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피케티 '21세기 자본'

나는 '대중추수적'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것은 한번씩 해보고 싶고, 많이 팔렸다는 책은 한번쯤 봐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산다(다만 영화는 예외다. 난 영화를 안 좋아하니까). 토마 피케티의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은 참 시끄럽게도 등장했다. 이 정도면 거의 '난리가 났다'고 해도 될 것이다. 국내에 출간되기도 전에 유명해졌다. 오만 군데에서 피케티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다 읽었다. 읽고난 뒤의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느무느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몇달 손 놓고 있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어렵지 않다. 두꺼울 뿐이다. 경제학책? 저자의 말..

딸기네 책방 2015.03.03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밥을 나누는 약자들의 생존술에서 배우다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김경원 옮김. 메멘토 우치다 : 인터넷에서 좋아히는 사람끼리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아주 자유로운 사회가 된 듯한 인상을 받겠지만, 사실 자유와 아나키(anarchy)는 종이 한 장 차이니까요. 매스미디어가 없어지면 대화의 공통 기반이 사라져버립니다. 어떤 사실의 옳고 그름을 세상에 물을 때 논의의 토대가 없어져버리면 ‘여론’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매스미디어는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사안의 시비나 진위의 검증에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이 있다는 환상으로 유지됩니다. 그런 것이 붕괴해버리면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요. 그 점이 바..

딸기네 책방 2015.02.16

강현수, 인권도시 만들기

인권도시 만들기 강현수. 그물코 - 역사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아픈 과거의 경험이 있는 도시들이 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나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 같은 도시는 과거 가혹한 군사 독재 시절 억압적 국가 기구에 의해 많은 시민이 죽거나 실종되고 고문당했던 인권 유린의 가슴 아픈 기억과 함께 이에 맞서 저항했던 투쟁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의 광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반대로 과거 인권 유린의 가해자였던 도시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경우도 있다. (28쪽) -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히틀러의 나치 집권 시절에는 나치 이데올로기 확산의 중심 도시로 유대인에 대한 탄압과 추방을 선도했다. 그렇지만 그라츠의 각성한 시민들이 부끄러운 도시의 과거..

딸기네 책방 2015.02.16

먹을 것에 관한 책들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윌북)에번 프레이저, 앤드루 리마스 (알에이치코리아)톰 스탠디지 (웅진지식하우스)찰스 클로버 (펜타그램)라즈 파텔 (영림카디널)폴 로버츠 (민음사)스테파노 리베르티 (레디앙)에릭 밀스톤, 팀 랭 (낮은산)피터 싱어, 짐 메이슨 (산책자)윌리엄 루벨 (휴머니스트)아론 바브로우 스트레인 (비즈앤비즈)마이클 캐롤란 (따비)마이크 데이비스. (이후)마이클 모스 (명진출판)송기호 (김영사) [식품안전]마리 모니크 로뱅 (판미동)한스 울리히 그림 (모색)마틴 리틀, 킴벌리 윌슨 (미지북스)윌리엄 레이몽 (랜덤하우스)존 험프리스 (르네상스)한스 울리히 그림 (율리시즈) [질병]폴 켈러허, (고려원북스)마이크 데이비스. (돌베개) [농업생명과학 기업]브루스터 닌 (시대의 창)마리-모니크 ..

세르주 라투슈, '낭비 사회를 넘어서'

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세르주 라투슈. 정기헌 옮김. 민음사 학창 시절 나는 여느 경제학도들처럼 기술적 진부화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고의로 기계 속에 결함을 삽입하는 ‘계획적’ 진부화라든지, 광고와 유행에 의해 너무 이른 시기에 제품이 구식이 되어 버리는 ‘상징적’ 진부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l958)가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 계획적 진부화 논쟁이 촉발되었고, 그 여파는 서서히 유럽 지식인 사회로 확산되었다. (12쪽) 20세기에 진입하면서 현대식 가전 기기들이 구식 아궁이와 굴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진부화(obsolescence)’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바로 이때다. 소스타인 베블런..

딸기네 책방 2015.01.13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올해의 첫 책은 이반 일리치의 (허택 옮김, 느린걸음)다. 휴가 길에 가지고 가서 후다닥 읽었다. 얇지만 깊은 이 책에 '후다닥'이라는 말을 붙이니 너무 경박하게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책의 부제에 메시지가 다 녹아 있다.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책의 원제는 THE RIGHT TO USEFUL UNEMPLOYMENT이지만 '쓸모 있는 비고용상태'를 말하기 전에 여러 생각들을 산만하게 펼쳐놓는다. 온갖 문제의식을 짧은 에세이 안에 녹여놓았으니, 책장을 덮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생각'은 나의 몫이다. 성인 평균수명은 지난 몇 세대 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전 세대보다도 낮아졌고 가난한 나라보다도 길지 ..

딸기네 책방 2015.01.11

카푸시친스키, SHAH OF SHAHS

두려움에 젖어 나는 생각했다. 공포를 내 안으로 가져감으로써 나는 본의 아니게 공포에 기반을 둔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을. 끔찍하지만 떼어낼 수 없는 관계, 일종의 병리학적인 공생관계가 나와 독재자 사이에 스스로 똬리를 트는 것이다. 공포심을 통해 나는 내가 증오하는 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었다. (95쪽) 리샤르트 카푸시친스키(Ryszard Kapuściński). 폴란드 출신 저널리스트다. 세계의 분쟁과 혁명을 지켜본 그는 (VINTAGE INTERNATIONAL)이라는 제목의 책에 이란 혁명을 담았다. 이란 혁명 발생 과정을 저널리스트답게 정보 위주로 소개하거나 추적한 것이 아니다. 샤의 폭압 체제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그 속의 사람들은 어떤 두려움을 느끼면서 공포정치의 한 요소로 전락하는..

딸기네 책방 2014.12.30

2014년 가을과 겨울에 읽은 책

49.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인디고 연구소 기획. 궁리 9/28 50. 역사는 현재다- 타리크 알리, 올리버 스톤 대담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9/29 51.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10/5 신비스럽고 재미있다. 52.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박성제. 푸른숲. 10/12 53. 엔데의 유언 54. 3D 프린팅의 신세계호드 립슨, 멜바 컬만. 김소연, 김인항 옮김. 한스미디어. 10/25 55. 시진핑. 소마 마사루. 이용빈 옮김. 한국경제신문. 10/28소설 보듯 잼나게 후다닥 읽은 책. 시진핑 주석 취임 전, 2010년까지의 상황만 담고 있지만 시진핑 얘기 자체가 정말 재미있다. 더불어 잘 모르던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의 최근 정치사를 인물 위..

마을로 가는 사람들

마을로 가는 사람들인간도시 컨센서스. 알트. 12/25 인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인간다운 삶이 영위될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적절한 규모여야 한다. 둘째, 나의 존재감이 희석되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사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참여와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사람과 자연이 호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활이 있는 도시란 확장된 (공공적) 생활세계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선 확장된 생활세계는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주택단지와 구분되는 열려진 공동체 공간(예, 마을)를 만들어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다른 호혜 및 협동경제(예, 생협), 문화적으로는 상업화된 문화와..

딸기네 책방 2014.12.25

찰스 몽고메리,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찰스 몽고메리. 윤태경 옮김. 미디어윌. 12/14 1920년대 자동차 단체들은 도시안전위원회와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단체들은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 잘못이라고 선전했다. 거리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행위는 ‘무단횡단'이라는 죄스러운 이름이 붙고, 법으로 범죄라고 규정당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거리가 더 이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다. (118쪽) 수십 년간 도시공학자들은 보도와 자동차 도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요소를 제거하고, 도로 폭을 넓혔다. 곁보기에는 당연해보이는 해법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1920년대부터 자동차 업계가 유도한, 직선으로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의 비중을 높이..

딸기네 책방 201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