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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콜레라 6년만에...등떼밀려 사과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딸기21 2016. 12. 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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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고 9개월 지난 2010년 10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콜레라가 퍼졌다. 강물이 더러워지면서 수인성 질병이 생겼고 병에 걸린 이들이 인구가 밀집한 수도로 들어가 널리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환자들이 많은 중부 아르티보니테의 병원은 환자가 넘쳐나 제대로 치료조차 못 하는 상황이었다.


보건·의료 여건이 열악한 아이티에서 콜레라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전염병이 거의 진정된 것은 2014년에 이르러서였다. 지난해 3월까지 아이티인 9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멕시코 등에서 온 외국인 사망자도 500명에 육박했다. 콜레라는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소금과 설탕을 섞은 물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조금만 늦어도 설사, 탈수 등으로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 때문에 무서운 전염병이 된다.


대지진 뒤 1년이 지난 2011년 1월 8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민들이 천막촌을 흐르는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주민들은 아르티보니테의 유엔 평화유지 임무단 캠프에서 콜레라가 처음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그 해에 유엔 평화유지단에는 1만2000명이 들어가 근무하고 있었다. 유엔은 평화유지단과 전염병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보건교육과 치료 지원에 매달렸다. 쿠바 정부가 의료진 수백 명을 파견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 구호단체들도 구호·의료인력을 들여보냈다. 


주민들과 의료진들은 아르티보니테에 주둔하고 있던 네팔 평화유지군을 콜레라 전염의 주범으로 지목했으나 유엔이 이를 인정한 것은 올들어서였다. 지난 8월 유엔 사무총장 특사인 필립 알스턴이 “초기 발병 과정에 유엔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네팔군에게서 나온 콜레라균이 강을 타고 주변에 퍼진 것으로 드러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결국 유엔의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다. 아이티 콜레라 문제는 반 총장 임기 중 유엔의 명성을 추락시킨 최대 오점이자 인도적 재앙이었다.

 

하지만 공식 사과가 나오기까지는 몇 달이 더 걸렸다. 반 총장이 1일(현지시간) 아이티 콜레라 사태에 대해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는 연설을 했다. 1만명 가까운 이들이 숨지고 6년이나 지나서였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면서 “아이티의 콜레라 발병과 확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아이티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먼저 현지 언어인 크레올로 사과를 하고, 이어 영어와 프랑스어로 반복했다. 


반 총장은 “유엔은 콜레라에 따른 인명 손실과 고통을 애통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위해 향후 2년 간 4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회원국들이 그 절반인 2억달러를 출연해야 한다며 각국에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엔의 책임’은 명시하지 않은 채, ‘유엔 평화유지 활동의 오점’이라고만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유엔 수장이 처음으로 아이티 콜레라 사태의 책임을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받아들일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으며 외교적 면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이티 언론 르누베이스트는 반 총장이 ‘아이티 콜레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다면서 금전적 지원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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