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지그문트 바우만, '모두스 비벤디'

모두스 비벤디-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한상석 옮김. 후마니타스 로자 룩셈부르크는 어느 한 유형의 자본주의가 식량 고갈로 사멸하는 모습, 즉 자신이 뜯어먹던 '타자성'의 마지막 풀밭까지 먹어 치우고는 굶어 죽는 모습을 예견했다.그러나 1백 년이 지난 후 근대성이 지구를 정복하면서 나타난 치명적인,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상황인 것 같다. 자본주의 시장이 정복한 새로운 전진기지마다 땅과 일터, 공동체적 안전망 등을 이미 박탈당한 사람들의 무리에 수많은 사람이 새로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세계를 정복함으로써 불필요해진 사람들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나 지금은 지구의 관리 능력을 넘어설 지경이다. (50-51쪽) 금..

딸기네 책방 2015.06.08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저는 제가 사회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인도에 갔을 때 극심한 가난을 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자인데도 말입니다. 미국을 다닐 때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참담한 가난도 보았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공산주의 독재자도 보았고, 공산국가에서 행해지는 압제와 핍박도 보았습니다. 나치의 학살 터에 갔을 때 희생자 명단에서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들을 보았습니다. 그때 나는 사민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나스 요나손의 을 깔깔거리며 읽다가 내친 김에 이 작가의 후속작인 까지 읽었다. 재미났다. 그러다가 관심이 올로프 팔메에까지 미쳤다. 전화번호를 버젓이 전화번호부에 실어 누구든 전화할 수 있게 했다는 총리, 경호원도 없이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총에 맞아 암살..

딸기네 책방 2015.06.07

사카이 나오키, '일본, 미국, 영상'

일본, 영상, 미국사카이 나오키. 최정옥 옮김. 그린비 반짝이는 분석, 너저분한 일어 직역 번역. 일본식 한자어 그대로 나오고, 문장은 어수선. 하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 했던 책. 동아시아에 남아 있는 식민주의를 마디마디 곱씹어본다. 사카이 나오키의 책들을 주르르 보관함에 넣었다. 임지현과의 대담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 패스. 언제 절판될 지 모르니, 조만간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식민주의는 사람들 간에 차별을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관계는 개인의 태도나 심리를 규정하도록 작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식으로 인구를 양분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오늘날 식민지성이 이 정도까지 중요시되는 까닭은, 근대가 되어 신분에 의한 상하관계에서 해방되어 있었던 인간을, 우월감과 열등감을..

딸기네 책방 2015.05.26

박하사탕, 광주, 자위대

마침 5.18 무렵에 사카이 나오키의 을 읽게 됐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지만 책을 다시 펼치는 데에는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시일 뒤처진 '광주 이야기' 혹은 '광주를 이해하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꼭! 새겨들어야 할 분석이라는 점에서 옮겨둔다. 나는 영화 「박하사탕」을 보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철길에 선 어떤 남성의 얼굴, 절망한 표정만이 기억날 뿐이다. 일본 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학자 사카이 나오키는 이 영화를 통해 광주를 곱씹고, 자신의 눈으로 광주를 바라본다. 나로서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민주주의라는 언어의 유래를 구하는 작업에 커다란 의의를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였기에 광주를 방문한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그 실천의 본거..

딸기네 책방 2015.05.26

에티엔 발리바르, '우리, 유럽의 시민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재발명에티엔 발리바르.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 오래 전에 읽었는데, 정리해놓은 줄 알았더니 까묵고 스크랩도 안 해놨네. 갑작스럽게 필요가 생겨서 베껴놓음. 유럽은 모든 점에 있어서 다수적이다. 유럽은 항상 복수의 종교적,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소속들 사이의 긴장의 본고장이자 역사에 대한 복수의 독해 및 나머지 다른 세계와의 복수의 관계양상의 본고장이었다. 그것이 아메리카주의이든 오리엔탈리즘이든, '북유럽' 법체계의 소유적 개인주의이든 아니면 지중해 지역 가족 전통의 '부족주의'이든 간에 말이다. (26쪽) 유럽은 발칸의 상황을 자신의 가슴에 이식된 괴물로, 곧 저발전이나 공산주의의 병리적인 잔재로 인지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역사의 한 이미지나 효과로 인..

딸기네 책방 2015.05.26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착한책가게 한동안 책만 펼치면 아마티아 센, 그 후 몇 년 동안은 베블런, 그 다음에는 폴라니. 너무 유행하는 거라 안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발에 걸리는 걸 안 읽으면 자꾸 넘어지니 책 챙긴 김에 읽었다. 별로 재미는 없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기술, 경제 조직,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힘들이 순서대로 서로 엮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여러 발명품들의 출현이었고, 그 다음에는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직하기 위한 운동이 나타났다. 맨 마지막으로 여기에 과학이 결합된 것은 거의 1세기가 지난 뒤의 일이지만 그 효과는 실로 폭발적이었다. 그 뒤에는 이 세 가지 모두에 가속도가 붙었다. -..

딸기네 책방 2015.05.22

스테파노 리베르티, '땅뺏기'

땅뺏기 Land Grabbing스테파노 리베르티. 유강은 옮김. 레디앙 번역자 이름만 보고도 고를 수 있는 책이 있다. 내게는 유강은이라는 번역자가 그런 사람이다. 국제문제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번역하는 분이고(물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며 일면식도 없다) 하워드 진의 책들을 많이 옮겼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땅뺏기' 실태를 다루고 있다. 부제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또다른 이유- 새로운 식민주의 현장을 여행하다'이다. 마다가스카르 대우 사태를 비롯해, 한국은 이런 문제제기에서 자유롭기는커녕 손가락질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에티오피아의 셰이크들 여기는 아와사 Awassa,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300킬로미터 떨어진 에티오피아 지구대 Ethiopian Rift..

딸기네 책방 2015.05.19

앨런 와이즈먼, '인구쇼크'

앨런 와이즈먼의 를 읽었다. 와이즈먼의 책은 부터 시작해 세 권째인데 모두 재미있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것은 역시나 이었고, 이번 책은 뭐랄까, 재미는 있지만 좀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인구문제라는 것이 환경문제, 기후변화 등과 다 이어져 있는 탓이겠지만. [스크랩] 프리츠 하버와 화학무기 프리츠 하버의 비료 합성법은 대단히 엄청난 발견이었기 때문에 그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1918년 전쟁이 끝나자마자 논란이 벌어졌다. 전쟁 중에 하버는 적의 참호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자고 독일군에게 처음 제안한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이어서 그 작전을 지휘하는 자리에 올랐다. 역시 화학자였던 그의 아내는 남편이 염소가스와 머스터드가스 공격을 지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기네 책방 2015.04.14

푸드 앤 더 시티

푸드 앤 더 시티 제니퍼 코크럴킹. 이창우 옮김. 삼천리 아주 재미있다. 번역 문장이 매우 엉성하지만 지나쳐가며 읽으면 되고. 내용이 뭐랄까, 신난다!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내용. 산업적 식품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빈민에게 식량을 공급하여 기아를 퇴치하고 세계의 굶주림을 끝내겠다며 허세를 부렸지만 그저 문제를 엄청나게 크게 키웠을 뿐이었다. 지구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쥐어짜듯이 엄청난 농직물을 생산하면서 토양이 고갈되고 침식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누구는 과식을 하고 누구는 영양실조에 걸리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유전자변형(GM) 식품과 농직물을 전 세계의 기아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사람들한테서 똑같은 주장을 듣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중산층이 노동..

딸기네 책방 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