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일본은 있뜨라

딸기21 2004. 11.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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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참 서점이 많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 사람들 전철안에서 만화책밖에 안 본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많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내가 알 수 없는(문맹;;)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땅값이 비싸보이는 곳에 버젓이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와나캣이 전에 도쿄에 왔을 때 시내구경을 나갔다가 긴자 복판의 대형서점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 놀랐던 적이 있다. 도쿄에는 규모가 큰 전철역마다 백화점이 있다(도쿄는 철도회사들이 거의 도시개발을 맡아 했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이 주요 전철역과 백화점 등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우리동네 카마타 역도 그렇고, 옆동네 오오모리 역도 그렇고, 역사(驛舍) 백화점 상층에는 대형 서점이 있다. 최근엔 거의 겨울연가 & 한국 스타 관련잡지가 맨 앞에 널려있긴 하지만, 아무튼 서점들이 그렇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우리나라 백화점 어디에 서점이 있누?

우리나라에선 동네 책방들이 망해간다고 난리인데 도쿄에는 동네책방이 많다. 오늘 내가 들렀던 중고서적 전문점만 해도 전국적 규모의 체인점이다. 청계천 황학동에 헌책방이 있다고 하지만 분류도 제대로 안 되어있고 책들 엉망이어서 사고픈 마음이 안 들었더랬는데 도쿄의 헌책방은 '헌책방'이 아니다. 일본은 있다. 있는걸 없다고 하면 어떡해~

간다라는 지역은 도쿄의 유명한 서점가다. 궁리닷컴 홈페이지에 간다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지만, 나야 뭐-- 역시나, 문맹인 관계로 간다에 들렀을 때에도 슬렁슬렁 구경만 했었다. 하지만 문맹인 내 눈에도 일본은 정말 출판대국이었다. 미스테리-스릴러 문학 잡지만 해도, 1960년대부터 발간된 잡지들을 언제라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40년씩 잡지가 연속해서 나오는데, 축적된 자료의 양이 얼마나 방대할까.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는 축구잡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축구잡지가 있음둥? 일본의 축구잡지들은 정말 대단하다! 라 리가하고 프리미어, 세리A 같은 메이저리그들은 리그별로 잡지들이 매달 나온다. 트레이드/이적 소식을 비롯해서 각종 데이터들이 빼곡~~. 하긴, 스포츠 채널에서 챔스 중계도 제대로 안 해주는 나라하고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음... 축구 얘기만 나오면 광분하는 버릇이 있어서 잠시 옆길로 샜다. 아무튼 일본의 잡지들은 종류가 정말 많다! 가짓수는 출판의 질을 가늠케 하는 잣대다. 양->질이다. 예로부터 '양질전화'라 했다;; 한류 붐이 불면서 한국 스타 관련 잡지들이 나오는데, 점입가경이다.

'한국의 꽃미남'(여기에 류승범이 왜 들어가냐고 -_-) '한국 드라마&시네마' '한국 스타들' '한국의 드라마' 기타등등 내가 쳐다본(표지를 본) 것만 해도 10여종. 일본 사람들한테 '우리나라엔 그런 잡지는 없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일단 책(잡지)을 만들고 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인 듯.

대학교 때 미술사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쓰이던 책이 있었다. 잰슨의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 기본교과서로 꼽히는 책인데, 다른 애들은 한글책을 봤고 나는 어디서 얻어온 영어책을 봤다. 울나라책 화질이 확연히 떨어졌다. 모네 화집만 해도(내 학사 졸업논문 주제가 무려 모네였다;;) 같은 그림인데 책마다 색조가 달라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출판 기술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자료사진이나 그림을 화질 엉망인채로 아무데서나 베껴다놓는 저자들이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

오늘의 교훈: 책 잘 만드는 나라가 훌륭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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