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이양재 지음·이상규 그림. 길벗어린이
장영실/배나맘 지음. 꿈꾸는 공화국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히다보면, 과연 책들을 쌓아놓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가 들 때가 많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새와 짐승, 풀과 나무, 건축물과 그림 따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일일 터인데 바쁘고 핑계 많은 부모들은 보통 그렇게들 하지를 못하지요. 그래서 그림책이라든가 동화책으로 '2차원 학습'만을 시키곤 하지만 어쩐지 허전합니다. 너무 수동적인 교육방법 아닐까, 아이에게 어떤 '감각'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거든요.
이런 고민을 해봤던 엄마아빠들에게, '장승업'은 조금 다른 그림책으로 다가올 겁니다.
오원 장승업은 널리 알려진대로 조선 말의 화가입니다. 영화 '취화선'으로도 유명해졌지요. 그렇지만 어른들 중에서도 정작 장승업의 그림을 꼼꼼히 본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내가 처음 만난 예술가' 시리즈 아홉 번째 편으로 출간된 '장승업'은 장승업의 그림들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해놨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첫 번째 페이지에서 장승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볼 수 있는데요, 장승업이 살아온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요. '글에 알맞은 그림을 찾아 짝지어 보세요'라는 안내문이 나오고, 담채화 풍으로 그린 장승업의 인생도(人生圖)가 펼쳐집니다. 다음 페이지는 장승업이 살던 시대를 미로찾기 식으로 그려놨습니다.
그리고는 장승업의 그림들로 넘어갑니다. 말 그림, 인물 그림, 유유자적하는 선비 그림, 산수화, 꽃과 동물이 그려진 병풍, 유명한 고양이 그림과 매 그림, 이중섭보다 더 생생한 게 그림 같이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그림들을 잘 골라놨습니다.
그림마다 퍼즐이 숨어 있습니다. 똑같은 동물 찾기, 다르게 그린 부분 찾기, 그림 속의 인물 짝지어보기.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도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정도면 '눈으로만 보는 그림책'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요. 혹시라도 장승업의 그림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 먼저 보고 나서 전시회장에 가보세요. 다만 보통 책들처럼 양면으로 인쇄하지 말고 한 면에만 인쇄를 했으면 잘라붙여가며 놀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장영실'은 앞서 소개한 책에 비하면 그냥 이야기책입니다만, 재미난 부록이 딸려 있어요. '칼과 풀이 필요없는 입체 퍼즐'로 해시계 앙부일귀(仰釜日晷)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엄마들 모임인 배나맘(배움을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글을 썼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풀어써서 읽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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