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61

칠레의 '과거사 청산'

칠레 법원이 과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잔혹행위에 가담했던 범죄혐의자 129명에게 무더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칠레 정부와 사법부의 느리지만 끈질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은 1일 칠레 법원이 피노체트 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들과 반정부 인사들을 고문·살해한 독재정권 가담자 129명에게 일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티아고 법원의 빅토르 몬티글리오 판사는 최근 피노체트 정권 시절 국가비밀경찰(DINA)의 요원으로 반정부 인사 탄압에 앞장섰던 이들의 체포를 지시했다. 20년 가까이 칠레에서는 과거사 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한번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 중에는 그동안의 진상규명 작업 ..

오자와 딜레마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오자와 그룹’으로 분류되는 중견·신진 정치인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거대 여당을 이끌어갈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차기 총리가 ‘상왕’ 오자와의 처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1일 하토야마 정권의 난제 중 ‘오자와 처우 문제’를 제1과제로 꼽았다. 하토야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는 당 대표의 전권이므로 내가 혼자 결정할 것”이라며 당 인사권을 누구의 간섭도 없이 직접 챙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권인수팀을 출범시키려 했으나, 별도의 팀 없이 하토야마 주도 하에 인사·예산 등 정권 인수작업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러시아 선박 '의문의 실종'... 이스라엘의 납치극?

지난 7월 24일 프랑스 북부 대서양에서 선박 한 척이 사라졌다. 러시아의 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들렀다가 핀란드로 가던 이 배는 핀란드 해운사 소유로, 몰타 섬에 목재 수송선으로 등록돼 있었다. 배에는 러시아인 선장과 승무원 19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북극해(아래 사진)’라는 이름의 이 배는 항로에서 사라졌고, 러시아 해운당국은 “해적들에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소말리아 해적에 잇달아 피해를 입은 유럽 각국은 일제히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내에서 해적 사건이 일어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러시아의 발표는 석연찮았으며, 배를 ‘구출’했다면서도 전말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미스터리 같은 실종사건을 놓고 마약조직 관련설, ..

일본 총선 분석- 릿쿄대 이종원 교수 경향신문 기고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변화’를 희구하는 거대한 쓰나미가 정치권을 휩쓸었다. ‘정권교체’를 내건 민주당의 신인 후보들이 수십년간 일본 정치를 주름잡아온 자민당 ‘거물’들을 잇달아 쓰러뜨리는 정치 드라마가 도시 농촌의 구별 없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민주당은 총 480석 중 절대안정다수(269석)를 훨씬 넘는 308석을 획득, 유례가 없는 기록적 승리를 거두었다. 전후 일본 정치 사상 유권자의 직접적 선택에 의해 정권교체가 실현된 최초의 사례다. 1947년과 93년에도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모두 총선거 이후 정당 간 이합집산의 결과였다. 국민의 손으로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자민당 정치에 종지부를 찍은 ‘선거혁명’이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자민당의 참패에는 역사적, 정책적, 전술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

자민당 거물들 줄줄이 낙마

‘바꿔’ 열풍 앞에서는 화려한 경력도, 거물의 명성도 소용없었다. 30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 각료 출신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고 아사히·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총 16선의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는 아이치현의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38세 오카모토 미쓰노리 전 의원에 발목을 잡혀 기나긴 정치인생을 접게 됐다. 올해 78세인 가이후는 무려 49년간 의원직을 내놓지 않은 일본 최장수 의원이다. 그는 연령제한에 걸려 비례대표에 중복 출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 반세기에 걸친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도쿄10구에서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은 민주당의 에바타 다카코에게 패했다. 그는 5선 의원에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북방담당상), 총리 보좌관을 지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환경상..

일본의 유권자들

“나라 돌아가는 모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이야말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78세의 카즈야 쓰다는 일본 도쿄 외곽에 산다. 의사 출신으로 연금생활자인 그는 30일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도쿄 시내 한 간호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 투표하러 나온 68세 유권자 나카무라 도시히로도 “이제는 우리도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평생 투표해온 자민당 대신 민주당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뒤엎고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낸 밑바닥에는 변화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 ‘현상유지’를 택하던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이례적으로 변화에 힘을 보탰다. 외신들은 일본이 이제야 변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이전 선거와 확연히 ..

아소의 변명

“지켜야할 것은 지키는 것이 보수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 오는 일본 총선에서 패장으로 전락할 것이 확실시되는 아소 다로 총리가 27일 ‘보수주의의 실패’를 자민당의 몰락 원인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자민당 총재인 아소 총리는 이날 오전 오사카 지원유세 중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보수주의의 가치를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데 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자민-공명 연립정권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들이 쌓여왔다는 걸 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아소 총리는 “지켜야할 것은 지켜야 하며, 개혁이라는 것도 지켜야하는 것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보수의 본질은 원래 그런 것인데 우리..

애도에 잠긴 미국

미국 워싱턴의 모든 연방건물과 의사당에는 26일 조기가 게양됐다. 워싱턴은 물론, 미국 전역이 전날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기리는 애도에 잠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를 달라 지시했고 케네디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의 공공건물에도 조기가 내걸렸다. Mourners line up to sign condolence books at the John F. Kennedy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 in Boston Wednesday, Aug. 26, 2009 / AP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 언론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정치인, ‘케네디 가’의 마지막 투사였던 그의 장례식이 국장에 버금가는 추모 분위기 속에 진행될..

이란 최고지도자, 서방에 손짓?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오른쪽)가 지난 19일 테헤란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외무부에서 공개한 것.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가 대선 소요 뒤 처음으로 서방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하메네이가 26일 “지난 대선 뒤 일어난 소요는 외국 세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소동을 일으킨 자들이 미국, 영국 등 외국의 사주를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대선 소요와 외국을 연결지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지도부는 6월 12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미·영·프랑스 등 서방국들의 사주와 선동에 의한 것이라며 맹비난했었다. 또 영국·프랑스 대사..

일본 총선 사흘전

일본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55년 체제’가 끝나고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일본 현대 정치사에 일대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셈이다.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일본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번 총선이 일본에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고 있는 ‘기일전 투표(부재자 투표)’를 중간집계한 결과 지난번(2005년) 총선의 1.5배인 305만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오키나와, 나가노 등은 투표율이 지난번의 2배에 이르렀다. 기일전 투표에는 총 10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오카가 지역구인 아소 다로 총리도 도쿄 치요다구 투표소에서 25일 미리 투표했다. 앞서 NHK 여론조사에서는 90% 이상이 “꼭 투표하겠다”고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