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9

[‘아랍의 봄’ 3년, 이집트 카이로는 지금 ]군부, 생수·컴퓨터 판매까지 손대… “이집트 경제의 40% 장악”

이집트인 가말(가명)은 이제 겨우 23살이지만 지금까지 스무 가지가 넘는 일을 해봤다. 웹디자인도 해봤고, 영어 통역과 가이드도 해봤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케밥요리도 해봤다. 건설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말은 공부를 하면서 어머니와 누나, 남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머니는 정부 산하 기업에서 일하지만 월급이 2000파운드(약 30만원)에 불과하다. 가말이 이일 저일 하면서 버는 돈은 월 6000파운드 정도다. 다행히 국립대학에 다니고 있어서 학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이집트에서는 미래가 없다" 가말 스스로 말하듯, 그는 ‘예외적인 경우’다. 가말처럼 한번에 너댓가지 일을 하면서 억척스레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그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거나’ 혹은 ..

[‘아랍의 봄’ 3년, 이집트 카이로는 지금] 썰렁한 광장, 더 이상 ‘혁명’은 없었다

사복경찰, 탱크, 일상 속에 숨은 공포. 이집트의 군사독재 정권이 쫓겨난지 곧 3년이 된다. 하지만 ‘아랍의 봄’의 중심지였던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더이상 ‘혁명’은 없었다. 시민혁명의 열기는 침잠하고, 오래된 군사정권이 더 무섭고 새로운 군사정권으로 대체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이 모래먼지처럼 사람들을 덮고 있는 듯했다. '혁명'을 빼앗아간 군부 쿠데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축출 3주년(11일)을 사흘 앞둔 8일(현지시간), 수십만명이 모여 ‘타도 무바라크’를 외쳤던 타흐리르는 조용했다. 최근 몇달 새 이곳은 카이로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 돼버렸다. 지난해 6월 이 곳에서는 이슬람 정치조직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가 일어났다. 곧이어 군부가 나서서..

"F**k EU!" 미 관리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녹음파일 유출 파문

“유엔이 도와주면 좋지. 아예 유엔이 딱 못박아 버리면. ‘야츠’가 경제분야 경험이 있으니 좋다고 봐.”“이 참에 확실하게 해야 해. 러시아가 뒤에서 움직이고 있어.” 우크라이나 시위 뒤에 ‘미국의 공작’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국무부 관리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간의 적나라한 대화 내용이 유출됐다. 우크라이나를 서방쪽으로 끌어당기고 야당지도자를 내각에 앉혀야 한다는 등, 내정 간섭과 노골적인 개입 의도를 보여주는 대화였다. 러시아는 격앙됐으며 미국은 당혹스런 처지가 됐다. 문제의 녹음파일은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와 제프리 파야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라왔다. 4분10초 분량의 파일에는 ‘마이단(우크라이나어로 ‘광장’이라는 뜻)의 ..

지중해 난민, 하루에 1100여명 구조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들의 행렬은 언제나 끝이 날까. 지난해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 부근에서 지중해를 건너려던 난민들이 물에빠져 숨지며 세계적인 이슈가 됐지만 올들어서도 난민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해상구조요원들이 5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에만 해상을 떠도는 난민 1100여명을 구출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이날 북아프리카 모로코 내의 스페인 영토인 세우타로 향하던 난민 선박이 람페두사섬 동쪽 222km 지점을 떠돌고 있는 것을 발견, 구조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람페두사섬 부근에서 난민들을 가득 실은 배 8척을 발견해 총 1100여명을 구조했다. 이탈리아 해군이 5일 지중해를 떠돌던 난민선을 발견, 탑승자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 이탈링 해군·bbc ..

작가들도, 스포츠인들도 ‘성소수자 차별 반대’ 푸틴 비난  

살만 루슈디, 귄터 그라스 등 30여개국 유명 작가 200여명이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6일자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보내는 항의 서한을 실었다. 이들은 러시아 의회에서 지난해 통과된 반(反)동성애법과 신성모독법 등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 지난해 6월 통과된 반동성애법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담았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도록 했다. 국가두마는 지난해 4월에는 신성모독법안을 통과시켜 종교적 ‘모독’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겉보기엔 종교에 대한 모독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푸틴 체제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

라구람 라잔, 알렉산드레 톰비니... ‘신흥국 위기’ 속 뚝심 보여준 인도·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들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돌면서 터키·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이른바 ‘취약 5개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 나라들 사정이 다 같지는 않다. 중앙은행이 나서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정책의 갈피를 못잡아 위기를 오히려 부추기는 나라도 있다. 그 중 중앙은행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인도와 브라질이다. 서방의 ‘무책임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맹비난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진화하러 나선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알렉산드레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신흥국발 위기’를 잠재울 두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소수민족 타밀족 출신인 라잔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냈다. 신진 경제학자들에게 주는 미국금융협회 피셔블..

[미 연준 ‘옐런 체제’ 출범] 신흥시장 테이퍼링 충격과 미국 연준의 ‘역할론’

ㆍ신흥시장 테이퍼링 충격과 미국 연준의 ‘역할론’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에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통해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과 함께, 신흥국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세계의 눈길이 연준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과제는 연준에 상반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준은 일단 신흥국 위기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지난해 결정된 대로 돈풀기를 중단하는 쪽으로 향하는 듯하다. 경제분석가들은 연준이 신흥국의 이상 동향에도 올해 내내 테이퍼링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29일 열린 벤 버냉키 의장 체제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

아프리카 시골 여자아이가 중학교 가려면... 100년은 기다려야

전 세계에서 학교 문턱을 한번도 넘어보지 못한 아이들의 수가 5700만명에 이르며,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7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심지어 분쟁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가난한 어린이들은 교육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고, 교육기회에서의 성별에 따른 격차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는 29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2015년까지의 사회·경제적 목표치를 담은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성과를 점검하며 현 상황을 진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의 어린이들 가운데 5700만명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이는 2011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여서, 최근 시리아 내전에 따른 교육 붕괴는..

시진핑 소치 가고, 푸틴 베이징 온다... 중-러 '신 밀월시대'?

중국과 러시아가 ‘신(新) 밀월시대’를 맞는 것일까요. 서방 여러 정상이 불참 의사를 밝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기로 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중국방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대규모 합동훈련을 비롯한 두 나라 사이의 군사협력도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시 주석의 소치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데니소프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는 상호 신뢰와 평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두 정상의 교차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친한 두 사람...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7일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을 최대 치..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슈퍼교황’ 프란치스코

지난 28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옆 골목에 이색 벽화가 등장했습니다. 흰 모자에 흰 옷을 입고, 슈퍼맨처럼 오른쪽 주먹을 앞으로 쭉 뻗으며 날아가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그린 그래피티였습니다. 그림 속 교황은 할리웃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포즈를 하고 있지만 그가 손에 든 것은 ‘아이언맨’의 첨단슈트나 ‘울버린’의 초강력금속같은 무기와는 다르군요. 교황이 왼손에 들고 있는 가방에는 ‘가치(VALORES)’라는 단어가 스페인어로 쓰여 있습니다. 세상의 힘 없고 가난한 이들, 난민들과 노숙자들과 전쟁터의 어린이들을 돌아보자고 호소해온 교황이 이런 가치관을 무기로 세상을 구하러 나섰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마우팔(Ma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