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략 현장을 다녀온 특파원들은 미국의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전쟁의 의미를 좀더 본질적으로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요르단 암만에 파견됐다 이달 초 귀국한 문화일보 구정은 기자는 지난 7일 열린 ‘이라크 침공관련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미군의 오폭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미군이 총격을 가했다’라고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미군에 의해 총격이 가해졌다’는 식의 주어가 없는 문체를 사용해 주체를 가리는 기사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구 기자는 또 △현지에 대한 국내 취재진의 무지로 각종 오보가 발생하고 △자폭테러에 호들갑을 떨면서 이를 이슬람 전체의 문제, 종교문제로 과장하는 것은 잘못된 보도태도라고 말했다. 구 기자는 사진의 경우 외국 통신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선별하는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군이 이라크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면 전쟁의 참화나 민간인 피해의 실상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달 31일 요르단 암만에서 귀국한 MBC 이근행 PD는 “언론이 이번 전쟁에 어떻게 임할 것이며 아랍 대중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에 특히 힘을 썼다”고 말했다.
이PD는 “현지 주민들은 다소 선동적이기도 하지만 피해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아랍권 TV를 주로 선호하는데 이는 서방언론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언론보도가 전황의 실태를 파악하는데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고, 시청자는 물론 취재하는 우리조차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등 이번 전쟁을 보는 아랍권의 시각을 주로 취재했다는 이 PD는 8일 PD수첩 ‘결사항전, 인샬라’에서 현지르포 형태로 전쟁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아랍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이밖에 이 PD는 국내 특파원들의 취재경쟁에 대해 “취재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무리 치열하게 취재경쟁을 벌여도 결국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를 전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언론의 전쟁취재 열기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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