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에 재해가 참 많았습니다. 열 개도 넘는 태풍이 열도를 관통해가면서 홍수와 해일 피해를 불러온 것을 비롯해 한여름의 기록적인 무더위, 그리고 지난달말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자연재해가 거듭된 탓에 온통 뒤숭숭합니다. 후지산이 곧 분화할 것이라는 소문에,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지요. 며칠 전에는 코다라는 청년이 이라크에서 처참히 살해되는 일까지 있었고요.
하지만 지난주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얘깃거리가 됐던 것은 역시 미나가와 유타(皆川優太·2)군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들 소식 전해들으셨겠지만, 두 살배기 유타군이 산사태로 바위에 덮인 차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출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이방인인 저조차도 TV를 통해 기저귀 차림으로 구조대원에게 들려 내려오는 유타군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게 되더군요. 함께 있었던 엄마와 누나는 안타깝게도 숨졌지만 어린 아기의 기적같은 생명력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나라, 응급구호체계가 잘 되어있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렇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6명에 이르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지진 이후에 숨졌다고 합니다. 승용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색전증과 폐경색 등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숨지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TV에 비친 구호소의 모습은 처참할 지경입니다.
진도 5 이상의 여진(餘震)이 10여차례 일어나서 복구작업이 제대로 안 되는 통에 수도도, 전기도, 가스도 공급이 안된다 하고, 구호소라는 것도 천막집에 불과해 많은 주민들이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에 천막을 얹어 간신히 바람만 피하는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 재해가 일어날 경우 대대적으로 모금운동을 하거나 구호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을 것도 같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더군요. 딱히 어느나라가 좋다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제 눈에는 역시 낯설게 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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