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다시한번 터키에 문을 닫았다.
유럽의회가 2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유럽연합(EU) 가입후보국인 터키에 대해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한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터키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인종.성적 차별 금지 등을 충분히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터키가 EU와의 관세동맹에 따라 EU 회원국인 남키프로스에 선박 입항과 항공기 기착을 허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유럽의회는 루마니와와 불가리아와의 오랜 EU 가입협상을 타결짓는 보고서를 채택, 두 나라를 내년부터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반면 터키에 대해서는 `좁은 문'을 고수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이유는 키프로스 문제. 터키 남쪽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와 터키군이 잇달아 점령해 전쟁을 치른 뒤 남과 북 두 나라로 갈렸다. 그리스계 남키프로스는 EU 가입국인 반면, 터키계인 북키프로스는 EU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터키는 이 제재를 풀 것을 EU에 요구하고 있다.
키프로스 문제 외에도 유럽측은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과 여성차별 등 인권침해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터키는 EU에 가입하기 위해 최근 몇년 새 내륙 쿠르드족 지역에서 쿠르드어 교육을 합법화하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지만 유럽의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실제 터키는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대대적인 군사작전까지 벌이고 있다. (쿠르드족한테 하는 짓을 보면 터키랑 '형제의 나라' 하고픈 마음 싹 없어진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1월 터키와의 협상평가보고서를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의 내용으로 보아 터키의 EU 가입이 이른 시일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키프로스 분쟁과 인권문제가 표면에 올라와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유럽국들이 이슬람 국가 터키에 대해 갖고 있는 이질감과 터키 출신 이주민 노동자 물결에 대한 반감 등 문화적돚경제적 원인들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 주제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27일 "EU는 공동헌법 처리 등 내부 문제를 푸는데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영역 확장에서는 일단 빗장을 걸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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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소식)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내년 1월 1일 유럽연합(EU)에 가입한다. 두 나라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이로써 완성됐다"며 11년에 걸친 가입 테스트의 종료를 반겼다. 두 나라의 EU 가입으로 동유럽의 경제발전과 안정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이주민 물결을 우려한 서유럽국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EU 집행위원회는 26일 오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최종보고서를 제출, 두 나라의 가입을 예정대로 진행시킬 것을 회원국들에 요청했다. 두 나라의 가입안은 다음달 열리는 EU 이사회에서 공식 승인될 예정이다. 불가리아의 세르게이 스타니셰프 총리는 집행위 보고서를 환영하면서 "베를린 장벽의 마지막 붕괴를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역내 통합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2년전 중.동부 유럽 10개국의 가입에 뒤이어 두 나라가 회원국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EU 회원국은 25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발칸의 `화약고'에서 EU에 들어가지 않은 나라들은 보스니아, 세르비아를 비롯한 옛 유고연방 국가들과 크로아티아 정도만 남게 됐다. 이밖에 터키가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조건이 엄격해져 절차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는 이번 보고서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가입 조건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인정했지만 민주화와 개혁의 진전을 확인하기 위해 내년 3월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인구 730만명의 불가리아는 사회주의 붕괴 뒤 1990년대 소요와 정정 불안을 겪은 뒤 최근 몇년 동안은 비교적 안정되게 경제개발을 추진해왔다. 불가리아 왕국 최후의 국왕이기도 했던 시메온2세가 2001∼2005년 총리를 지내면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20%에 이르렀던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를 잡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기준 9600달러, 실질GDP성장률은 5.5%였다.
루마니아는 인구 2200만명으로, 머릿수로만 따지면 EU에서 7번째다. 그러나 1인당 GDP는 8200달러로 불가리아보다 떨어지고 빈곤선 이하 인구가 25%에 이른다. 두 나라는 아직 개발도상국이지만 EU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면 동유럽의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외신들은 향후 발전 과정에서 서유럽 부자 이웃들의 노동이민 규제조치와 동유럽에 만연한 조직범죄 대처 방안 등이 현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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