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467

무소불위 CIA에 독일 검찰이 도전장 내밀다

독일이 자국민을 테러용의자로 몰아 불법 구금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13명을 체포하기로 결정했다. 무소불위를 방불케하는 CIA의 권력 남용과 횡포에 대한 유럽국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이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유럽 간 외교마찰이 재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독일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CIA 요원 1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체포 대상인 CIA 요원들이 레바논계 독일인 할레드 알 마스리 납치, 구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알 마스리는 2003년 말 마케도니아에서 CIA 요원들에 붙잡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비밀수용소로 끌려갔다. CIA는 고문 등 가혹한 심문을 벌였지만 알 마스리가 테러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5개월..

루아얄 고전 중... 나쁜 놈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데.

프랑스 대선 첫 여성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잇단 말실수에 흑색선전 등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자유롭고 참신한 언행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높은 인기 속에 선거전을 시작했지만, 대선을 석달 앞둔 현재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고 특별한 `호재'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프랑스에서도 드뎌 '미국식 이미지 선거' 분위기로 치러진다고 해서 난리인데 루아얄이 그 수혜자가 될지 희생자가 될지. AFP통신 등은 28일 루아얄측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여당 후보의 정치공작 때문에 공정선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공정선거가 유지되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루아얄 측은 최대 경쟁자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측근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아얄 선거캠프에서 ..

유럽헌법, '꺼진불씨 살리기'

유럽 헌법 `꺼진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유럽헌법을 살려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열린 EU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원국들 사이에 유럽헌법을 되살릴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확인됐고, 독일을 주축으로 헌법 통과와 통합 일정을 다시 만들어 추진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0일 보도했다. “함 살려 보자고요~” /로이터 `총대'를 멘 것은 내년 첫날부터 6개월간 EU 의장국을 맡게 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지난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총리는 독일이 의장국을 맡는 동안 유럽헌법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선언했다. 6개월간의 논의 뒤 내년 중반 쯤 회원국 지도자들이 모이는 정부간 회담을 열고, 내년 말까지 헌..

출산율 높이려면 프랑스처럼 하라

"유럽 출산율 리그에서 프랑스 우승!"(더 타임스) 출산율 저하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프랑스가,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 덕분에 이젠 유럽연합(EU) 내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유럽 언론들은 16일 프랑스의 지난해 출산율이 상징적인 수치인 2를 넘긴 것으로 발표되자 일제히 출산율 저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프랑스의 사례를 보도했다. 프랑스의 출산장려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정책이 사회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유럽 전반의 `회색화(고령화)'에 반전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의 `성공사례'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유럽국들은 물론이고, 출산율 저하 대책을 놓고 입씨름만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도 큰 시사점을 ..

러시아의 동양인 차별

러시아가 `이민자 몰아내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그루지야와 마찰을 빚은 뒤 그루지야계 이민자들을 타깃 삼아 도입한 배타적 이민자 정책은 결국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적, 폭력적인 탄압으로 귀결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5일 강제적인 `외국인 가게 줄이기' 정책 때문에 러시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 내 외국인들의 소매 거래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딱 보름 동안에 러시아 전체 소매업에서 외국인들의 참여 비율은 40%로 제한돼야 한다. 이 제한을 점점 강화해, 올 연말에는 아예 0%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옛 소련권 독립국가들에서 온 외국계 주민들이 러시..

프랑스의 '안개 정국'

프랑스 대선 1차 투표(4월22일)가 100일 남짓 남았는데, 아직도 대선정국은 안개에 가려 있다. 좌·우파 유력 후보들이 우세를 확보할 열쇠를 찾지 못한 채 여론조사에서 선두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분열과 극우파의 부상 가능성 등이 대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11일 전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74세 고령인 자크 시라크 현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것인가 하는 점.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선에 출마할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숙고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최근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으나 극좌-극우를 거부하는 다수 국민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특히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내에서 큰 지분을 갖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

러시아의 '최종병기' 가스프롬

에너지가 곧 안보인 시대. 최근 들어 러시아 주변이 천연가스 때문에 시끄럽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그루지야 등 주변국들과 가스값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고, 유럽은 이를 지켜보면서 러시아가 언제 파이프라인 밸브를 잠글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마찰과 갈등은 한 축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가스값 분쟁을 벌이더니 올초엔 벨로루시와 한판 붙었다. 이란은 친서방 국가인 터키를 상대로 천연가스를 한 차례 잠갔다 다시 열었다. 그새 러시아가 터키와 가까워진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로 가는 송유관을 잠갔다. 자원 가진 국가는 큰소리치고, 받아야 하는 국가들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유라시아 심장부의 에너지 역학관계는 그물망처럼 연결된 파이프라인마냥 복잡..

세계 최장 송유관, 결국 잠기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 최장 송유관 `드루쥐바(Druzhba) 파이프라인'이 에너지 분쟁 불똥 속에 결국 잠겨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러시아가 몇달째 에너지 공급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벨로루시를 상대로, 송유관 밸브를 잠가버렸다고 AFP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던 독일과 폴란드 등은 비축분 여유가 있어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폴란드 석유회사들은 이날 러시아가 벨로루시를 거쳐가는 드루쥐바 송유관 원유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벨로루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러시아발 유럽행 원유 파이프라인 통과부분에 대해 자기들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응수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천연가스 가격 분쟁은..

가톨릭과 '과거사' 논란

친나치 논란에 공산주의 스파이 활동까지, 로마 가톨릭이 그늘진 `과거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7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교구를 이끌던 스타니스와프 빌구스(67) 대주교가 과거 공산주의 정권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한달 만에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빌구스는 이날 사퇴 성명서를 내고 "교회에 누를 끼친 점을 인정하며 교회법에 따라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빌구스는 폴란드 동부 루블린의 가톨릭대학에서 신학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한 학자 출신의 성직자. 1970년대 현 베네딕토16세 교황이 뮌헨대학 교수로 있었던 시절에는 함께 근무를 하기도 했다. 1999년 폴란드 중부 플록의 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폴란드 가톨릭의 지도층으로 부상했고, 지난해 12월6일 바르샤바 대..

유럽의 포스트-산업혁명

"21세기 유럽의 이니셔티브""저탄소시대를 향한 유럽의 탈(脫) 산업혁명". 유럽연합(EU)이 10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높이며 에너지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동 환경전략을 내놨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역내 27개 국가들의 의지를 모은 야심찬 새 에너지 공동전략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으로 탈 산업혁명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U가 내놓은 공동 환경전략의 핵심은 ▲202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이고 ▲같은 기간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0% 수준으로 올리며 ▲거대 에너지기업들의 독과점을 막고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분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