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2014년 가을과 겨울에 읽은 책

49.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인디고 연구소 기획. 궁리 9/28 50. 역사는 현재다- 타리크 알리, 올리버 스톤 대담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9/29 51.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10/5 신비스럽고 재미있다. 52.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박성제. 푸른숲. 10/12 53. 엔데의 유언 54. 3D 프린팅의 신세계호드 립슨, 멜바 컬만. 김소연, 김인항 옮김. 한스미디어. 10/25 55. 시진핑. 소마 마사루. 이용빈 옮김. 한국경제신문. 10/28소설 보듯 잼나게 후다닥 읽은 책. 시진핑 주석 취임 전, 2010년까지의 상황만 담고 있지만 시진핑 얘기 자체가 정말 재미있다. 더불어 잘 모르던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의 최근 정치사를 인물 위..

마을로 가는 사람들

마을로 가는 사람들인간도시 컨센서스. 알트. 12/25 인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인간다운 삶이 영위될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적절한 규모여야 한다. 둘째, 나의 존재감이 희석되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사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참여와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사람과 자연이 호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활이 있는 도시란 확장된 (공공적) 생활세계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선 확장된 생활세계는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주택단지와 구분되는 열려진 공동체 공간(예, 마을)를 만들어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다른 호혜 및 협동경제(예, 생협), 문화적으로는 상업화된 문화와..

딸기네 책방 2014.12.25

찰스 몽고메리,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찰스 몽고메리. 윤태경 옮김. 미디어윌. 12/14 1920년대 자동차 단체들은 도시안전위원회와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단체들은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 잘못이라고 선전했다. 거리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행위는 ‘무단횡단'이라는 죄스러운 이름이 붙고, 법으로 범죄라고 규정당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거리가 더 이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다. (118쪽) 수십 년간 도시공학자들은 보도와 자동차 도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요소를 제거하고, 도로 폭을 넓혔다. 곁보기에는 당연해보이는 해법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1920년대부터 자동차 업계가 유도한, 직선으로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의 비중을 높이..

딸기네 책방 2014.12.14

도시의 로빈후드

도시의 로빈후드- 뉴욕에서 몬드라곤까지, 지구를 바꾸는 도시혁명가들박용남. 서해문집. 11/28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자동차 정점 이론(Peak car)을 둘러싼 논쟁이 아주 거세다. 1인당 자동차 주행거리(1년 동안의 자동차 주행거리를 인구 수로 나눈 것)가 적어도 8개 주요 선진국에서 정점에 도달했다는 가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자동차 주행거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보유 대수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자동차 인프라를 계속 확대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관리하고 있다.(16쪽) 투자회사 어드바이저 퍼스펙티브의 더그 쇼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주행거리가 2005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3년 4월까지 약 9% 하락했다." 이는 1995년 1월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17쪽) ..

딸기네 책방 2014.11.30

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

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 앙드레 지드. 김중현 옮김. 한길헤르메스 제목에 혹해서 샀는데(라고 쓰고 보니 산 지 2년도 지나서 읽은 듯;;) 왜 사서 왜 읽었나 모르겠다. 앙드레 지드라니. 과 을 읽던 10대 시절 이후 대체 얼마 만에 접하는 이름인가. 책은 1925년 지드가 콩고 강 유역(오늘날의 콩고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차드 등지)을 여행하면서 남긴 짤막한 일기들을 모은 것이다. 그 시절 지드의 책들이 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듯, 이 책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이런 종류의 여행기로선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극적인 사건도 없고, 번역 문장도 곳곳에서 목에 걸렸다. 지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중부 아프리카의 풍경은 대개는 적막하고 황량하다..

딸기네 책방 2014.11.30

뒤늦게 읽은 '대국굴기'

대국굴기-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패러다임.왕지아펑 외. 양성희, 김인지 옮김. 크레듀. 11/3 참고할 게 좀 있어서 말로만 듣던(그리고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의 연원을 따지자면 2006년 중국중앙방송(CCTV) 경제채널을 통해 라는 다큐멘터리가 모태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나중에 책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다큐가 방송됐고, 책 역시 번역됐다. 그러면서 ‘세계에 우뚝 선 선진 강국’을 뜻한다는 대국굴기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을 하게 됐다고. CCTV 프로그램은 포르투갈·스페인에서 시작해 일본과 러시아와 미국까지, 근대 이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9개 나라의 융성 과정을 소개한 역사물로 강국들이 각기 나름의 역사적 발전 경로를 선택하게 된 배경과 성공요..

딸기네 책방 2014.11.04

엔데의 유언

“돈은 전능합니다!" 설교자가 외쳤다. “인간들은 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맺어집니다. 돈은 모든 것을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정신을 물질로,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며 돌을 빵으로 만들고, 무에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돈은 스스로 영원히 자기증식을 합니다. 돈은 전능하며, 돈은 신이 우리에게 강림한 모습이며, 돈은 신입니다! (중략) 이 모든 부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십니까? 잘 들으십시오. 부는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수익에서 옵니다.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이익을 지금 우리가 당겨서 누리는 것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미래의 수익은 커지고, 미래의 수익이 클수록 ‘지금’ 가질 수 있는 것 역시 많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우리 자신의 채권자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딸기네 책방 2014.11.02

역사는 현재다

역사는 현재다-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역사에 대하여타리크 알리-올리버 스톤 대담.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두 사람의 대담이지만, 주로 스톤이 묻고 타리크 알리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스톤의 작품을 본 적이 없는데다 그의 아내가 한국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담은 재미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알리의 신랄한 증언 혹은 비평이 콕콕 박힌다. 20세기를 관찰해온 두 사람의 대담은 흥미진진하다. 과거를 말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역사는 현재다.' 사건들은 사라지지 않으며,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믿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억압을 되풀이하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레오폴드 왕은..

딸기네 책방 2014.10.14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넌 달빛을 받아 반짝이던 연못의 수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지. 그런 네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물에 비치는 달빛 같은 사람이라야 너의 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준비에브, 애인 있어?" 넌 깔깔대고 웃으며 고개만 내저었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 계절은 꽃을 피우고, 한 계절은 열매를 맺고, 다시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주었지.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생 텍쥐페리의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 보다, 나는 이 구절이 실린 라는 책을 더 좋아했다. 특히나 저 문구의 마지막 문장,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 버스커버스커의 을 연상케 하는 청춘의 한 때. 먼 훗날 우리 삶을 돌아보면서 '인생은 그렇게 쉬웠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적어도 삶의 어느 한 때에 나는 인생이 그렇게 쉽다 생각했다고, 웃으며 ..

딸기네 책방 2014.10.13

<위험한 여행> 역시 토베 얀손!

요니가 갖고 있는 무민 책은 7권짜리 시리즈인데 꽤 길고,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나는 아직 무민 시리즈를 다 읽지 않았다. 그저 어릴 적 '친구네 집에 있었던 재미있는 책'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책을 꼭 '읽어야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겨본다.) 암튼 최근에 간만에 읽은 토베 얀손 책,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저 고양이 변신한 꼴 좀 보소. 그리고 모름지기 여자주인공이란, 특히 어린 소녀 주인공이란, 못된 맛이 있어야 매력적인 법. "푸른 것은 싫어. 따분해. 가장 무서운 게 왔으면." 그리고 무서운 게 온다!!! ㅎㅎㅎ 요니가 보던 책에는 어린아이가 얼어버리고, 녹이고, 막 그런 것들도 나오던데...엽기발랄한 이런 책들 참 좋..

딸기네 책방 201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