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루아얄의 '좌향좌'

딸기21 2007. 2. 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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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가 대선을 두달반 가량 앞둔 11일 야심찬 선거공약들을 발표했다. 집권 우파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51) 내무장관과의 경쟁에서 최근 다소 밀리는 듯했던 루아얄 후보는 공약 발표를 계기로 다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루아얄식 `참여민주주의'

루아얄은 이날 파리 외곽의 한 관람회장에서 지지자 1만5000명이 모인 가운데 2시간에 걸쳐 집회를 열고 100개 항목으로 이뤄진 대선 마니페스토(정권 공약)를 발표했다.





마니페스토는

▲저소득층 은퇴자 연금수령액 인상
▲최저임금 1250유로(약 150만원)에서 1500유로로 상향조정
▲신규 취업예정자(대졸자) 취업교육 강화와 대출 혜택 부여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시민평가단 제도 신설
▲청소년 범죄자 교화캠프 운영
▲저소득층 임대주택 매년 12만채씩 공급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벌써부터 '선심성 공약'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가긴 한다)

루아얄은 그동안 `정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의 말을 듣는 시간이었다"면서 "내 공약들은 시민 6000여명의 인터넷 대화와 면담,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아얄은 프랑스의 근엄한 남성정치인들과 다른 부드럽고 친화적인 이미지를 내세워왔으며 `참여민주주의'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왔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당신이 없이는 나에게 정치란 없다"면서 이번 공약이 참여민주주의의 결실임을 강조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정책 좌선회?

루아얄은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외교정책 분야와 관련해서는 "유럽연합(EU)을 강화하고 아프리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미 관계에 대해선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크고 센 나라라고 원칙까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루아얄의 공약들은 정치분석가들의 예상보다 좌파 색채를 훨씬 많이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EU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딸린 자유무역지대가 아니라면서 우파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과거 좌파 정권 때 도입된 주 35시간 노동제에 대해서도 "더욱 공고히해야 한다"며 사회적 연대를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35시간 노동제를 고수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해 좌파 지지자들과 노동운동 진영의 비판을 받았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우파 같은 좌파'로 붐을 일으켰던 루아얄이 기존 사회당 지지표를 굳히기 위해 결국 좌파 색깔을 강조하는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민자 문제'가 승부 관건 될듯

루아얄이 공약을 발표한 곳은 2005년11월 무슬림 이주민 2세들의 소요가 일어났던 파리 외곽지역에 가까운 곳이었다. 루아얄은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픈 것들을 이 곳 아이들에게도 해주어야 한다"며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불이 나 사람들이 죽고 다친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해준다면, 비록 '말 뿐'이더라도 매우 고마울텐데 말이다)

루아얄의 이 발언은 이민자를 억제해야 한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반(反)이민, 반 이슬람 정서를 자극하는 사르코지를 분명히 겨냥한 것이다. 사르코지는 파리소요 때 무슬림 청년들에 대한 무차별 탄압을 펼쳐 보수층의 지지와 이민자들의 반발을 동시에 샀었다. 이후에도 무하마드 모욕 만평을 내건 잡지를 옹호하는 등 반 이민 정책을 분명히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이날 파리 시내에서 지지자 3000여명을 모아놓고 자신이야말로 `약한 이들의 대변자'라며 "화해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루아얄과 사르코지의 지지도는 지난해말부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으나 올들어 루아얄의 잇단 말실수가 부각되면서 사르코지가 다소 앞서고 있다. 지난 2∼3일 조사에서는 루아얄 48%, 사르코지 5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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