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도시의 로빈후드

도시의 로빈후드- 뉴욕에서 몬드라곤까지, 지구를 바꾸는 도시혁명가들박용남. 서해문집. 11/28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자동차 정점 이론(Peak car)을 둘러싼 논쟁이 아주 거세다. 1인당 자동차 주행거리(1년 동안의 자동차 주행거리를 인구 수로 나눈 것)가 적어도 8개 주요 선진국에서 정점에 도달했다는 가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자동차 주행거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보유 대수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자동차 인프라를 계속 확대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관리하고 있다.(16쪽) 투자회사 어드바이저 퍼스펙티브의 더그 쇼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주행거리가 2005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3년 4월까지 약 9% 하락했다." 이는 1995년 1월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17쪽) ..

딸기네 책방 2014.11.30

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

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 앙드레 지드. 김중현 옮김. 한길헤르메스 제목에 혹해서 샀는데(라고 쓰고 보니 산 지 2년도 지나서 읽은 듯;;) 왜 사서 왜 읽었나 모르겠다. 앙드레 지드라니. 과 을 읽던 10대 시절 이후 대체 얼마 만에 접하는 이름인가. 책은 1925년 지드가 콩고 강 유역(오늘날의 콩고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차드 등지)을 여행하면서 남긴 짤막한 일기들을 모은 것이다. 그 시절 지드의 책들이 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듯, 이 책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이런 종류의 여행기로선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극적인 사건도 없고, 번역 문장도 곳곳에서 목에 걸렸다. 지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중부 아프리카의 풍경은 대개는 적막하고 황량하다..

딸기네 책방 2014.11.30

뒤늦게 읽은 '대국굴기'

대국굴기-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패러다임.왕지아펑 외. 양성희, 김인지 옮김. 크레듀. 11/3 참고할 게 좀 있어서 말로만 듣던(그리고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의 연원을 따지자면 2006년 중국중앙방송(CCTV) 경제채널을 통해 라는 다큐멘터리가 모태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나중에 책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다큐가 방송됐고, 책 역시 번역됐다. 그러면서 ‘세계에 우뚝 선 선진 강국’을 뜻한다는 대국굴기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을 하게 됐다고. CCTV 프로그램은 포르투갈·스페인에서 시작해 일본과 러시아와 미국까지, 근대 이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9개 나라의 융성 과정을 소개한 역사물로 강국들이 각기 나름의 역사적 발전 경로를 선택하게 된 배경과 성공요..

딸기네 책방 2014.11.04

엔데의 유언

“돈은 전능합니다!" 설교자가 외쳤다. “인간들은 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맺어집니다. 돈은 모든 것을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정신을 물질로,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며 돌을 빵으로 만들고, 무에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돈은 스스로 영원히 자기증식을 합니다. 돈은 전능하며, 돈은 신이 우리에게 강림한 모습이며, 돈은 신입니다! (중략) 이 모든 부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십니까? 잘 들으십시오. 부는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수익에서 옵니다.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이익을 지금 우리가 당겨서 누리는 것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미래의 수익은 커지고, 미래의 수익이 클수록 ‘지금’ 가질 수 있는 것 역시 많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우리 자신의 채권자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딸기네 책방 2014.11.02

역사는 현재다

역사는 현재다-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역사에 대하여타리크 알리-올리버 스톤 대담.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두 사람의 대담이지만, 주로 스톤이 묻고 타리크 알리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스톤의 작품을 본 적이 없는데다 그의 아내가 한국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담은 재미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알리의 신랄한 증언 혹은 비평이 콕콕 박힌다. 20세기를 관찰해온 두 사람의 대담은 흥미진진하다. 과거를 말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역사는 현재다.' 사건들은 사라지지 않으며,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믿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억압을 되풀이하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레오폴드 왕은..

딸기네 책방 2014.10.14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넌 달빛을 받아 반짝이던 연못의 수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지. 그런 네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물에 비치는 달빛 같은 사람이라야 너의 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준비에브, 애인 있어?" 넌 깔깔대고 웃으며 고개만 내저었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 계절은 꽃을 피우고, 한 계절은 열매를 맺고, 다시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주었지.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생 텍쥐페리의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 보다, 나는 이 구절이 실린 라는 책을 더 좋아했다. 특히나 저 문구의 마지막 문장,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버스커버스커의 을 연상케 하는 청춘의 한 때. 먼 훗날 우리 삶을 돌아보면서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적어도 삶의 어느 한 때에 나는 인생이 그렇게 쉽다 생각했다고, 웃으며 ..

딸기네 책방 2014.10.13

<위험한 여행> 역시 토베 얀손!

요니가 갖고 있는 무민 책은 7권짜리 시리즈인데 꽤 길고,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나는 아직 무민 시리즈를 다 읽지 않았다. 그저 어릴 적 '친구네 집에 있었던 재미있는 책'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책을 꼭 '읽어야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겨본다.) 암튼 최근에 간만에 읽은 토베 얀손 책,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저 고양이 변신한 꼴 좀 보소. 그리고 모름지기 여자주인공이란, 특히 어린 소녀 주인공이란, 못된 맛이 있어야 매력적인 법. "푸른 것은 싫어. 따분해. 가장 무서운 게 왔으면." 그리고 무서운 게 온다!!! ㅎㅎㅎ 요니가 보던 책에는 어린아이가 얼어버리고, 녹이고, 막 그런 것들도 나오던데...엽기발랄한 이런 책들 참 좋..

딸기네 책방 2014.10.06

지그문트 바우만,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바우만 인터뷰, 그 다음은 타리크 알리-올리버 스톤 대담, 그러고 나서 '엔데의 유언'을 읽고 있는데 회사에 나눔문화 허택 선생님이 이반 일리치의 책을 놓아두고 가셨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줄줄이 이어지니... (궁리)는 인디고연구소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을 몇 차례 찾아가 기획 인터뷰를 한 것을 묶고, 거기에 바우만을 연구한 이들의 글을 덧붙인 것이다. 요 몇년 새 바우만의 글을 읽었는데, 비록 몇 권 되지는 않지만 모두 다 흥미진진했다.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책을 가지고 갈 것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페렉의 『인생사용법』, 보르헤스의 『미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선택할 테지만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 중 꼭 하나를..

딸기네 책방 2014.09.30

내 인생의 책들

페이스북에서 '내 인생의 책들' 릴레이가 벌어지네요. 저도 어느 분으로부터 지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책들...은 꼽기가 좀 힘들고... 책보다는 겜에 들인 시간이 더 많았으니 ㅠㅠ '내 인생의 겜(퍼즐)들'을 꼽아볼게요. 1. 테트리스오락실 테트리스 기준, 최고기록 52레벨. 나, 오락실서 겜 하고 박수 받아본 사람... 다만 기계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함정이... 2. 지뢰찾기젤 큰 판 기준, 최고기록 84초. 요샌 늙어서 기록 확 떨어짐 ㅠㅠ 3. 헥사점수가 2의 (n-1)승으로 올라가죠. 컴으로는 단번에 점수 내고 장렬히 전사하는 방식으로 100만단위 내봤고, 오락실서는 돈을 아껴야 하므로 무조건 질질 끌기로 버텼던 기억이... 4. 2048일전에 페북에 인증샷 올렸죠. 131,0..

세르주 라투슈, '탈성장 사회'

탈성장 사회- 소비사회로부터의 탈출세르주 라투슈. 양상모 옮김. 오래된생각. 8/29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로 기만하지 말라, '발전'은 그 자체로 '지속 불가능함'을 내포하고 있다! 탈성장이라고 말하라. 그 말뜻이 와닿지 않는다고? 이상한 번역어라고? 그렇다면 누구나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의,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라! '스와데시'라고, '피드나'라고, '밤타레'라고, '수막 카우사이'라고! 탈성장에 대한 책은 몇 권 봤지만 그래도 또 재미있다!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탈성장이 가지는 사회 질서 파괴의 잠재력을 중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종종 탈성장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흐름 속에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탈성장이라는 슬로건이 탄생한 동기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확장적 용법이 만들어내는 기만에서 ..

딸기네 책방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