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467

헝가리 데모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헝가리의 반정부시위가 격화돼 소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옛 소련에 맞서 항쟁을 일으켰던 1956년 `헝가리 봉기' 50주년 기념일인 23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민들은 옛소련제 고철 탱크를 거리로 움직여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고무탄, 물대포, 탱크 이날 부다페스트 시내 국회의사당 부근 엘리자베스 광장과 딕 대로 등에서는 우파 야당인 페디즈헝가리시민연합(FHCU)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민 수천 명이 모여 페렌츠 주르차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FHCU 측은 연인원 1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당 소속의 주르차..

또 불안한 파리

불타는 자동차들과 성난 무슬림 청년들, 연기 자욱한 파리의 모습이 외신을 장식해 충격을 안겨줬던 프랑스 소요사태가 일어난지 오는 27일로 1년이 된다. 파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유럽 다른 나라들로까지 번져갔던 프랑스 소요 1주년을 앞두고 파리 외곽에서 다시 불안 조짐이 일고 있다. 르몽드, AFP,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은 16일 파리 주변 빈민 거주지역들에서 경찰을 겨냥한 청소년들의 공격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등 소요사태가 다시 불거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밤 파리 외곽 에피니 쉬르 센에서는 골목에 숨어있던 10대 소년들이 경찰 순찰차를 공격해 경관 1명이 다쳤다. 소년들은 경찰차를 세우고 최루탄을 쏘며 공격했고, 경찰들은 공포탄을 쏘며 도망쳤다. 지난달 19일에는 남쪽 ..

인종차별로 가는 러시아

러시아에서 나치즘을 연상케하는 극우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인종차별 바람이 불고 있다. 옛 소련 해체 이후 기승을 부렸던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크렘린의 정치적 계산이 겹쳐져 소수민족, 유색인종을 겨냥한 차별과 공격이 빈발하고 있는 것.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0일 러시아 정부가 국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해 인종차별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민노동자 축출 등으로 이어지는 극우파들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알렉산더 벨로프는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인종주의 행동단체 `불법이주반대운동'(DPNI)을 이끌고 있다. 주로 반(反)이민 거리시위 등에 집중하고 있는 DPNI 같은 단체의 활동이 러시아에서는 과격 일탈이 아닌 하나의 정치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불법 ..

러시아-그루지야 '스파이 싸움'

러시아와 그루지야 사이에 `스파이 공방'이 벌어지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BBC방송과 AFP통신 등은 28일 러시아 정부가 `안전 위협' 때문에 그루지야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 관리들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그루지야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키로 결정했으며, 그루지야인들의 러시아 입국비자 신청 접수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또 국민들에게 그루지야 여행 자제를 권고했으며 그루지야와의 긴장관계를 `비상 국면'으로 규정하고 29일 전세기를 보내 러시아 관리들을 모스크바로 실어올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전날 그루지야 정부가 러시아 군 장교 등 5명을 간첩활동 혐의로 체포하면서 불거졌다. 바노 메라슈빌리 그루지야 내무장관은 체포된 사람들이 "그루지야의 항만..

유럽은 터키를 싫어해.

유럽이 다시한번 터키에 문을 닫았다. 유럽의회가 2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유럽연합(EU) 가입후보국인 터키에 대해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한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터키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인종.성적 차별 금지 등을 충분히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터키가 EU와의 관세동맹에 따라 EU 회원국인 남키프로스에 선박 입항과 항공기 기착을 허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유럽의회는 루마니와와 불가리아와의 오랜 EU 가입협상을 타결짓는 보고서를 채택, 두 나라를 내년부터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반면 터키에 대해서는 `좁은 문'을 고수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이유는 키프로스 문제. 터키 남쪽 ..

교황님 왜 이러시나

교황 베네딕토16세가 이슬람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황은 지난 12일 고국인 독일의 레겐스부르크를 찾아 야외미사를 집전하면서 이슬람의 지하드(성전·聖戰)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교황은 14세기 비잔틴제국의 황제와 페르시아(이란) 지식인의 대화를 담은 옛 문헌을 인용해 "무하마드(마호메트)가 갖고온 것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는 이슬람 지하드, 즉 성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문제의 구절을 수차례 강조해 읽었다. 이슬람권 격앙된 반응 교황의 발언에 이슬람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집트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모하마드 마디 아케프는 14일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서..

복지국가여 안녕... 흔들리는 스웨덴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17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스웨덴의 좌파와 우파가 운명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른바 `스웨덴 모델'이 도입된 이래 74년 동안 무려 65년을 집권해온 좌파 연합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스웨덴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파고 속에서 다시 사민주의의 보루로 남게 된다. 그러나 우파 연합이 승리를 거둔다면 20세기 서유럽을 풍미했던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BBC방송 등 유럽 각국 언론들은 선거의 향방을 주시하며 복지국가의 스폿라이트 뒤에 가려진 스웨덴의 경제 현실을 집중 분석하는 기사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흔들리는 좌파정권 현재 스웨덴의 여론은 집권 중도좌파 지지와 야당 우파연합 지지로 양분돼 있다. 양측의 ..

간다 했으면 가야지... 영 안 떠나는 토니 블레어

"간다 간다 하고 왜 안 가나...가는 날짜라도 알려달라." 집권 9년째를 맞고 있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퇴임 일정을 빨리 밝히라'는 당 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일 노동당 의원 17명이 블레어 총리에게 퇴임 일정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데 이어 6일에는 노동당 출신 관료 7명이 블레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과거에도 수차례 당 내에서 퇴임 일정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흔들리지 않아 `테플론 토니'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화학섬유 테플론처럼 질기다는 뜻. 최근 당내에서 그를 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특히 눈쌀을 찌푸리는 측은 블레어 총리와 당내 지지를 나눠갖고 있는 고든 브라운 재..

영국 경찰은 '양치기 소년'?

지난 9일, 영국 경찰은 런던 동부의 있는 무슬림 청년 2명의 아파트를 급습해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냈다. 이들이 집안에서 녹음한 비디오테이프에는 "너희가 우리를 죽인다면 우리도 너희를 죽일 것이다"라면서 테러공격을 경고하는 장면이 들어있었다. 이후 영국 경찰청은 2001년 9.11 테러에 버금가는 대규모 항공기 테러를 벌이려던 음모가 드러났다면서 런던 일대 무슬림들을 수색, 여러 `조직'을 적발하고 11명을 체포했다. 당국이 수하물 반입규정을 강화하면서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기들은 발이 묶였고 곳곳에서 항공대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체포된 `테러용의자'들은 실제로는 여권조차 없었으며 자폭테러 지원자들을 모집하지도 못한 단계였고 테러 준비를 구체적으로 진행시켰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

러시아가 사우디를 제치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 2분기 석유생산량은 1일 평균 963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914만 배럴을 웃돌았다. 러시아 언론들은 `부동의 1위'였던 사우디를 제쳤다는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러시아는 고유가 속 오일달러 붐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석유가 세계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달러 붐에 `빚잔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에 이르는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러시아는 쏟아져들어온 오일달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최근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