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마이단(친유럽) 시위’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당초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뜻밖의 방향,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여겨질 법한 방향. 어느 쪽이 됐건 지금 상황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시위를 해서 권위주의 친러시아 정권을 몰아냈더니 러시아가 크리미아(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윽박지른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앞서의 시위는 ‘유로마이단 시위’였고, 빅토르 야누코비치라는 친러시아계 정권을 축출한 뒤에는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격상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땅인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이 표현도 참 애매하지요;;)한 것은 사실인데, 군인들을 동원한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고 ‘공격’했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중앙 정부와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금의 상황을 ‘러시아의 침공’이라 불렀습니다만, 러시아군은 따지고 보면 애당초 크림반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정을 통해서 ‘합법적으로’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자기네가 장기 임대한 기지 바깥으로 나온 부분만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한 현실.
그래서 그냥 ‘크리미아(러시아어 발음으로는 그냥 ’크림‘이라고 하더군요) 위기’라고만 우선 부를까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파생돼 더욱 큰 판으로 변해버린 ‘크리미아 위기’의 진행과정을 모아놓습니다.
먼저 전사(前史)를 간략히 말씀드리면.
흑해에 면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볼록 튀어나온 땅입니다. 이 곳에는 여러 민족이 유사 이래로 살아왔겠습니다마는... 현대에 들어와서 옛소련의 땅이 됐습니다. 소비에트연방 내에서도 러시아공화국 영토였습니다. 그러나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소련 내의 연방공화국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넘깁니다. 일각에선 '흐루쇼프의 부인이 우크라이나 출신이어서 그랬다'는 둥 여러 얘기가 있습니다만 진실은 알 수 없고...
[푸른여우가 본 세상]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활동했던 크림반도는 어떤 곳?
암튼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 됐는데, 그 시절에야 어차피 소련으로 다들 묶여 있었으니 상관이 없었겠지요. 그러나 소련은 무너지고 1991년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해버립니다. 그리하여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아닌 '딴 나라 땅'이 됩니다. 하지만 흑해와 이 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크림반도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러시아의 '흑해 함대'가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고 크림반도의 여러 군사기지들을 임대합니다. 가장 중요한 곳은 그 중에서도 흑해 함대의 사령부 격인 세바스토폴 항구였겠지요.
2010년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는 2017년 만기되는 세바스토폴 기지 임대계약을 25년 연장해줍니다(2010 카르키프 협정. Kharkiv Pact). 그렇게 되어 러시아는 2042년까지 이 항구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계약 하나만 보더라도,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계 정부가 있는 것이 러시아에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10년의 계약으로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 규모는 이 지도를 참고하세요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되어... 야누코비치는 시위대에 밀려 제 발로 도망을 치고야 말았지요.
2월 21일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동부 하리코프로 도피
2월 22일 의회, 야누코비치 탄핵안 328-0으로 가결
야권인사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새 국회의장 겸 임시총리로 선출
티모셴코, 독립광장에서 연설
2월 23일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에 모든 권한 이양, 야누코비치 '호화저택' 공개
2월 24일 의회, 내각 구성 및 총리 인선 논의 시작. 야누코비치 체포령 발동
2월 26일 친러 무장세력,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청사·의사당 점거
타타르계 4000~5000여명은 반러시아 시위
러시아, 15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군사훈련
2월 27일 러시아의 엄호를 받는 세르게이 악쇼노프(42),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 취임
악쇼노프 등 크림반도 친러파, 우크라이나 잔류 물을 주민투표 실시 요구
무장괴한 60여명, 정부 청사 등 습격
세르게이 악쇼노프. 이 사람이 지금 크림반도를 둘러싼 우크라이나-러시아 갈등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월 28일 러시아군, 크리미아 반도 이동
3월 1일 러시아 의회,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권한 부여. 러시아 군, 크리미아 반도 통제권 장악
크림 자치공화국 러시아 영사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도 러시아 여권 발급 시작
크림반도 남부의 오데사에서 5000~2만여명 친러시아 시위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악쇼노프 새 총리 적법성 부인
크림 내 타타르 정치세력 "분리 움직임이나 분리 주민투표 거부할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푸틴과 90분간 전화 통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리미아(크림)반도를 지난 1일 ‘무력점령’했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 병력이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정부청사들을 에워쌌고, 공항과 기차역 등 주요 시설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열쇠를 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인 듯하네요. 시리아 사태에서도 그렇듯 이번에도 미국과 서방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는 반면, 크렘린은 여러 지렛대를 갖게 됐습니다.
3월 2일 우크라이나 정부, 군에 전면 전투태세 명령. 예비군 동원 대기령 발동
루스탐 타미르갈리예프 크림 부총리, "크림 반도 우크라이나 군 무장해제" 정부는 부인
데니스 베레조프스키 신임 우크라이나 해군 참모총장,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투항'. 정부는 즉시 해임 발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키예프의 야체뉴크 총리 정부(임시정부)는 불법" 주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대사들 긴급회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 명의의 러시아 비판 성명 발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오바마와 통화 뒤 푸틴과 통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통한 진상조사 합의
미국 프랑스 독일,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참석 '일단 유보' 결정
푸틴을 상대할 서방권의 유일한 인물은 오바마가 아닌 메르켈.
독일 정부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긴급 채널을 열어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도 “우크라이나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쌍방간·다자간 협의체”의 필요성을 언급한 성명을 냈다. AFP통신 등은 푸틴이 메르켈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크라이나 시위와 유혈사태 등을 조사할 국제조사단을 만드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푸른여우가 본 세상] 메르켈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발 벗고 나선 까닭은
3월 3일 러시아군, 크림반도 동쪽 끝에 있는 케르치 항구 장악
러시아군, 리투아니아-폴란드 접경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군사훈련 개시
크림반도 내 케르손, 미콜라이프, 오데사 3개 오블라스트, 자치권 강화 전제로 주민투표 실시 지지 선언
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가 크림반도 내 우크라 군 무장해제 요구하며 최후통첩" 러시아 측은 부인
EU, 러시아와 비자면제 협상 중단하기로 합의
3월 4일 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뒤 첫 기자회견, "무력사용은 최후의 수단"
러시아군, 크림반도 둘러싼 긴장 속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나토, 폴란드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 소집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30명으로 구성된 크림반도 군사감시단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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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나토-러시아 이사회(NRC) 특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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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자은행(EIB)은 30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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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외무장관, 프랑스 파리 '레바논 국제지원그룹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첫 만남…"논의 계속키로"
우크라이나 의회에는 '나토 가입을 목표로 한다'는 법안 제출
3월 6일 크림 자치의회 비상총회, 러시아 귀속 묻는 주민 찬반투표 실시 결의안 채택
오바마, "크림 분리 주민투표는 법 위반" 러시아 인사들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
백악관에서 오바마를 만나는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 사진 백악관 웹사이트
3월 7일 러시아 하원 "크림 자치의회의 선택 존중" 주민투표 지지 선언
러시아 가스프롬 "우크라 체불 대금 지급않으면 2009년 상황 재현될 것" 가스공급 중단 경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 자치정부에 '주민투표 금지령'
미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호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 흑해로 항진
3월 8일 우크라이나 정부, 비상 긴축재정 대책 발표
3월 10일 세바스토폴 시장 대행,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총리, 리아노보스티 인터뷰에서 "러시아로의 병합을 위한 준비가 이미 진행 중"
크림 자치의회, 독자적 군대 창설 결정하고 자치정부 총리에 군 통수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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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국 존 케리 국무가 7일 제시한 우크라 관련 중재안 거부
나토, "폴란드와 루마니아 상공에 공중조기경보관제시스템(AWACS) 정찰기 배치할 것" 발표
3월 11일 크림 자치의회, 100명 재적의원 중 78명의 찬성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담은 결의안 채택
악쇼노프 크림 총리 "2개월 안에 루블화 전환과 러시아 경제권과의 통합 완료할 수 있다"
3월 12일 야체뉴크 신임 우크라이나 총리, 미국 방문해 백악관에서 오바마와 회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공동성명, "러시아는 불법행위 중단하라... 크림 합병하면 추가 대응"
3월 13일 유럽의회, 러시아 제재 지지 결의…무기금수 포함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친러-반러 시위대 충돌, 22세 청년 한 명 사망
3월 14일 케리-라브로프, 런던서 재차 회동
3월 15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에서 친러-반러 시위대 충돌, 2명 사망
3월 16일 크림 자치정부, "러시아 귀속이냐 1992년 무산된 '자치국가' 헌법이냐" 묻는 주민투표 실시
3월 18일 푸틴, 내각과 의회에 크림 자치공 측의 합병요청 통보 뒤 크림 측과 합병조약 체결
3월 19일 크림반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충돌, 우크라이나군 1명 사망
3월 20일 러시아 하원, 크림반도 합병조약 비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자국군 철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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