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알아야 하는 이유

딸기21 2004. 12. 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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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김동춘교수의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거기서 내가 좀 치사하게 시비를 건 부분이 있다. 김동춘 교수는 훌륭한 학자이고, 저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런데 자꾸만 내 눈에 띄었던 시비거리가 있었으니...

 

이란을 계속 '아랍권'에 집어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동=아랍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동'이라는 것은 지역적 개념이고, '아랍'은 민족(언어) 개념이다. '아랍'이라고 하면 이슬람권의 많은 나라들이 빠져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터키, 이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은 이슬람국가들이지만 '아랍국'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하러 가는 기자에게 주변에서 '아랍어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걸 봤다. 아프간도, 파키스탄도 아랍어를 쓰지 않는다. 그저 무지의 소산이다. 신문기자들도 '아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이걸 가지고 김동춘 교수를 탓하긴 힘들다. (그래도 학자의 책에선 용어 사용이 정확해야 한다고 봄)

 

거듭 말하지만 김동춘 교수를 욕하려는 의도는 없고, 책은 참 훌륭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려 우리나라 군대까지 보내놓고 있으면서, 우리가 중동/이슬람권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5천만 국민들 중 99.99%가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해도, 미국의 학생들처럼 '지도에서 이라크 위치를 집어내지도 못한다해도' 살아가는데에 하등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사람들의 무지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언제인가, 아랍어를 전공한 학생의 블로그에 들렀던 적이 있다. 현재 군대에 가 있는 이 학생의 학과 선후배들은 이라크에 끌려가게 될까봐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고(아마도 대부분이 파병됐을 것이다) 그 때문에 학과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는 글이 있었다.

 

새파란 젊은이들을 이라크에 보내기로 결정한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자'들 중에, 한국군 파병지역인 아르빌과 모술 일대에서는 아랍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물론 아랍어를 못하는 것보다는,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저런 현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됐을까. 그들은 현지 사정을 아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이나 했을까. 자신들의 무지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라크에서 억울하게 숨진 김선일이라는 사람은 선교의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고, 이라크에서 지내는 동안에 전쟁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던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원청 업체가 어떤 회사인지 어느 정도 알고서 이라크로 갔을까. 그저 이런 것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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