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856

석유와 이라크 전쟁

이라크 하면 석유가 떠오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이라크전쟁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 내 주변에 계신 분들 중에 이라크전과 석유의 관계를 쓰라는 분들이 있으시다. 그 분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싸운다"라는 식의 아주 단순한 구도인데,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한 국가의 이익이라는 것은 보통 장기적 전략적인 것이고, 당장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무진장 퍼가려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단순논리로는 국가라는 행위자의 모든 행동을 일관되게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라크 전쟁의 본질은 석유전쟁이다. 조지 W 부시와 콜린 파월이 수차례 "이라크 공격 목적은 석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라크전쟁이 석유전쟁이라는 데..

푸핫... 가디언에 실린 '사담-부시 가상 대담'

사담 vs 부시!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에 실린 가상대담임다. 어제 사담이 부시한테 공개토론 제안했는데 부시가 거절했죠. 가디언이 그걸 재미나게 가상으로 만들어놨네요. 토니 블레어(진행자) : 조지 W. 부시와 사담 후세인의 첫 텔레비전 토론을 뉴욕유엔본부에서 생방송으로 보내 드립니다. 우선 각자 간단한 인사말을 해 주시지요. 부시 : 나의 사악한 친구가 전세계에 자유를 확산하기 위한 위대한 미국 기관중 하나인 유엔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후세인 : 고맙소, 대악마. 오늘의 토론을 통해 평화와 인류의 발전을 향한 이라크 국민의 염원과 중동을 파괴하려는 미국의 열망 사이에서 약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부시 : 대답해야 하나요? 블레어 : 아닙니다. 첫번째 질문은 간단히 말해 "당신은..

바미얀 석불은 어떻게 사라졌나

지난 2001년 3월이었죠. 아프가니스탄이 자랑해온 세계적인 유적, 바미얀 석불(石佛)이 파괴된 것이. 그 소식을 들으면서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을 겁니다. 저는 어릴 적에 컬러사진들이 많이 들어있던 라는 전집류의 책을 봤었는데, 거기 아프간인들의 생활상과 함께 바미얀 석불의 모습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바미얀이라는 이름은 지명을 넘어 저에게는 일종의 '꿈'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모래사막에 서있는 거대한 석불상. 인간의 오만이라면 오만이고, 경외라면 경외라 할 그 거대한 석조물들.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요. 사실 소련 점령시절, 그리고 괴뢰정권 시절에 무너진 아프간을 살리겠다며 들고일어난 탈레반은 출범 당시만 해도 아프간인들의 희..

카타르식 '민주주의'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 석유와 천연가스에 이어 방송이 최대의 수출품인 나라, 무혈쿠데타로 아버지 제끼고 집권한 젊은 왕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을 외치며 개혁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 서방의 예찬을 받았던 그 지표는 결국, 미국의 이라크전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었구나. 예상은 했지만, 참. 미군 중부사령부가 지난해 가을에 카타르로 옮겨갔다. 미군의 각 사령부들은 중부 남부 동부 식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를 얘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세계의 중부와 동부를 가리키는 용어다. 말 그대로 . 그 중에서 중동 지역 작전을 담당하는 것이 중부사령부다. 토미 프랭크스 미군 중부사령관은 이 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언론들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프랭크스는 진작부터 힘없는 콜린 파월을 대신해 중동 외교를 아예..

빈라덴의 참깨

몇해 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참깨 원산지를 속여 판 놈들이 걸려들어왔습니다. 국내 영세 참기름업체들에 수입 참깨를 팔면서 원산지를 '중국'으로 바꿔 표기했다는 거였는데, 그럼 이 참깨의 진짜 산지는 어디냐. 아프리카의 수단이었습니다.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거야 다반사지만, 수단산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다는 얘기는 처음이었죠. 머나먼 수단같은 나라보다는 그래도 가까운 중국산으로 해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잡혀온 놈들 주장은 "모모 기업같은 큰 회사들도 다 수단산 참깨를 쓴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올봄에 이마트에서 기니산 가자미를 사다 먹은 적도 있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생활의 국제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오사마 빈라덴 아시죠. 오사마가 91년 아프간에서 나와 걸..

흑운중의 신월국

黑雲中의 新月國.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흑운이라 하면 먹구름, 신월은 초승달. 초승달은 이슬람의 상징이죠. 초승달이 구름에 싸여 있다, 20세기 초 터키의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동아일보 1920년5월13일자 기사의 제목인데, 옛스럽고 담백한 문체도 재미있지마는 내용도 재미가 있습니다. 저도 신문에 글 쓰는 사람입니다만, 옛날에는 신문 기사를 이렇게 썼나보죠. 같은 격문은 아니더라도, 기사에 드러난 감정의 표현들이 눈에 띄네요. 에 찍어낸다 파낸다 도려낸다 하는 끔찍한 말들이 나오더니, 아래 기사에도 파낸다 처치한다 하는 말귀들이 등장합니다. 월드컵 끝나고 불었을 때 나온 이희철의 책에서 다시 옮겨봅니다. 재미삼아 한번들 읽어보세요. "싸움에 지고 이익 본 것은 없지마는 이번 구주전쟁(제1차 ..

[요르단]페트라, 그리고 돌아오는 길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요르단에 2박3일간 머물면서 '좋은 구경' 정말 많이 했는데, 여행기를 쓰다쓰다 지쳐서...제대로 곱씹을 여력이 없다. 요르단의 압권은 역시나 페트라였다. 인디애나 존스 1편을 찍었던 곳이라는데, 별로 가본 데는 없지만 앞으로 어디를 가든 평생 잊지 못할 곳이라고, 마음 속에 도장을 콱 박아놨다. 협곡을 사이사이 누비고 지나가면 바위틈새로 눈앞에 갑자기 어마어마한 크기의 암벽사원이 턱 허니 나타난다. 붉은 바위를 파들어간 석실이 있고, 윗부분은 앞면(facade)만 있는데 그 등장하는 방식이 가히 충격적이다. 협곡과 사막과 바위산이 섞여 있는 페트라는 너무나 대단하고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하루 종일 모래바람 마시며 입을 벌리고 다녔다. 페트라에 간 날, 이날 하루 동안 14km 정도를..

[이라크]시아파 사원 방문기 (2)

바로 그 후세인의 유골을 안장한 모스크(사진)에 갔더니 이란에서 온 순례객 여성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기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이란에서 왔다, 저들은 파키스탄인들이다라고 구분해 설명해주는 유씨프에게 "내 눈에는 모두 똑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국적을 아느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당신들은 나에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묻지만 우리끼리는 서로 구분한다"고 말해줬다. 유씨프의 설명으로는 흰 옷에 흰 모자를 쓴 사람들은 파키스탄인들이고, 이라크 사람들과 비슷한 옷차림에 단체로 돌아다니며 무슨 책자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이들은 이란인들이란다. 하지를 다녀왔냐고 유씨프에게 물어봤다.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해야 하는 의무사항인데 이라크에서는 45세가 넘어야만 하지를 할 ..

[이라크]시아파 사원 방문기 (1)

원래 모스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라크에 있는 동안 여러곳-정확히 말하면 7군데의 모스크를 돌아다녔다. 앞서 쓴 바 있는 바그다드의 카디미야 황금돔사원과 바라싸의 시아파 사원, 명성 높은 칼리프인 하룬 알 라시드의 부인 주베이다가 잠들어 있는 셰흐마루프 모스크에 들렀고 또 사마라의 칼리프 사원에도 갔었다. 바그다드의 알 카디미야 황금돔 사원 그러나 역시 가장 아름다웠던 건 시아파 지역인 케르발라, 나자프의 사원들이었다. 사실 말은 이라고 했지만 이라크에서는 시아파가 다수이고 순니파가 더 적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이 굳이 따지자면 순니파이기 때문에 시아파 지역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남부에는 특히 시아파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남부 중심도시 디와니야의 시아파들은 1991년 걸프전 때 후세인 정..

[이라크]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 교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몬수르의 알사아 레스토랑에 들렀다. 프라이드 치킨과 햄버거 같은 스낵을 함께 파는 간이 레스토랑 겸 카페인데 세련되고 서구적인 분위기여서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몬수르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인데, 알 사아의 카페 안에서도 데이트하는 남녀들이 여러쌍 보였다. 어떤 이가 라는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라크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우리식과는 전혀 다르다. 차(茶)도 역시 마시는 방법이 다르다. 투르키쉬(Turkish coffee)라고 부르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탄 것인데 독특한 향내가 나고, 가루같은 것이 녹지 않고 씹힌다. 특히 작고 좁은 커피잔의 바닥에는 그 가루가 진흙처럼 가라앉아 있어서, 잘 모르고 끝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