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의 피아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는 근 40년 전에 철도회사 직원들에게서 그림 2점을 샀다.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와 토리노를 오가는 철도 안에 놓고 내린 그림을 승무원들이 주워서 그에게 팔았던 것이다.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구인지, 유명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림을 산 노동자는 토리노의 집 부엌에 줄곧 걸어뒀다가 은퇴해 시칠리아로 이사하면서 함께 가져갔다. 예사롭지 않은 그림들이라 생각한 적도 있기는 했다. 아들이 책에서 폴 고갱의 그림을 보더니 “부엌에 있는 그림과 비슷하다”고 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미술 전문가에게 문의한 그림 주인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지난달 경찰에 이를 알렸다. 조사 결과 그림 중 하나는 폴 고갱의 그림 진품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고갱의 영향을 받았던 19세기 후반~20세기 중반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이었다.
이탈리아 경찰이 40여년 전 사라졌던 폴 고갱의 작품(왼쪽 그림)과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오른쪽 그림)을 회수, 2일 공개했다. 이 작품들은 1970년대에 도난당한 뒤 이탈리아의 한 노동자 손에 들어갔다가 최근 회수됐다. /AFP
이탈리아 유물경찰은 1일 영국 런던에서 40여년 전 도난당한 고갱과 보나르의 작품을 회수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로마에서 작품들을 공개했다. 두 작품의 가치는 총 1060만 유로(약 155억원)으로 추산된다. 고갱의 작품은 <테이블 위의 과일들 혹은 작은 개가 있는 정물화(Fruits sur une table ou nature au petit chien)>라는 것으로, 1889년 그린 것이다. 보나르의 작품은 <두 개의 의자와 여인(La femme aux deux fauteuils)>이다.
유물경찰은 이번에 회수된 작품들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진품임을 확인한 뒤, 1970년대의 신문들을 뒤졌다. 그 결과 미국 뉴욕타임스와 싱가포르의 한 신문에서 이 작품들의 도난 사실을 보도한 기사를 확인했다고 이탈리아 영문 뉴스 ‘더로칼’은 전했다. 이 작품들은 1970년에 런던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어떤 경위로 이탈리아의 기차 안에 버려졌는지는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1969년 세계 최초로 미술품과 문화재 도난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유물경찰 제도를 도입했다. 유물경찰은 전세계 도난 미술품에 관한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거기에 등재된 도난품만 570만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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