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사육과 육식- 내용도 번역도 엉망인 책

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리처드 W.불리엣 저 | 임옥희 역 | 알마 딱 내 취향 아닐까 생각했는데... 영 내용이 엄떠여. 상업적 대량사육시대(저자는 이걸 '후기사육시대'라고 마치 대단한 시대구분이나 되듯이 '후기' 붙여 이름지었다)가 되면서 동물의 생식과 도축 같은 원초적이고 피튀기는 장면을 사람들 눈 앞에서 사라진 뒤로, 오히려 사람들은 폭력이나 폭력적 섹스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식선에서의 추론 정도- 즉 저자의 '상상'에 머물 뿐, 근거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문제의식은 재미있으나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포르노를 많이 봐서..

딸기네 책방 2012.05.13

라나지트 구하, '역사 없는 사람들'

역사 없는 사람들 : 헤겔 역사철학 비판 History at the Limit of World-History (2003)라나지트 구하 | 이광수 역 | 삼천리 | 2011년 11월 부제가 '헤겔 역사철학 비판'이다. 헤겔, 역사철학. 너무 무겁다. 무지하고 가벼운 나로서는 다가가기 참 힘들다. 표지도 무겁다. 하지만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역사 없는 사람들. 키스 휘틀럼이 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노린 '역사 지우기', 옛 유럽 식민주의자들과 미국 백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지우기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200쪽 남짓한 많지 않은 분량. 요즘 '민족주의'를 화두로 삼은 책을 여러 권 이어서 읽고 있던 차였기에 망설임 없이 꺼내 들었다. 재미있었다. 호미 바바..

딸기네 책방 2012.05.12

복제양 돌리 그 후

복제양 돌리 그 후 AFTER DOLLY 이언 월머트,로저 하이필드 | 이한음 역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04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던 때가 기억난다. 멋모르고 국제부에서 텔렉스 받아 외신기사 훑어보는 당번을 하고 있었다. 과학 담당기자를 해서 과학 쪽 일을 많이 아는 여자선배가 계셨다. 나는 그때 정말이지 뭘 통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것도 몰랐다. 과학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고... 외국 통신 읽는 것도 서툴렀다. 더더군다나 '클론'이란 것은 몰랐다. 사전을 찾아보니 '쌍둥이'였다. 왜? 왜 쌍둥이가 문제가 되지? 돌리? 뭔 돌리? 양의 쌍둥이가 왜 문제야? 왜들 난리야?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었다는 것을. 한 가지 위안이 있었다면, 아마도 나 뿐 아..

봄이 봄같지 않은 계절에 읽은 책들

(이것은 무려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사람. 딸기가 저렇게 알흠답게 앉아 책 읽을 리는 없고.. ㅎㅎ) 정리를 해야 하나... 일단 목록만. 3/13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3/13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3/14 에드 디 앤절로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3/14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3/16 라파엘 젤리히만 '히틀러, 집단애국의 탄생' 3/19 피터 싱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3/21 히로세 다카시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3/28 도널드 조핸슨 '루시, 최초의 인류' 3/29 호미 바바 엮음 '국민과 서사' 4/3 한스 울리히 벨러 '허구의 민족주의' 4/7 레슬리 질 '아메리카 ..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현대사'

팔레스타인 현대사 : 하나의 땅, 두 민족 A History of modern Palestine일란 파페 저 | 유강은 역 | 후마니타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가 팔레스타인의 현대사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팔레스타인'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지역과 동일시되는 곳 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만든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세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포괄하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라 불려왔던 지역'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 쪽을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 지역 '모든 가려진 사람들', '모든 빼앗긴 사람들'의 입과 눈이 되어 이 지역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는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영국에 밀려나던 시기부터 시작해..

딸기네 책방 2012.04.09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최초의 3분 The First Three Minutes(1994)스티븐 와인버그. 신상진 옮김. 양문 책이 신간으로 회사에 갓 도착했을 때 그쪽 부서를 기웃거리며 주워온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나오기 전부터 다른 물리학 교양서들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몹시 궁금해하고 있었고, 잽싸게 집어오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더랬다. 그런데 아직까지 쟁여만 두고 있다가... 지금 확인해보니, 국내 발행된 것이 2005년이다. 그러니 쟁여두고 무려 7년을 열어보지 않았던 셈이 되네... 일단 펴든 뒤에는 죽죽 읽어나갔다. 책은 미국 핵물리학자인 와인버그가 1973년 하버드 대학 과학관 개관식에서 한 연설을 기초로, 빅뱅 이후 '첫 3분'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와 추측을 덧붙여 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브로노우스키, '과학과 인간의 미래'

과학과 인간의 미래 A Sense of the Future: Essays in Natural Philosophy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임경순 옮김. 김영사 얼마전 읽은 '루시,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영사에서 펴낸 '모던&클래식' 시리즈 중의 하나다. 그 시리즈의 '도도의 노래'나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오래된 책이다. 에세이 묶음집인데 처음 나온 것이 1977년. 국내에선 그 20년 뒤인 1997년 임경순 선생 번역으로 이미 한차례 출간됐다가 최근에 출판사와 포장이 바뀌어 다시 나왔다. 한글판에 적힌 저자 이름은 동유럽식의 '브로노프스키'에서 10여년 만에 영어식 '브로노우스키'로 바뀌었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오늘날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 과학자..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To Change China : Western Advisers in China (1969)조너선 스펜스. 김우영 옮김. 이산 조너선 스펜스다. 중국에 딱히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조너선 스펜스의 책을 나오는족족 모조리 읽고자 결심한 터라...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무조건 사두고 보자는 심리도 있거니와) 이 책도 보이자마자 재빨리 업어왔다. 스펜스의 책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아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니, 복 받았다!!! 무려 1969년에 나온 책이다. 허나 스펜스의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에 출판된 그의 책 중에서 이산에서 나오지 않은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한 권 빼고. '현대 중국을 찾아서' 2권은 정통 역사서에 가깝지만 그 나머지 책..

딸기네 책방 2012.04.03

루시, 최초의 인류

루시, 최초의 인류 The Beginnings of Humankind도널드 조핸슨.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루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썰렁하다. 문제의 '루시'는,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존재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우리 딸도 "엄마가 읽던 책에 나온 '루시'가 여기에도 나왔어요!" 하면서 제 책을 들이밀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르 지역에서 나왔다 해서 '호모 아파렌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루시는 1974년 발굴됐다. 저자는 루시를 발굴하기까지의 과정, 루시의 발굴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고인류학..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인식을 호도하는 잘못된 제목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 그들이 세계를 돕는 이유 카너 폴리 저/노시내 역 | 마티 | 원서 : The Thin Blue Line: How Humanitarianism Went to War (2008) 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제목이 좀 지나치다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은 인도주의 구호기구 활동가로 일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인도적 지원'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실상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일했다는 저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호활동가'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생생히 전한다. 그 중에는 구호활동의 한계나 구호기구의 관료주의 문제, 구호기구의 예산 쓰임새, 구호기구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 기금을 ..

딸기네 책방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