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은 오랫동안 동방을 통치했소." 이런 말로 시작되는 책. 소설을 읽는 것이 오랜만이고, 이렇게 매혹적인 소설을 만난 것도 오랜만이다. 저 구절을 읽는 순간 그대로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아민 말루프의 책은 을 통해 한 번 접한 적 있지만 어떤 작가인지는 잘 몰랐다. 이 책, 은 처량하고 흥미롭다. 저항과 굴종과 열정과 사랑과 이별과 분열과 겸양과 위선과 회한. 책은 그저 한 노인의 회고담이자 인생과 사랑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것은 쇠락한 제국의 뒷이야기이자 '중동 그 자체'의 이야기다. 병적이고 암울한, 그러나 매혹적인. "돌연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다른 장소들을 말하기 시작했소. 거주지나 이주지가 아닌 암흑의 장소였소.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소. 이제 길은 도시들을 연결하지 않았고, 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