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예닌의 아침. 수전 아불하와. 왕은철 옮김. 푸른숲. 2/3
팔레스타인, 예닌, 사틸라. 이런 지명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비극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책에 묘사된 비극의 깊이는 너무 깊고 생생해서 '예측'을 뛰어넘는다.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너무 슬픈 이 이야기를 '소설'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비극.
번역은 매끈하고 훌륭한데, 번역가가 아랍이나 팔레스타인에 대해 잘 몰랐던 듯. 이집트의 국민가수 움 칼툼을 문자 그대로 '칼트훔 어머니'라고 해놓고, 영어식으로 '시더 나무(백향목)', '배질(바질 -_-)' '허머스(아랍음식 후무스)' 해놓은 게 좀 거슬린다. 아라파트가 이끌던 '파타'를 '파테'라고 틀리게 쓴 것도 옥의 티.
14. 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이세현 옮김. 새잎. 2/16
굴러다니는 것 주워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방금 요니가 책 표지 보더니 "이거 영화로도 나온 거네요" 한다. 검색해보니 정말이네. 요니는 옆에서 노예제 다룬 바버라 스머커의 '쥬릴리'를 읽고 있다. 내가 요니만했을 때 읽었던, 누렇게 빛바랜 그 책으로.
15. 첼리스트 코오슈. 미야자와 겐지. 신지식 옮김. 루덴스 2/24
한 편 한 편이 모두 주옥같은 동화집. 왕년의 번역가, 영어로 된 책의 번역자로 줄곧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은 일어책을 중역했던(나는 <빨강머리 앤> 시리즈 10권을 모두 이 분 번역으로 읽었다;;) 신지식 님의 번역과 후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16.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이난아 옮김. 푸른숲. 2/26
아이 재밌어.
17.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27
18. 누군가 갑자기 문을 두드린다. 에르가르 케레트. 장은수 옮김. 문학동네. 3/7
재미있다. 이스라엘 작가의 소설집인데 경쾌하지는 않고, 시큼털털하다. 이 책의 단편들도 신산하긴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이 정도의 발랄함조차 사치이리라는 생각이 드니. 어쨌든 블랙유머 좋아하는 분들께는 추천. 다만 읽다가 순간순간 섬뜩해지는 수가 있습니다.
19. 우리, 유럽의 시민들? 에티엔 발리바르.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 3/12
재미있었다. 많이 재미있었다. 이 좋은 내용을 이렇게 비비 꼬아 설명할게 뭐람- 이라고 말하면 우리의 발마스님이 화내실 지 모르지만 번역의 문제는 아니므로. ㅎㅎ
이주/국경/시민권의 문제에 대한 발리바르의 지적들이 아주 콕콕 찌르는데 이게 어디 유럽만의 문제일리가. 우리, 국경 있는 나라에서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거리여야 마땅한 문제들이다. 마지막 부분, 동유럽을 향한 유럽(서유럽)의 제국주의적 정책과 러시아 배제에 대한 뷰분은 요즘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떠올리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20. 안트베르펜. 로베르토 볼라뇨. 김현균 옮김. 열린책들 3/13
책 앞날개의 저자소개가 딱 열린책들답다 싶은 허풍으로 넘쳐날 때부터 의심스러웠다. 뭐가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작가이고 최후의 작가야. 그냥 '작가'이지. 재미 없었음. 내 취향 아님.
21. 팔레스타인의 눈물. 수아드 아미리 외. 자카리아 무함마드, 오수연 엮음. 아시아. 3/14
앞쪽 글들은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단편 혹은 에세이들이고 맨 마지막 글은 아라파트가 아직 살아있던 시절 이스라엘의 라말라 침공을 다룬 기록이다. 모두 재미있다. 재미...라고 말하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뿌리 뽑히고 얻어맞고 고문당하고 떠도는 이들의 삶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들을 모아놓은 것같은 느낌이다.
22. 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임희근 옮김. 현대문학. 3/17
읽는 동안 인내가 좀 필요했다. 지겨워서. 처절해서.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흥미진진하지도 않다. 그런데 극적이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성의 독백 위주로 돼 있다. 저자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는데, 그래서인지 모노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같다.
아프가니스탄 작가의 책은 처음인 듯싶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스물 두 살에 고향을 떠난, 아프간 출신의 프랑스 작가라 하는 편이 맞겠지만. 남성 작가의 소설인데 여성성이 철철 넘쳐난다. 책은 1980년대, 아마도 옛소련에 맞선 '항쟁'이 벌어지던 시기의 아프간 같다. 혹은 탈레반 류의 군벌들이 설쳐대던 1990년대 내전 시기의 아프간일 수도 있고, 미국의 침공이 끝나지 않았지만 한쪽에선 여성 억압이 계속되는 지금의 아프간일 수도 있다. 아무튼 무겁고 어둡고 끈끈하다.
23. 자비를 팔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김정환 옮김. 모멘토 3/18
히친스의 책은 오래전에 <키신저 재판> 읽어본 게 전부다. 2005년에 포린폴리시 등이 뽑은 세계의 지성 100명 중 5등 했다고 해서 "뭘 5등씩이나" 했던 게 생각난다. (여담이지만 국제뉴스 읽을 때 '포린폴리시'가 인용돼 있으면 일단 한겹 접고, 싼티구나~ 하면서 넘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암튼 잘나갔더라면 하워드 진이나 노엄 촘스키같은 인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이크 데이비스 정도는 되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히친스는 어느 순간 네오컨으로 돌변했고(스스로는 아니라 한다지만)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공격을 찬성하고 나섰다. 사담 후세인 같은 자는 남의 힘으로라도 처단하는 게 이라크인들에게 좋다, 이런 논리였으니 네오컨과 다를 바는 없었던 듯. 영국 출신인 히친스는 그러고 나서 1년 뒤인 2003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자비를 팔다>는 그런저런 일들이 벌어지기 한참 전, 1995년에 쓴 책이다. 마더 테레사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독설을 퍼붓지만 책은 그냥 그랬다. 굳이 마더 테레사를 비판할 거 있나, 종교 자체를 비판해야지- 그래서 실제로 히친스는 뒤에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썼는데, 어째 나로선 그 책은 읽게될 것같지는 않다.
24. 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주헌 옮김. 김영사. 3/19
<총균쇠>나 <문명의 붕괴>보다는 확실히 밀도가 떨어지고, 연구서라기보다는 기나긴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중반부까지 넘기면서 기대 이하라는 생각을 좀 했다. 하지만 무려 700쪽이 넘는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감상은 또 다르다.
오랜세월 새 관찰자로, 생물학자로, 인류학자로 살면서 뉴기니 등의 '전통사회'를 지켜본 저자가 그들 전통사회 주민들에게 갖고 있는 애정과, 그들의 삶에 남아 있는 보석같은 것들을 어떻게든 비전통사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파 하는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통사회 여러 부족들의 일화나 정보들도 책 읽는데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준 듯.
25. 투사를 위한 철학. 알랭 바디우. 서용순 옮김. 오월의봄. 3/21
명쾌하고 재미있다. 앞의 옮긴이 해제가 더 어렵다.
26.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마이클 에드워즈 윤영삼 옮김. 다시봄. 3/22
27. 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폴 폴락 지음. 박슬기 옮김. 새잎.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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