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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과학책 두 권- '양자 나라의 앨리스'와 '텔로미어의 모자'

딸기21 2003. 4. 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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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나라의 앨리스. 로버트 길모어 지음. 해나무
텔로미어의 모자. 모리카와 유키히토. 달과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문과 쪽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은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심사가 뒤틀리고 콤플렉스가 가동을 한다. "빛은 어떻게 `파동'인 동시에 `입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질량과 에너지가 두 얼굴의 같은 존재라니, 통 뭔소린지."


과학적 상상력의 부재를 탓하며 머리를 칠 필요는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신은 주사위놀이(확률 게임)를 하지 않는다"며 격분했고, 양자역학의 아버지라는 닐스 보어조차 "양자론을 생각하면서 혼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니까.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는 앨리스가 돌아다니던 세상만큼이나 `이상한 나라'이고, 모호한 곳 아닌가.


그러니 `양자 나라의 앨리스'라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로버트 길모어의 책은 앨리스를 양자 나라로 끌어들여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여느 개론서들보다 훨씬 그럴싸하다. 


다만 앨리스가 지나가는 곳들-하이젠베르크 은행, 코펜하겐 학교, 러더퍼드 성(城), 입자들의 가면무도회 따위-을 다 따라다니기엔 좀 벅찰 수도 있다. 제법 앨리스 분위기를 흉내낸 만화같은 삽화만 보고 술술 읽힐 거라 생각하면 오산. 양자나라 명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니 코펜하겐 학파니 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양자물리학의 기본개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양자의 세계가 궁금하다 생각했으면 책표지를 넘긴 뒤에, 앨리스가 지나간 여러갈래 길 중 어디를 따라갈지 먼저 마음의 결정을 하는 편이 좋다. 줄거리만 읽거나 물리학 용어들을 쉽게 해설한 네모칸의 도움말 중심으로 읽거나, 혹은 손가락 마크가 그려진 해설을 중심으로 보거나 어느 쪽이든 괜찮다.


`텔로미어의 모자'는 생물학 중에서도 유전공학 이야기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식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괴상섬뜩한 유전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슈나는 곰과 함께 통나무를 나르게 되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어느샌가 슈나의 모습은 곰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마리의 곰이 숲속에 앉아 통나무를 나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사실은 한 페이지에 문장은 두어줄 밖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중나선과 염기다발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독자라면 보랏빛 예쁜 색채의 그림들만 봐도 좋다. 몇장 넘기다 보면 섬뜩해진다. 바이러스와 유전자 크로스(교차), 복제인간 등이 어느 틈에 머리 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전공학자가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만드는 디자이너인데 아주 색다른 감각으로 과학책을 만들어냈다. 책장에 적힌 대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유전자 그림책'이다.


양자나라의 엘리스라...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제목입니다. 
왠지 슈뢰딩거의 불쌍한 고양이를 살해하는 사악한 소녀가 떠오르는데요(악몽의 엘리스??)


2003/04/18

엽기또치님... 
고양이를 죽이지는 않고요, 보는 장면이 나와요. 
책이 쉬운 책은 아니예요. 내용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실험성이 있다 할까요. 
오히려 '텔로미어의 모자'는 독특하고 깜찍끔찍했어요. :)


2003/04/19

<양자 나라의 엘리스>는 재출간이네요. 94년도에 양자역학 테마파크라는 제목으로 한 번 나왔습니다. 번역자는 같네요. 
이 번역자가 한 작품으로 최근에 <쿼크의 마법사>(한승)도 나왔습니다. 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물리학 환상여행>도 같은 저자의 작품입니다. 
모두 패러디 형식의 과학 책이네요 
양자 나라의 엘리스 -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쿼크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물리학 환상 여행 - 크리스마스 캐롤(스크루지의 환상여행) 

저도 이런 책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고,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2003/04/22
전자인간

이런 류의 책으로 G. 가모브가 쓴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톰킨스씨의 물리학적 모험>이 아마도 고전이 아닐까 하네요. 그 유명한 전파과학사의 시리즈 중 하나. (고딩때 이 출판사 책을 꽤 읽었죠. 지금은 망해간다는 슬픈 소식이...)


2003/04/24
전자인간

오오...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라고 최근에 나온 책이 바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재번역, 출간한 것이로군요.


2003/04/24 
전자인간님. 반갑습니다 :)
2003/04/24

저도 고등학교 때 전파과학사 책을 꽤나 읽었더랬습니다. 가모브의 책은 <중력>과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을 감명깊게 읽었는데, 말씀하신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전자인간님.


200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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