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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극단의 생명

딸기21 2003. 5.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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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생명 The Outer Reaches of Life (1994)
존 포스트게이트 (지은이) | 박형욱 (옮긴이) | 들녘(코기토) | 2003-05-06




퇴비더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식물성 유기물질의 파편들은 '청소부'라 불리는 민달팽이 등의 연체동물과 진균류, 호기성 세균, 벌레 등에 먹히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더미 안의 산소는 소진되어버린다. 이 때에도 퇴비 더미의 표면에서 1-2 센티미터 정도까지 외부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내부에는 거의 모든 산소가 사라진다. 

따라서 벌레와 연체동물들은 산소가 더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호기성 세균과 진균류는 휴지상태에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 무산소성 생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유기물질의 파편들과 섬유소, 전분, 단백질 등 여러가지 물질들을 조각내어 설탕과 같이 발효되기 쉬운 물질을 만든 후 이것을 더 잘게 분해한다. 

이 물질들 중 약간은 퇴비더미의 표면으로 이동하여 호기성 세균들에 의해 소비되므로 외부의 산소는 호기성 세균이 살고 있는 층 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발효로 만들어진 물질들 중 아세트산, 낙산 등은 무산소성 생물에게만 유리하고 다른 종들에게는 불리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집을 이루는 미생물들의 종류는 점점 변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유기물질들이 뒤범벅된 흙더미는 이산화탄소, 수소, 물, 질소와 황화합물 등으로 분해된다. 나중에는 미생물들조차 분해하기 매우 어려운 몇가지 물질들만 남게 된다.

이 과정은 세부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작은 규모에서나마 모든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연적인 숲과 인공적인 삼림지대의 바닥에서는 가을에 쌓인 낙엽들로 인해 발효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호수나 연못으로 떨어진 잎들도 같은 과정을 겪는다. 또한 오염된 강의 후미나 해변 그리고 강과 운하의 바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유기물질이 풍부한 흙에서조차도 공기의 출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무산소성 미생물들이 자라나게 되며 인간이 만든 폐수처리시설과 온천에서도 그들은 번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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