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자국민을 테러용의자로 몰아 불법 구금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13명을 체포하기로 결정했다. 무소불위를 방불케하는 CIA의 권력 남용과 횡포에 대한 유럽국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이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유럽 간 외교마찰이 재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독일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CIA 요원 1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체포 대상인 CIA 요원들이 레바논계 독일인 할레드 알 마스리 납치, 구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알 마스리는 2003년 말 마케도니아에서 CIA 요원들에 붙잡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비밀수용소로 끌려갔다. CIA는 고문 등 가혹한 심문을 벌였지만 알 마스리가 테러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5개월 뒤 알바니아로 데려가 풀어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 곳곳에서 CIA가 무슬림 주민들을 마구잡이 체포, 구금한 뒤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또 CIA가 유럽 곳곳에 비밀 심문시설을 운영해온 것, CIA 요원들이 민항기와 전세기를 이용해 동유럽 등지에서 불법 납치, 구금을 자행해온 것이 알려져 유럽연합(EU)이 조사에 나섰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CIA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의회 조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알 마스리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서는 아부 오마르로 알려진 아랍계 이탈리아인을 이집트로 끌고 가 고문하는데 관여한 CIA 요원 25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CIA 요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영국 경찰은 31일 중서부 버밍엄에서 테러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영국 군인을 납치, 이라크 알카에다 테러범들처럼 참수한 뒤 인터넷에 올려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2005년 런던 7·7 지하철 폭탄테러 이래 무슬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테러 수사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버밍엄 등 무슬림 거주지역 주민들은 경찰이 마구잡이 체포를 한 뒤 증거를 찾지 못해 실제로는 대부분 기소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과 냉소를 드러내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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