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도, 마지막도 버락 오바마의 한 마디는 “할 수 있다”였다. 미국 대통령 퇴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오바마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400단어짜리 감사 편지를 올렸다. 국민들에게 임기를 마치며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보내는 감사 편지’를 쓰는 것은 미국 대통령들의 관행이다.
미셸 오바마가 남편 버락과 함께 백악관 테라스에 선 사진을 19일 트위터에 올리고 미국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미셸 오바마 트위터
편지에서 오바마는 “여러분의 44대 대통령으로 일 할 수 있는 영예를 준 것에 마지막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면서 “여러분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여러분들은 내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선량함과 회복, 희망의 원천이었다”면서 “여러분들에게서 나는 품위와 결단력, 유머 감각, 그리고 친절함을 보았다”고 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한 단어는 ‘우리’”
오바마는 지난 10일 고별 연설 때처럼 이번에도 민주 시민의 참여와 행동을 강조했다. “선거나 자기 이득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애 매순간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나 역시 여러분들과 늘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한 단어는 ‘우리’이며 ‘우리 국민’, ‘우리는 극복할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하자”고 당부했고,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한마디로 편지를 끝맺었다. 2008년 그의 역사적 집권을 이끌었던 바로 그 대선 구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하루 앞둔 19일 국민들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를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렸다. 백악관 홈페이지
그는 편지 첫머리에 “이 편지는 우리가 아는 것, 배운 것, 후임자가 이 나라 최고위 공직자로서 그리고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내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돕기 위한 작은 지혜를 담은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도널드 트럼프 새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날 오바마는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국의 핵심 가치가 위협받을 때는 언제든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는 18일 백악관에서 50분 정도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이 때 그는 핵심 가치가 위협받는 사례들로 체계적인 차별, 투표권의 명백한 제한, 반대와 언론에 대한 반헌법적 행위,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을 다른 곳을 보내는 것(미등록 이민자 가정 청소년 추방)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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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관계에 대해 “양국이 건설적인 관계로 가는 것은 미국과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핵무기 감축에 무게를 실었다. 만약 트럼프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심도 있는 회담을 재개할 수만 있다면 양국 모두 핵무기 비축량을 줄일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집권 첫해인 2009년 제시한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을 물러나는 자리에서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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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은 내 인생의 영광”
퍼스트레이디 미셸도 19일 트위터로 미국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미셸은 트위터에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은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며,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글과 함께 백악관 테라스에서 오바마와 포옹한채 워싱턴기념탑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1월 7일 오바마(왼쪽)가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연설담당관 코디 키넌, 국가안보부보좌관 벤 로즈를 앞에 앉혀 놓고 국정연설을 연습하고 있다. _ 백악관 웹사이트
하루 뒤면 새 주인을 맞는 백악관은 19일 내내 분주했다. 분야별 업무 인수인계는 물론이고, 오바마 가족의 이삿짐이 나가고 트럼프 가족의 새 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측 요직 내정자들과 오바마의 관리들이 모여 인수인계 예행연습을 했다. 오바마 쪽에서는 리사 모나코 국토안보·대테러담당 보좌관이, 트럼프 측에서는 비서실장 내정자인 라인스 프리버스가 책임자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백악관 계정들도 트럼프 측에 인계하고 있다. 오바마와 미셸의 글들은 ‘@POTUS44’나 ‘Facebook.com/ObamaWhiteHouse’ 같은 별도의 계정으로 옮겨진다.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쓰던 개인 물건이나 가구들, 기록물들은 시카고에 들어설 오바마 기념관으로 옮기게 된다. 다만 오벌 오피스의 책상은 남겨둔다. 이것은 오바마의 물건이 아니라 1880년 러더퍼드 헤이스 대통령이 영국으로부터 선물받은 공공 물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통화 상대는 메르켈
오바마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외국 지도자는 ‘오바마 없는 시대’에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틈에서 외롭게 세계를 지켜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백악관은 오바마가 미셸과 함께 메르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고 용감하며 한결같았던 메르켈의 지도력에 감사했다”고 밝혔다. 메르켈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도 통화를 같이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지난 8년간 우정과 협력을 나눴던 메르켈 총리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5년 5월 전용 헬기에서 내려 백악관에 도착한 오바마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우산을 받쳐들고 밸러리 재럿 선임고문, 애니타 브레켄리지 부비서실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abc방송 화면 캡처
오바마의 백악관 식구들은 하나둘씩 흩어져 갈길을 가게 된다. 오바마 가족의 최측근인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나란히 존 F. 케네디 문화예술센터 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미국 홀로코스트기념관 운영위원으로 가게 됐다. 이들의 자리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맏딸 이반카와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는 백악관 서북쪽에 이미 집을 마련한 뒤 인수인계에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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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카에게는 공식 직함은 없지만 정권 초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20일 남편이 취임한 뒤에도 당분간 뉴욕에 머물면서 막내아들 배런(11)을 돌볼 것이기 때문이다. 미셸은 남편이 취임하기 전 이미 비서실장과 비서를 채용해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업무 준비에 나섰으나 멜라니아의 비서진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오바마가 미국민들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전문
My fellow Americans,
It’s a long-standing tradition for the sitting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o leave a parting letter in the Oval Office for the American elected to take his or her place. It’s a letter meant to share what we know, what we’ve learned, and what small wisdom may help our successor bear the great responsibility that comes with the highest office in our land, and the leadership of the free world.
But before I leave my note for our 45th president, I wanted to say one final thank you for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44th. Because all that I’ve learned in my time in office, I’ve learned from you. You made me a better President, and you made me a better man.
Throughout these eight years, you have been the source of goodness, resilience, and hope from which I’ve pulled strength. I’ve seen neighbors and communities take care of each other during the worst economic crisis of our lifetimes. I have mourned with grieving families searching for answers???and found grace in a Charleston church.
I’ve taken heart from the hope of young graduates and our newest military officers. I’ve seen our scientists help a paralyzed man regain his sense of touch, and wounded warriors once given up for dead walk again. I’ve seen Americans whose lives have been saved because they finally have access to medical care, and families whose lives have been changed because their marriages are recognized as equal to our own. I’ve seen the youngest of children remind us through their actions and through their generosity of our obligations to care for refugees, or work for peace, and, above all, to look out for each other.
I’ve seen you, the American people, in all your decency, determination, good humor, and kindness. And in your daily acts of citizenship, I’ve seen our future unfolding.
All of us, regardless of party, should throw ourselves into that work-- the joyous work of citizenship. Not just when there’s an election, not just when our own narrow interest is at stake, but over the full span of a lifetime.
I’ll be right there with you every step of the way.
And when the arc of progress seems slow, remember: America is not the project of any one person. The single most powerful word in our democracy is the word ‘We.’ ‘We the People.’ ‘We shall overcome.’
Yes,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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