 | 2003-08-05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이라는 다소 센세이셔널한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루드비히 볼츠만이라는 오스트리아의 탁월한 과학자가 원자 이론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소개한 일종의 전기이다. 그러나 단순한 위인전으로 읽기에는 내용이 복잡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연대기적으로 그린 저술이 아니라, 한 과학자가 어떤 논쟁과 비판을 거쳐 하나의 가설을 이론으로 확립해갔는지 보여주는 과학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자는 이 책을 `과학 이론의 전기'라고 표현했다. 볼츠만이 태어나 활동했던 19세기는 기계적, 실증주의적 과학관이 활개쳤던 시기였다. 당시 학자들의 눈..

아이와 같이보면 좋을 신간 그림책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들이 여러권 나왔습니다. 하나같이 풍성한 색감에 재미난 발상으로 어린이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 것 같은 책들입니다. 국내 동화작가들의 것도 있고,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미국, 일본 유명작가의 작품들도 있습니다. 여름날을 소재로 한 동화들을 골라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단연 눈에 띄는 책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림작가 아이린 하스의 (비룡소). 그림이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위의 그림이 이 책의 한 장면이예요. '엄지공주'의 모티프를 훨씬 몽환적으로 만들어서,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로 그렸습니다. 아마 제가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봤으면, 완전히 뿅갔을 거예요. 또다른 미국 작가 마크 티그의 (달리)도 재미있습니다. 흑백톤과 파스텔톤이 번갈아 ..

딸기네 책방 2003.08.05

장애와 소통하는 법

토베 케이코 글·그림. 자음과모음. 노라 엘렌 그로스. 한길사 몇해전 전문직종에서 제법 잘 나가는 사람을 취재차 만났다. 심심찮게 신문에 이름이 거론되기에 "언제 출마하실거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아니"란다. 그분 아이가 자폐아라고 했다. 정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한 때라는 얘기였다. 토베 케이코의 만화책 `사랑하는…'의 주인공 히카루는 자폐아다. 싸우고 울고지새던 일중독자 아빠, 마음 약한 엄마가 자폐아를 매몰차게 대하는 사회와 맞부딪쳐 함께 싸우는 것이 책의 줄거리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혹은 그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인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과학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는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까 싶어 낙태를 하는 세태를 비꼬면서 "사람들은 `그저 ..

딸기네 책방 200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