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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왓슨, 'DNA를 향한 열정'

딸기21 2003. 4. 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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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미 시카고대학 조기입학. 25세에 놀라운 발견을 해내다. 34세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과 하버드대 교수 역임.

'천재는 불운하다'는데, 이 과학자의 삶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 명단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다음 급으로 이름을 올려놓을 만한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염색체(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짧은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왓슨은 자신에게서 시작된 '유전자 논쟁'들에서도 싸움 붙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과학계의 논쟁에서도 언제나 중심에 서있었던 그가 자신의 입으로 과학을 향한 열정과, 발견의 뒷얘기들을 털어놓는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과학책들도 드문드문 있었는데, 날씨가 나빠서 새를 관찰할 수 없을 때 내가 독파한 것들은 바로 그 책들이었다. 진화를 다룬 책들은 내 상상을 사로잡았고,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처음 박물관에 갔을 때 나를 흥분시켰던 다양한 형태의 생물들을 체계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반바지에 발목까지 흘러내린 양말을 신은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키다리 학생은 '비범해서'가 아니라 재수가 좋아서, 당시 고교 교육 개선방안의 하나로 시행된 대학 조기입학 케이스에 들어간다. '신동과 거리가 멀었'던 왓슨은 영국 케임브리지로 자리를 옮긴 뒤 크릭과 만나 이중나선이라는 놀라운 구조물을 그려낸다.

좀체 타협하지 않는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준 집안의 분위기와 대학시절, 40~50년대 미·영 과학계의 활기찬 분위기가 젊은 시절의 회상으로 그려진다. "이류 도시였던 시카고에서, 역사가 길지 않은 시카고 대학에서 나는 권위자에게 존경을 표할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헛소리는 헛소리라고 해야 마땅했다. 그런 무례함으로 말미암아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진실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성나게 하는 편이 더 나았다."

크릭 앞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내가 물리학에 무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에 도달하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은 데에서 알 수 있듯, 책에서 내놓는 고백들은 아주 솔직하다. 겨우 스물 다섯에 '대발견'을 내놓고 시기질시하는 사람들을 비웃듯 줄곧 승승장구해온 사람이어서일까, 글에서는 솔직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로버트 레드퍼드를 좋아하지만, DNA 재조합을 금지시키자는 그의 호소에는 응답할 생각이 없다." 

젊은 시절 '뻔뻔하고 조숙한 태도'로 구박받았던 왓슨은 최근에는 유전자공포증에 걸린 복제반대운동가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데 몰두해 있다. DNA에, 유전공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잖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최근 글에서 30년된 기고문까지 줄줄이 묶어놨지만 주제별로 제대로 편집을 해놔서 읽는데 무리가 없다.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누군가 제임스 왓슨을 이야기할 때마다 저는 그 다른 대칭점에 이 사람을 둡니다. 라이너스 폴링(Linus C. Pauling). 그는 두 번의 노벨상을 받았는데 한 번은 그는 노벨상을 2번 받았는데, 한번은 화학상(1954년)을, 또 한번은 평화상(1962년)을 받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지요. 과학자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노벨상을 받은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다른 한 번은 평화상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지요. 평화상은 그가 핵무기의 국제적 통제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핵실험 반대운동에 대한 공로로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1972년에는 국제 레닌 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과학자가 소련에서 주는 평화상을 받은 것 역시 특기할 만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라이너스 폴링을 시대가 만들어낸 비운의 과학자로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의 방해가 없었다면 제임스 왓슨 보다 먼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라는 생명의 비밀을 풀 열쇠를 밝혀냈을 테니까요. 냉전이라는 틀에 박힌 논리가 한 과학자의 업적을 가로챈 슬픈 역사가 'DNA의 역사' 뒤에는 숨겨져 있습니다. 

1924년 염색체가 단백질과 핵산(DNA와 RNA)이란 두 물질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지면서 유전자 연구자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유전자가 단백질과 핵산 중 어디에 들어있는지를 가려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단백질 쪽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복잡한 유전형질을 전달하려면 단순한 핵산보다는 수천종에 이르는 단백질이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죠. 

왓슨과 폴링은 이 부분에서는 모두 앞선 과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두 사람 모두 DNA구조가 삼중 나선 구조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여성 과학자 로절린 프랭클린(1920-1958)은 DNA의 X선사진을 찍어 DNA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X선 회절 사진에는 그 동안 풀리지 않는 DNA의 구조를 풀 열쇠가 들어 있었지요. 그동안 3중 나선 구조라는 가설로는 풀 수 없는 해법이 이중 나선 구조라는 새로운 가설로는 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런 증빙으로서 프랭클린의 X선 회절 사진은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다소 앞서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비근한 위치에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라이너스 폴링은 이 X선 회절 사진을 볼 수 없었습니다. 1952년 X선 회절 사진이 공개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하려던 라이너스 폴링의 발걸음을 미국 정부 당국이 되돌렸던 것이죠. 당시 미국 정부는 사회주의자이자 반핵주의자였던 폴링이 영국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1953년 4월 25일, 폴링은 잘못된 논문을 발표했고, 두 달 후 왓슨과 크릭은 DNA 이중나선구조에 관한 논문을 완성해 영국의 대표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었습니다. 왓슨은 이 논문에서 “DNA 구조가 이중나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로제타스톤(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데 단서가 됐던 돌)을 발견한 바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에 대한 왓슨과 크릭의 업적이 폄하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만, 라이너스 폴링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인간 생명의 비밀을 밝혀줄 로제타 스톤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사회주의자이자 반핵운동가라는 이유로 과학적 진실의 추구마저 방해받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았던 천재적인 과학자 폴링이지만 말년에는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비타민 C의 효용이라는 자신만의 아집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한때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비타민 C 바람의 한 켠에는 그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죠. 어쨌든 그는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비타민 C가 감기와 암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스스로 엄청난 양의 비타민 C를 매일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과학적인 근거는 현재까지도 그다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알란 튜링에 이어 라이너스 폴링을 그런 경직된 사회 시스템과 냉전적 사고에 의해 희생당한 과학자로 기억합니다.




윗 글 퍼갔어요. 딸기님!



DNA이중나선에 대한 왓슨과 크릭의 노력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교과서의 과학자 소개란 한켠에서 였습니다. 그들이 2쪽짜리 논문을 발표한 후부터 시작된 
범세계적인 DNA의 이중나선과 유전자 정보의 복제, 전달에 대한 관심은 어린 저에게도 충격을 주었었죠. 지금 제가 밟고 있는 이길로 들어서는데도 많은 영향을 주었구요. 그렇지만, 학생 때 이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발전한 분자생물학이란 분야는 솔직히 골치 아픈 것이라(성적도 잘 안나오고. -_-) '타임머신만 발명된다면 왓슨과 크릭이 이 논문 발표하기 전에 그 두 녀석을 쳐치했을 텐데...'라고 적개심을 불태웠었지요.. 
하핫....저도 저 책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앗 구두님. 이 글에 이어서, '왓슨이 본 라이너스 폴링'을 쳐넣고 있었는데 
컴퓨터가 다운돼서 못 넣었거든요. 그새 글을 올리셨네요. :)



그리고 구두님, 저 글은 신문에 썼던 거라서 고쳐서 다시 넣으려고 했는데...퍼가셨군요. 
빠르기도 하셔라.



흐흐, 제가 이곳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두고 있는지 증명되었다고 생각해주시길 바래요. 아침에, 점심에, 저녁에 시도때도 없이 들락날락....원래 남의 홈피 찾는 일에 대해 쉽게 지치는 편인데...이곳은 속물(?) 딸기님이 계셔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요. 
음, 왓슨이 본 라이너스 폴링이라...물론 나중에 책을 구해볼 생각이긴 한데, 그 전에 딸기님의 글을 읽어보면 그 마음이 더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올려주시면 감사히 읽을 께요. 그런데 juli님은 의학 전공입니까? 아니면 으, 전번엔 산부인과 의사 같기도 했는데....제 무식함을 만천하에 폭로한....juli님! 우헤헤. 부끄부끄.(난 코멘트도 정식 글쓰기 점수로 넣어줘야해요. 왜 난 이렇게 짧게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요?)



푸하하 구두님. 
위 코멘트에 여러가지 내용들이 담겨 있네요. 
1. 딸기마을에 대한 애정 
2. 애정의 요인-즉 딸기에 대한 평가 
3. 글 올려달라는 요청 
4. 줄리님께 보내는 질문. 
5. 자기반성 
6. 코멘트(1점 짜리)를 정식 글쓰기(10점 짜리)로 넣어달라는 민원!!! 

그러나 그게 제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점수는 정해져 있거든요^^



줄리님, 왓슨 크릭 처치해버리고 싶으셨다구요^^ 
만약에 타임머신이 있었다면 줄리님은 정말 실행에 옮기셨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딸기언니, 기억안나요? 저 작년에 분자생물학 덕분에 앓아 누운것T_T 
결국은 씨제로를 받고만 불운의 사태-_- 
그떄 저도 줄리언니랑 같은 것을 느꼈지요(부들) 
그것과는 별개로 이 책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서평이 좋아요! 나도 읽어봐야겠다^^;



어어어...사실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는데... 
줄리님이나 나캣은 이과니까 나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재조합DNA논쟁이나 기타등등 전문적인 내용은 훌렁훌렁 (거의 안 읽고) 넘어갔지만, 일부 재밌는 부분이 있었지. 이 사람의 캐릭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들.



무슨 말인지.. 외계어같다. (이런 리플은 왜 단담)

아아 까미님 저도 그 생각을 합니다. 
까미님은 어디 사시는 어떤 분이신가요 ㅠ.ㅠ 저와 같은.. 지구인.. 해주세요.

외계어는 외곌외곌 하는 거구나^^ 
그럼 지구인은 지굴지굴 하니?



히히 ^^ 지굴지굴 외곌외곌, 듣고보니 웃기네.



흠... 여기 분위기 왜이래... 간만에 조용히 라이브러이 책 목록 뽑아보면서 찬찬히 검색해보고 머리 속으로 정리하는 중인데... 에이, 외곌외곌...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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