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축소하고, 대통령 밥값은 대통령 사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쓰는 개인 생활비와 밥값을 내는 것이 낯설게 들리겠지만 미국에선 백악관 주인들이 개인 비용을 모두 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AP통신 등의 과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기간에 식비는 물론이고 치약 같은 생필품도 모두 부담한다.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이고, 연간 5만 달러의 공무지원비를 별도로 받는다. 이밖에 여행경비 10만 달러, 여가비 1만9000달러를 받는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봉급이 인상된 것은 1999년이며, 2001년 조지 W 부시부터 이 기준을 적용받았다.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내는 건 물론이고, 백악관 손님에게 내주는 음료비도 모두 대통령 부부가 낸다. 퍼스트레이디의 옷값이나 머리손질 비용도 모두 따로 낸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은 직원들이 대신 해주지만 지불은 대통령 가족이 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 직원이 매달 한차례씩 생필품과 경비 영수증 사본을 내면 오바마나 부인 미셸이 결제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이 워싱턴의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_AP
1797~1801년 재임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백악관 살림을 도와줄 직원들을 사비로 고용한 일을 계기로 의회가 백악관 경비 중 세금으로 대줄 항목들을 정했다. 공식 리셉션이나 연회 비용은 정부가 내지만 그 외의 밥값과 소모품은 대통령 가족의 몫이다. 경호실과 비서실 운영비, 건물 유지관리 비용 등의 경비 1270만달러는 정부가 낸다. 하지만 가족 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 웨이터 등의 월급은 대통령이 준다. 청소, 드라이클리닝 모두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파티, 생일잔치 같은 행사 비용도 당연히 대통령이 낸다.
대통령 전용기도 마찬가지다. 직무상 꼭 타야 할 사람이 아닌 가족이나 손님을 에어포스원에 태워줄 경우, 초대를 한 대통령이 탑승비용을 내야 한다. 메릴랜드주에는 캠프데이비드로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있는데, 이곳에 휴가를 가더라도 밥값과 체류비용을 내야 한다.
백악관 밥값은 일반 식당 밥값보다는 훨씬 비싸다. 이 때문에 새 주인들마다 밥값 청구서를 보고 놀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임대비용’은 내지 않아도 생활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낸시 레이건은 1981년 백악관에 이사한 뒤 “밥값은 물론이고 치약과 화장지값, 세탁비까지 모두 내야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의 부인 로라는 시아버지 조지 H 부시가 대통령이었던지라 2001년 담담하게 청구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라는 ‘전임자’들의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고, 옷이나 머리 단장에 쓸 돈을 아끼기 위해 미용사는 직접 고용했다.
‘퍼스트패밀리’의 생활비는 2014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거의 파산해서 백악관을 나왔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매년 수십만 달러 연봉을 받는데다 집도 공짜로 빌려쓰는 대통령 가족의 살림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빌 클린턴의 소송비용 탓이 컸지만, 살림에 들어간 돈도 만만찮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뒤 수시로 플로리다의 리조트를 방문했다. 거기다가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가 뉴욕에 머물면서 두집 살림을 하는 바람에 경호비용이 엄청나게 늘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지난 3월 내년도 추가예산 60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예산관리국에 거절당하면서 엄청난 경호비용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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