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4

음양사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은이) | 오카노 레이코(그림) | 서울문화사 매니아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함부로 평을 했다가 누구한테 욕 먹을까 두렵다는 뜻이 아니라, 주변에 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작품을 보는 내 눈에도 분명 선입견이 몇겹은 끼었을 것이라는, 그런 얘기다. 그런 '작품'이 바로 음양사다. 이 만화에 대해서라면- 이미 우리 마을에도 전문가분들이 여럿 계시고 ^^ 또한 영화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은 영화 '음양사'의 한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다. 만화책을 보면서, 검은 배경의 그 사진이 자꾸만 생각났는데- 사진 속 세이메이는 만화에서 느껴지는 고상한 후까시를 전혀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

딸기네 책방 2004.01.29

줄 쳐진 책 읽기 /와나캣의 글

(제목을 읽던 책 읽기라고 했다가 주어가 정확히 나 자신인지 내가 아닌지 내가 헷갈려 바꿨습니다. 스스로도 하도 많이 하는 짓이라) 예전부터 보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막 고르는 편이지만, 그 중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거나 계속 볼 것 같은 책이면, 절대 중고를 사지 않고 새 책을 사는 버릇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책을 아끼는 편은 아닌데ㅡ책에 대해 하면 안될 짓 이라고 하는 모퉁이 접기라던가, 습기 많은 곳(화장실) 에 두고 잃어버리기, 시디를 사이에 끼워넣기 등ㅡ그런데도, 이상하게 속 내용에 글이 적혀 있다던지, 줄이 쳐진 것은 두고 못 보는 그런 이상한 기질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것이 최근에 이 마을을 통해 , 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그 계기도 아시다싶이 마구 책을 뿌리는 딸기언니 덕분이..

딸기네 책방 2004.01.13

기생수

기생수 이와아키 히토시 (지은이) | 학산문화사(만화) | 2003-05-24 만화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그림을 조금 맛뵈기로 올려놓는 것이 예의이겠으나, 워낙 엽기적인 관계로 일단 생략. 엽기스러운 취향에 일가견이 있(어보이)는 또치님의 소개로 '기생수'라는 만화를 빌렸다. 다 봤다. 무려 '애장판'까지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서 만화광들한테는 제법 이름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그림이 초반에 아주 혐오스럽고 오바이트 쏠린다. 한번 훑어봤을 뿐 곰곰히 곱씹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디테일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어디에선가(어디인지 모르는 어떤 곳) 공 같은 것이 날아와 사람들에게 침투한다. 물린 인간들은 형체만 인간인 괴수가 되어 다른 인간들을 아작을 내는데, 방식이 가히 엽기적이다. 인간을 아주 분쇄..

딸기네 책방 2004.01.05

명작만화 ^^ <십자군 이야기>

재기발랄한 김태권군의 1편이 드디어 나왔다. 역사만담이라고 하는데, 책표지에 쓰인 그 말처럼 만화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다. 실은 그닥 좋지 않은 내용--'십자군'으로 표현되는 전쟁과 폭력, 야만 등등 우울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한층 더 우울해지는 것은 책에 담긴 내용들이 그대로 현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당나귀부시를 타고 다니는 은자 피에르, 여론조작의 대가 마틸다 백작 따위를 현대의 군상들과 연결시킨 것이 하나도 어색하게 안 보이고, 오히려 아주 정확해 보인다. 작가 자신은 '썰렁개그'라고 지레 손사래를 치지만 순간순간 넘쳐나는 재치가 돋보이기만 할 뿐. 얼마나 열심히 연구를 했는지, 문장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원전'이 있고, 해석이 있다. 따위를 여기에 들이밀..

딸기네 책방 2003.12.05

번역된 책 읽기

을 읽기 시작했다. 슈뢰딩거 트리니티대 강연 50년을 기념해서 지난 93년에 업계 권위자들이 모여 강연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책상 위에 놓인 '생명책'(농부아저씨가 좋아하는 '생명책' 하고는 전혀 다른^^) 두 권 중에서 이쪽이 재미나겠다 싶어 책장을 펼쳤는데, 이해 안 가는 구절이 나왔다. '책 읽다 투덜거리기'의 명수인 딸기는 혼자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다 못해, 라이브러리에 책의 구절을 하나 올렸다. "엄격한 다윈주의 세계관의 두 가지 특징은 생명의 역사의 지질학적 행렬을 곧바로 유전 물질의 생리화학적 본성으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유기체의 순간적 책략으로 환원하는 것을 장려한다. 첫째, 자연선택 이론은 생식의 성공을 위한 유기체의 투쟁을 인과적 변화의 장소로 인정한다. 그리고 종이나 생태계와..

딸기네 책방 2003.12.04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의 팔레스타인 리포트 Israeli-Palestinian Conflict, The Crisis in the Middle east 로이터 통신 (엮은이) | 최정숙 (옮긴이) | 미래의창 | 2002-12-20 로이터통신의 팔레스타인 리포트. 보도사진에 간략한 글들을 엮었는데, 분쟁과 평화과정의 역사적 장면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클린턴-아라파트-라빈-무바라크-후세인국왕이 한 방에서 제각기 넥타이를 정돈하는 모습을 비롯해, 주요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잡아냈다. 그런가하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대치 모습이라든가 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은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고, 독선과 아집도 계속되고 있다..

딸기네 책방 2003.11.26

사상사 속의 과학

사상사 속의 과학 무라카미 요우이치로 | 이토 준타로 | 히로시게 토오루 (지은이)남도현 (옮긴이) | 고광윤 (감수) | 다우출판사 | 2003-10-05 이건 딱 또치님 취향일 것 같은데, 일본에서 과학자 3인이 74년~75년 NHK 철학강좌에서 강연한 것을 묶고 다듬은 것이다. 너무 옛날 것일수도 있지만, 어차피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사상사' 즉 사상적-역사적 맥락에서 과학을 다룬 것이니 흠은 아니다. 사상사 하면, 전혀 모르는 분야이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좋았고, 또 앞뒤의 과학자 3인 대담은 참 좋았다.

안티아이스

안티 아이스 스티븐 백스터 (지은이) | 김훈 (옮긴이) | 시공사 | 2003-08-27 그리폰북스라고 돼 있는 시리즈를 처음 읽었다. 하도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도무지 집중이 안 돼서 읽는데 오래걸렸다. 대체역사소설이라 해서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가상역사소설이로구만. 그럭저럭 재미있고, 현학적으로 딱딱거리면서도 재치있는 문체도 맘에 든다. 주제가 아주 명확한데, 초장부터 쉽게 주제 혹은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흠이라면 흠이다. 때는 19세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물질이 있으니 이름하여 안티아이스. 파괴력은, 곧 에너지다. 핵무기/미국을 안티아이스/영국으로 바꿔놨다. 문제점 많은 멍텅구리 정치인들이라든가, 자기가 발견해놓고 뒤처리를 하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천..

딸기네 책방 2003.11.21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 Eastward to Tatary 로버트 카플란 (지은이) | 이순호 (옮긴이) | 르네상스 | 2003-08-27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을 뒤져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국내에 번역출간된 관련 책들 중에 유명도나 책의 완성도 면에서 손꼽을만한 사람은 버나드 루이스와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루이스는 세계적인 중동사학자이지만 서구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루이스 책을 몇권 읽어봤는데, 사실 국내 번역본들 중에선 '서구편향'이라고 꼬집어 비판할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프리드먼은 루이스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프리드먼은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전문기자이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이다. 80년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저널리즘의 공식 명칭은 '레바논 내전') 무렵..

딸기네 책방 2003.11.20

고대 도서관의 역사

수메르에서 로마까지 | 원제 Libraries in the Ancient World (2001) 고대 도서관의 역사 라이오넬 카슨 (지은이) | 김양진 | 이희영 (옮긴이) | 르네상스 역사는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다. 인류의 시초를 선사(先史)부터 따지긴 하지만, `인간다운' 인간의 역사는 보통 문자와 함께 시작되고, 주로 문자를 통해 인간 정신의 요체가 전달된다. 문자가 모여 책을 이루고 책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해도 될 것이다. 문자에서 시작돼 지식의 집대성으로 가는 인류의 정신의 흐름을 `도서관의 역사'로 구체화시켜 해석한 것이 이 책이다. 고대 근동 제국의 도서관에서 그리스와 로마, 초기 기독교 시대까지 이어지는 수천년 도서관의 역사를 줄줄이 꿴다.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문자와 책의 역..

딸기네 책방 200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