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제국의 폐허에서-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

제국의 폐허에서-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판카지 미슈라.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1/29 조너선 스펜스의 을 '범아시아 버전'으로 읽은 듯하다. 실제로 등장인물 중 중국의 상당수(캉유웨이, 량치차오, 천두슈 등)가 겹치기도 한다. 인도 출신인 저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공격과 지배'를 받았던 아시아가 서양을 이기기 위해 어떤 고민과 모색을 했는지 보여준다. 아시아 대륙의 이 끝과 저 끝을 오가는 '근대 초기 아시아 사상가들의 지적 편력'이 화려하고 또한 음울하게 전개된다. 이 지적편력기의 주인공은 크게 두 사람이다. 이슬람권에 두고두고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이슬람 테러범들'로 숱하게 폄하되는 정치적 이슬람주의의 창시자 격인 알 아프가니가 첫번째 인물이다. 알 아프가니..

딸기네 책방 2014.01.29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이선혜 옮김. 이레. 1/27 오래전(생각해보니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네) 카길을 다룬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를 읽고 나서 "누가 몬산토에 대해서도 이런 책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끄적거린 적이 있었다. 바로 그런 책, 카길보다 몇배나 더 무서워보이는 몬산토에 대해 파헤친 책이 2008년인가 나왔는데 계속 게으름피우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다. GMO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몬산토같은 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멋대로 주무르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것.

딸기네 책방 2014.01.27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

강압의 도구가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국가적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국제적인 장에서 이 도구를 계속 사용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이나 피해를 입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인간을 죽이고 불구로 만드는 것, 인간의 주거지를 비롯한 여러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아무리 다른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어떤 민주적 목표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융성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계몽이 확대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실제적인 관계에 대한 의식이 커질 때만 가능합니다. 타인의 존엄이 손상되면, 여러 인간 중 하나인 자신의 존엄도 줄어든다는 각성이 생겨야 하는 겁니다. 전쟁의 파괴 과정 자체를 세계의 진보라는 희망과 열망과 꿈을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

딸기네 책방 2014.01.23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 칠레, 또 다른 9·11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의 쿠데타군에 숨지기 전, 마지막 방송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서해문집)에는 아옌데의 저 말이 붙어 있다. "라디오 마가야네스는 곧 끊어질 것이고, 차갑게 식은 금속 장치에 갇혀 제 목소리는 더 이상 여러분들에게 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겠지요. 저는 언제까지나 여러분들 곁에 있을 겁니다. 적어도 이 나라를 사랑하는 존엄성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가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민중은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스스로를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민중은 무너지거나 총탄세례에 쓰러져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민중에게 굴욕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를 믿고 칠레의 운명을 믿습니다. ..

딸기네 책방 2014.01.22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노동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최희봉 옮김. 부키 한 해의 마지막 책. 정말 올해엔 읽은 권수가 부끄러운 수준이고나. 지선이 덕분에 알게 되어 주문해 읽었는데,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나름 ‘호황’이었다는 2000년 무렵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 ‘아줌마 기자’가 직접 낯선 도시로 날아가 체험해보고 책으로 썼다. 에런라이크는 국내에는 으로 더 먼저 알려졌던 것 같은데, 실제로 쓴 것은 이 더 먼저라고. 체험의 강도, 그 용기와 실천력은 기자로서 본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 저널리스트의 체험담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너무나 절절하다.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밑바닥 바로 위(이 비참한 현실조차드 사회의 바닥이 아니라는 것!)의 임금을 받아가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그렇게 생활의 수지타..

딸기네 책방 2013.12.28

2013년 읽은 책들

이젠 독후감도 안 쓰고...가 아니고 책도 잘 안 읽고. 올초엔 이사한다 뭐한다 바빴다 치고. 가을에도 또 이사한다 뭐한다 바빴다 치자 -_- 1. 타쉬 - 사브리예 텐베르켄. 엄정순 옮김. 샘터사 2/28 마음에 많이 남아서, 이 이야기의 전편 격이라 할 수 있는 텐베르켄의 을 사서 읽고 있다. 2. 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조 트로드, 알렉스 켄트 윌리엄슨. 이병무 옮김. 다반5/6 3.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 - 이젤딘 아부엘아이시. 이한중 옮김. 낮은산 5/19 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이난아 옮김. 푸른숲주니어. 5/21 5. Freedom Next Time: Resisting the Empire- John Pilger 5/21 ..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다시 읽다

사카이 나오키, 니시타니 오사무의 을 읽고 있다. 읽기 시작한지 오래됐는데 집중하지 못한 채 몇달째 두 달 넘게 질질 끌고 있다. 아무래도 쉽지 않다. 이런 종류의 변경의 지식인, 혹은 이동하는 지식인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 않거니와, 그래서 그들의 문제의식이나 논의에 생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뿐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들 대부분이 무지한 나는 별로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이 책 이야기가 아니라, 두 지식인들이 책에서 말하는 미야자와 겐지 이야기가 신선했다. 징병된다는 것은 '죽이러 간다는 뜻'이라는 섬뜩하고도 처절한 통찰력이라니. 미야자와의 동화는 어릴 적 계몽사 동화집에서 접했고, 커서도 어찌어찌 시나 동화 따위를 찾아 읽었다. 제법 멋있게 ..

딸기네 책방 2013.10.17

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조 트로드, 알렉스 켄트 윌리엄슨. 이병무 옮김. 다반 5/6 벤저민 스키너의 이 르포로 구성된 노예제 추적기라면, 이 책은 통계자료와 개념과 국제법과 국제 규약을 가지고 현대판 노예제의 실태를 전한다. 르포가 아닌 보고서에 가깝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따지자면 스키너의 책이 훨씬 앞선다. 하지만 스키너의 책이 미국 정부의 노예제에 대한 입장과 세계 각지 노예 현실 르포를 뒤섞어 산만한 느낌이 드는 데 비해 이 책은 건조하지만 훨씬 짜임새 있다. 학자들의 '보고서'이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은 먼저 노예제를 철폐하기 위한 싸움의 역사를 소개하고, 현대의 ‘노예제’라는 이 낯익고도 낯선 개념에 대한 정의와 다양한 형태들을 소개..

딸기네 책방 2013.08.02

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

아마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옛이야기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언어학자 니콜라스 파라클라스는 우리 사회에 대해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굶주림도, 노숙도, 실업도 없는 사회, 필요할 때면 공동체가 언제든지 그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느긋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결정권자들이 필요가 있을 때만 다스리고, 다스릴 때도 공동체의 의론과 합의와 승인을 얻어서만 다스리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여자들이 생산과 생식의 수단을 조절하고 집안일은 최소한이 되고 육아는 하루 24시간 필요할 때마다 구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범죄가 거의 없거나 아주 없고, 공동체의 갈등은 죄의식이나 형벌 같은 개념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에 ..

딸기네 책방 201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