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Mature, Powerful.
미국 무기제조회사 레이시온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토마호크 미사일에 대한 소개글 제목입니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원래는 냉전시절에 핵탄두를 달기 위해 개발됐는데 ‘핵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고,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재래식 무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딘가를 공습한다, 하면 맨 먼저 등장하는 게 이 미사일입니다.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나라 근해에 구축함이 뜨고, 항공모함이 등장하면 ‘곧 때린다’는 신호입니다. 군함에서 곧바로 미사일이 날아가기도 하고, 항모에서 fighter가 발진해 폭격을 퍼붓기도 합니다. 그래서 군사전문가들은 토마호크를 ‘미군의 메신저’라 부르기도 합니다.
www.raytheon.com
토마호크는 1000마일(1600km) 넘는 거리를 날아가는데 배에서 쏠 수도 있고 잠수함에서 쏠 수도 있습니다. 레이시온 주장으로는 “최소한의 부수적인 피해 속에 높은 가치가 있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입니다. 여기서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는 원래 쓰이던 용어이긴 하지만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미국 국무장관 시절 이라크 아이들 피해를 ‘부수적인 피해’라 언급하면서 악명을 떨치게 된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군사목표물 타격하는 와중에 숨지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정밀타격(precise strikes)’ 앞에 미군은 흔히 ‘외과수술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하죠. ‘부수적인 피해’가 되도록 나지 않게, 군사시설만 쪽집게처럼 골라내 공습한다는 뜻입니다.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지요. 다만 미국이 전쟁에 대한 ‘국제 여론’에 신경을 쓰면서 타격의 정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민간인 피해가 많이 날 만한 곳에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마구 폭격을 하지는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민간인 피해가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시대에, 자칫 엄청난 반미감정을 부르고 보복 테러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역내 지정학이 꼬일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정밀타격’을 노릴 수밖에 없게 됐으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폭’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목표가 정밀타격이라 해도 민간인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특히 부시 때를 지나 오바마 행정부를 지나면서 CIA의 드론 작전이 주를 이루게 된 뒤에는 오폭 피해가 많아졌습니다.
잠시 옆길로 샜는데, 토마호크 얘기로 돌아가보죠. 레이시온에 따르면 GPS가 장착된 ‘고도로 정확한’ 이 미사일은 지금까지 500번 넘는 실험을 통과했고 미군과 동맹군들은 전투에서 2000번 넘게 이 미사일을 썼다고 합니다. 2017년 4월 미군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타격했을 때에는 토마호크 59발을 쐈고 2014년에는 미 해군 구축함이 시리아 영토 내 이슬람국가(IS) 그룹을 향해 47발을 쐈다고 공개해놨습니다.
이번 시리아 공습에는 미군이 105발을 쐈다고 합니다. 그 중 66발이 토마호크입니다. 제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살 일도 없고 쏠 일도 없지만... 제가 관심 갖는 것은 토마호크의 가격과 미군의 비축량입니다.
아프간 전 첫날 토마호크 미사일 50기를 쏟아부었던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는 지금까지 700기를 투하했다. 이 미사일은 1기에 110만-120만달러를 호가하는데, 특히 미 공군에서 사용하는 특정 기종의 경우 180만-2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시온의 연간 토마호크 생산량이 100기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전쟁 시작 후 열흘남짓 만에 7년치 생산분량을 몽땅 소요한 셈이다. 전쟁 초기 미군 전비의 대부분을 고가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크전 때 썼던 기사입니다. 전쟁이 나면 신나는 미국 군수업체들. 이라크전 열흘만에 레이시온의 7년치 생산량을 쏜 겁니다. 하지만 이후로 토마호크 쓸 일이나 쓰는 규모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2011년 리비아를 공습할 때 120~200개를 쏜 걸 빼면 대개 100개 아래로 폭격했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 레이시온의 ‘불안감’을 키우는 일이 생겼습니다. 미 해군이 2016년 토마호크 주문을 중단하기로 했던 겁니다. 여기에도 좀 맥락이 있었는데, 2013년에 공화당이 오바마를 괴롭히기 위해(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이유로) 예산안을 물고늘어져 ‘셧다운’이 벌어졌지요. 미 연방정부 재정지출이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겁니다. 당초 미 해군은 2013년 이후 5년 동안 해마다 토마호크 200개씩을 사려고 계획을 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셧다운 이후 예산 줄이라고 난리를 치니까 2015회계연도에는 100개 사는 걸로 구매량을 줄이고 2016회계연도에는 안 사겠다고 했던 것이죠.
2015년 당시 해군장관이었던 레이 마버스가 상원 군사위원회에 나와서 당시 미군이 갖고 있는 토마호크는 4000개 정도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레이시온이 치열한 로비에 들어갔는데, 요지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자리 위협은 모든 기업들의 만병통치약이자 마법의 주문... 당시 레이시온은 “24개 주 300여개 협력업체들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의회를 움직이려 애썼습니다. 레이시온은 미군이 1989년 이후 쓴 토마호크가 2300개에 이른다면서 구형 모델 값은 50만 달러밖에 안 한다고 읍소를 했습니다. 물론 레이시온이 팔려고 한 것은 그런 ‘싼 모델’이 아니지요. 당시 레이시온은 최신형 토마호크 블록IV를 개발해 한창 계약을 해야 할 때였습니다. 더군다나 몇 해라도 생산을 아예 멈추게 되는 ‘프로덕션 갭’이 생기면 손해가 커질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7년 4월 시리아에 전격적으로 공습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이러다간 토마호크가 고갈될 수 있다”는 기사들이 나옵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이 시리아 정부를 좀 더 대대적으로 공격해 내전 판도를 바꾸려고 마음먹는다면 400~500개를 써야 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2개의 전쟁’ 즉 북한과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 상황이 됐을 때, 자칫 토마호크 비축량이 급격히 소진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골치 아픈 협상과 조정을 거쳐서 그 해 11월에 미 해군이 토마호크 구매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2억603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블록IV 196개를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시온의 생산라인이 돌아가게 하려면 연간 토마호크 생산량이 200개는 돼야 한다는데, 거기에 맞춰준 셈입니다. 미국 국방부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블록IV의 가격은 개당 187만 달러, 약 20억원입인데 딜을 해서 많이 깎은(?) 모양입니다.
구형 모델은 개당 140만 달러 안팎입니다. 더 오래 전에 사놓은 것들은 대당 80만 달러 선. 이번 시리아 공습에서 가장 낮춰 잡았을 때 약 530억원, 많게 잡으면 1000억원 어치를 쏟아부은 것이로군요. 레이시온으로서는 이렇게 공습 한번에 ‘재고를 털면’ 참 좋겠지요. 미사일을 쏘고 나면 국방부가 또 주문을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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