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885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요르단 국왕 압둘라2세의 왕비 라니아랍니다. 미모가 배우 모델 뺨칩니다. 이 여자의 시어머니, 즉 선왕 후세인의 부인 누르 왕비도 미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인물이죠. 라니아 왕비는 팔레스타인 출신입니다. 원래 중동에서 오늘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지역은 '트란스요르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서방의 식민지 분할로 지금은 갈갈이 찢어졌지만요. 1967년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간의 이른바 '6일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에 쏟아져들어왔습니다. 현재 요르단 인구의 60%가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은 한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핍박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훨씬 억세고 영악하고 똑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

싸우러 가는 이라크인들

"우리 땅을 불태우고 내 가족을 죽이는 적에 맞서 싸우러 갑니다." 요르단 암만 시내 알 마하타의 버스터미널에는 25일 이라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라크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전쟁 전에는 바그다드행 고속버스 1-2대가 운행되던 것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개시 이후 이라크인 귀국행렬이 몰려들면서 5-6대로 늘어났다. 노동자 모타즈(23)도 때늦은 눈발이 날리는 정류장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 중 하나였다. 모타즈는 "TV에서 미군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너무 분노하고 긴장돼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 "싸우는 것은 겁나지 않습니다. 가서 싸워야지요." 모타즈의 가족들은 바그다드시 외곽의 안바르에 살고 ..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보낸 편지

이곳에서 많은 것 느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기자로서’ 생각한 것들을 몇개 두서없이 나열해보자면. 기자생활 8년여만에 처음으로, ‘기자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곳도 아닌 중동 땅에 덩그마니 홀로 뚝 떨어진 느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맨땅에 온몸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 내일 일을 모르니 그냥 흘러흘러 발길 가는대로, 그러다가 취재거리를 만나면 취재하고, 이리저리 혼자 돌아다니고. 특히 바그다드에서는 다들 팀을 이뤄서 코디 데리고 돌아다니는데 저 혼자만(전세계 기자들 중에 저 혼자였을 겁니다 아마) 가이드 없이 몰래몰래 스트릿 택시 타고 돌아다녔어요. 위험하다면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듭니다. 몸이 힘..

[요르단]전쟁 시작, 암만에서

전쟁 시작, 암만에서 3.20. 암만. 이라크전쟁 개시와 함께,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도 급격하게 긴장된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암만 시민들은 몇 달 전부터 침체를 겪어온 경제가 이번 전쟁으로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며, 미군을 지원한 것에 대한 이라크의 보복공격이 있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세이프웨이 수퍼마켓에서 만난 라지다는 "무슨 이유로든 전쟁을 하는 것은 나쁘다"면서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했다. 반면 기독교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잘랄은 "자국민을 죽이는 정권은 사라져야 한다"며 "사담 후세인은 제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암만 시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지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었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미 암만은 수개월 ..

[요르단]국경 지대 난민촌에서

CNN 방송은 '불타는 바그다드'의 모습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불과 며칠전에 방문했던 바그다드가 폭격음과 화염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누가 바그다드를 저렇게 파괴하는가. 바그다드가 어떤 도시인가. 지구상에서 몇 안되는, 수천년의 문명을 간직해온 도시 아닌가. 바그다드는 사담 후세인만의 도시가 아니라 셰라자드와 알리바바의 도시, 카디미야의 황금돔과 알 주베이다의 탑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바그다드 시내에는 도시를 만들었다는 위대한 칼리프 아부 자파르 만수르의 거대한 두상(頭像)이 있다. 만수르는 자신의 도시가 저렇게 파괴되는 것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미군의 바그다드 본격 공습이 시작된 뒤로 암만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단연 화두는 '바그다드'였다. 폴란드 기..

[이라크]전쟁 전, 이라크 분위기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최후통첩'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8일 '결사항전'의 의지를 재천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 두 아들과 함께 망명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며, 항전 선언은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었다. 지난 16일 후세인 대통령은 대통령궁에 각 부족장들을 불러모았다. 이라크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이날 부족회의에서 후세인은 시가를 물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부족장들의 '충성서약'을 받았다. 중동에서는 후세인이 바그다드에서 마지막까지 저항을 벌이다 죽을지언정 순순히 물러날 리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 교민인 박상화씨는 "후세인은 '역사적인 인물'로 남고 싶어한다"며 "미국에 항복해 목숨을 구걸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요르단] 살림 준비.

장기전 태세에 들어가다. 자발 암만 4써클(로마가 7개 언덕에 세워진 도시라고 하는 것처럼, 암만도 7개 언덕에 세워져 있다. 언덕을 '자발'이라고 하는데 자발 암만이니 자발 뭐시기니 하는 이름들이 붙어 있다)에 있는 대형 할인마트 세이프웨이에 들러서 마요네즈와 샌드위치 빵, 컵라면, 치즈, 소세지, 물통 등등을 샀다. 호텔에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기사를 대충 정리했다. 프레스센터에는 라가드 알 하디라는 24살짜리 아가씨가 있는데 진짜 귀엽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수다를 떨고, 노상 웃는다. 깔깔깔깔. 내 프레스카드를 두고 왔다고 해서 제2 프레스센터가 있는 셰라톤 호텔까지 같이 차를 타고 갔다. 운전수(같은 공보부 직원)를 가리키면서 "koo, 이 사람이 로열 호텔 안에서 길을 잊어버렸대, 호텔이 너무..

[요르단]암만으로 '탈출'

아침도 못 챙겨먹고 짐을 싸들고 호텔에서 나왔다. 미국의 공습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바그다드의 긴장도가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다. 주유소에 기름을 잔뜩 넣어두려는 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풍요로운 것이라고는 석유 밖에 없는 이라크에서 시민들이 석유를 사기 위해 늘어서 있다니. 중산층 주민들은 전쟁과 함께 빈민들의 폭동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재산을 타지로 옮기고 있고 상점들도 상품을 창고에 집어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16일 미국, 영국, 스페인 3국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시민들의 동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라크 정부는 시내 곳곳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참호를 만들고 있다. 대사관의 박웅철 서기관 말에 따르면 시내에 참호를 구축하는 것은 미군에 맞서 저항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라크]카디미야 시장에서

미국 워싱턴에서 16일 열릴 예정인 미국·영국·스페인 3국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개전 D데이를 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평온한 것처럼만 보였던 이라크 내 분위기도 점점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겉으로는 일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며칠새 물가와 환율이 뛰기 시작했고, 바그다드 외곽에서는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며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 17일 바그다드의 유명한 재래시장인 카디미야 시장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이라크산을 비롯해 중국산, 시리아산, 이란산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시장의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환율은 지난해 10월 달러당 2000디나르에서 이달초 2250디나르,..

바그다드에서 만난 사람들- 송영길의원과 화가 최병수씨

서상섭, 안영근, 김성호, 송영길의원 등 의원 네 명이 이라크전 반대서명을 한 34명의 의원들을 대표해 이라크 의회 초청으로 11일부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체류하고 있다. 의원들은 사둔 함마디 이라크 국회의장과 쿠베이 사이 외교위원장 등을 면담하고 걸프전 오폭지점인 아미리야 방공호 전쟁기념관과 후세인아동병원 등을 둘러봤다. 12일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호텔에서 만난 송영길 의원은 "이라크를 둘러보면서 첫 번째로 느낀 것은 '제발 이들을 이대로 내버려뒀으면' 하는 것이었다"면서 말을 꺼냈다. 순박하고 평화로운 이라크인들을 보니 미국이 과연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려 하는지 의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고, 전쟁에 반대하는 신념이 더 굳어졌다는 것. 송의원은 "구식 칼리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있는 이라크인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