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최희봉 옮김. 부키 한 해의 마지막 책. 정말 올해엔 읽은 권수가 부끄러운 수준이고나. 지선이 덕분에 알게 되어 주문해 읽었는데,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나름 ‘호황’이었다는 2000년 무렵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 ‘아줌마 기자’가 직접 낯선 도시로 날아가 체험해보고 책으로 썼다. 에런라이크는 국내에는 으로 더 먼저 알려졌던 것 같은데, 실제로 쓴 것은 이 더 먼저라고. 체험의 강도, 그 용기와 실천력은 기자로서 본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 저널리스트의 체험담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너무나 절절하다.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밑바닥 바로 위(이 비참한 현실조차드 사회의 바닥이 아니라는 것!)의 임금을 받아가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그렇게 생활의 수지타..

딸기네 책방 2013.12.28

2013년 읽은 책들

이젠 독후감도 안 쓰고...가 아니고 책도 잘 안 읽고. 올초엔 이사한다 뭐한다 바빴다 치고. 가을에도 또 이사한다 뭐한다 바빴다 치자 -_- 1. 타쉬 - 사브리예 텐베르켄. 엄정순 옮김. 샘터사 2/28 마음에 많이 남아서, 이 이야기의 전편 격이라 할 수 있는 텐베르켄의 을 사서 읽고 있다. 2. 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조 트로드, 알렉스 켄트 윌리엄슨. 이병무 옮김. 다반5/6 3.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 - 이젤딘 아부엘아이시. 이한중 옮김. 낮은산 5/19 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이난아 옮김. 푸른숲주니어. 5/21 5. Freedom Next Time: Resisting the Empire- John Pilger 5/21 ..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다시 읽다

사카이 나오키, 니시타니 오사무의 을 읽고 있다. 읽기 시작한지 오래됐는데 집중하지 못한 채 몇달째 두 달 넘게 질질 끌고 있다. 아무래도 쉽지 않다. 이런 종류의 변경의 지식인, 혹은 이동하는 지식인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 않거니와, 그래서 그들의 문제의식이나 논의에 생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뿐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들 대부분이 무지한 나는 별로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이 책 이야기가 아니라, 두 지식인들이 책에서 말하는 미야자와 겐지 이야기가 신선했다. 징병된다는 것은 '죽이러 간다는 뜻'이라는 섬뜩하고도 처절한 통찰력이라니. 미야자와의 동화는 어릴 적 계몽사 동화집에서 접했고, 커서도 어찌어찌 시나 동화 따위를 찾아 읽었다. 제법 멋있게 ..

딸기네 책방 2013.10.17

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조 트로드, 알렉스 켄트 윌리엄슨. 이병무 옮김. 다반 5/6 벤저민 스키너의 이 르포로 구성된 노예제 추적기라면, 이 책은 통계자료와 개념과 국제법과 국제 규약을 가지고 현대판 노예제의 실태를 전한다. 르포가 아닌 보고서에 가깝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따지자면 스키너의 책이 훨씬 앞선다. 하지만 스키너의 책이 미국 정부의 노예제에 대한 입장과 세계 각지 노예 현실 르포를 뒤섞어 산만한 느낌이 드는 데 비해 이 책은 건조하지만 훨씬 짜임새 있다. 학자들의 '보고서'이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은 먼저 노예제를 철폐하기 위한 싸움의 역사를 소개하고, 현대의 ‘노예제’라는 이 낯익고도 낯선 개념에 대한 정의와 다양한 형태들을 소개..

딸기네 책방 2013.08.02

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

아마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옛이야기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언어학자 니콜라스 파라클라스는 우리 사회에 대해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굶주림도, 노숙도, 실업도 없는 사회, 필요할 때면 공동체가 언제든지 그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느긋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결정권자들이 필요가 있을 때만 다스리고, 다스릴 때도 공동체의 의론과 합의와 승인을 얻어서만 다스리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여자들이 생산과 생식의 수단을 조절하고 집안일은 최소한이 되고 육아는 하루 24시간 필요할 때마다 구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범죄가 거의 없거나 아주 없고, 공동체의 갈등은 죄의식이나 형벌 같은 개념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에 ..

딸기네 책방 2013.06.27

타쉬-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타쉬-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Tashis Neue Welt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은이) | 엄정순 (옮긴이) | 오라프 슈베르트 (사진) | 샘터사 눈이 보이지 않는 여행자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티베트 소년 타쉬는 라사에 있는 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닌다. 그의 고향은 머나먼 산골 마을. 타쉬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은 방학이 되어 타쉬를 고향 집에 데려다준다. 그 길에서 타쉬가 보내온 날들, 마음의 눈으로 본 티베트의 풍경과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과 타쉬의 이야기들을 보게 된다. 이 학교를 세운 텐베르켄은 시각장애인이다.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라사에 학교를 세운 뒤 타쉬 같..

딸기네 책방 2013.06.26

가을에서 겨울로 오는 사이에 읽은 책들

책을 별로 안 읽네, 요새는... 꼭 열심히 읽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9.20 마틴 리틀, 킴벌리 윌슨 . 미지북스. 10.5 나오미 클라인 드디어 다 읽다! 벼르고 벼른 지 몇년 만에... 명불허전 10.6 앤드루 존스 제목이랑 영 안 맞음. 책은 세계화론을 다룬 주요 인물들(왈러스틴에서 마르코스 부사령관까지)의 논지를 살피고 '세계화학'이란 학문의 궤적을 통해 세계화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훑어보는 내용. 다행히도 거론된 저서들 중 읽은 것이 많았다... 제법 재미있었던 책. 이젠 '세계화론/세계화학의 역사'까지 나오는구나... 10.7 오린 하그레이브스 휘슬러 모로코 여행 가기 앞서 오래전 사두었던 큐리어스 시리즈 꺼내어 읽다. 여행안내서는 아니지만, 잘 몰랐던 모로코의 역사와 국가 개괄 등이 정..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 현대사

오키나와 현대사 아라사키 모리테루. 정영신, 미야우치 아키오 옮김. 논형. 8/22 근래 읽은 책들 중 아라사키 모리테루를 언급한 것들이 많아서 궁금하던 차였고, 마침 집에 이 책이 있어서 옳다구나 하면서 집어들었다. 주로 1970~80년대 이후로 오키나와에서 펼쳐진 '운동'들을 조망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항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다. 아열대의 바다와 비밀의 숲 같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생태의 상상력 말이다. 류큐는 무기가 없는 왕국이었다는 식으로 류큐의 과거를 둘러싼 신화(인지 허구인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가 퍼져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 일본이 아닌 것을 지향한다. 그 '일본이 아닌 것'은 국민국가의 실체를 벗어던진 미래형 공동체를 가리킨다. 실체가 있냐고? 그..

딸기네 책방 2012.09.19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사이에 읽은 책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부키 7/18 신식민지주의론 : 글로벌화시대의 식민지주의를 묻는다 "新"植民地主義論니시카와 나가오. 박미정 옮김. 일조각. 8/9 나니아 나라 이야기 1~7C.S. 루이스 글,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8/17 국경을 넘는 방법 : 문화·문명·국민국가. 니시카와 나가오. 한경구, 이목 옮김. 일조각 8/16이 책을 먼저 읽고 신식민지주의론을 읽는 것이 순서에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몇년 더 먼저 나온 것이니까.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다 재미있었고 의미깊었고 생각할거리를 천 톤씩 던져주는 책들이었다. 다윈의 대답 3-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 Divided Lab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