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지만 러시아가 입는 타격이 적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크림반도 사태의 여파로 올해 러시아의 경기가 급속 후퇴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26일 전망했네요.
세계은행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크림 분쟁이 격화되고 제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1.8%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크림 합병에 따른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요 국제기구가 분석한 것은 처음입니다.
보고서에서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올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8%,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1.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말 내놓은 올 성장률 전망치 2.2%를 대폭 낮춘 것이군요. 크림 위기 여파가 단기간에 국한된다 할지라도 러시아가 경제구조 개혁을 미루고 있는데다 투자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소비자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2.5%의 성장률을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리들 사이에서조차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세계은행은 루블화 가치도 당분간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재 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자본 유출은 시작됐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평가하면 올해 러시아에서는 15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더라도 850억 달러 규모의 유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재에 따른 불안심리를 오히려 낮춰 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24일 러시아 경제부는 올들어 첫 분기에만 700억 달러(약 75조원)가 빠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전체 자본유출액 630억달러보다도 많은 돈이 올들어 석달만에 빠져나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은행 보고서가 나온 26일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들과 만나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압박이 가시화되면 에너지 수출에 외화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스스로 촉발한 동유럽 ‘군비 경쟁’의 압박도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와 주요7개국(G7) 정상은 금주내 러시아 추가 제재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나, 추가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 자체가 러시아 경제를 뒤흔드는 요인이 되겠지요.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미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압박을 받고 있는 동유럽 소국 리투아니아의 야로슬라프 네베로비치 에너지장관은 25일 미 의회를 방문해 “미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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