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스타벅스 신화’를 만들었던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63)가 사임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슐츠는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잘 알려진 민주당 지지자인 그가 정치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1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글로벌 성장의 새로운 파도를 이끌기 위한 새 리더십 구조’라는 안내문을 띄우고, 이사회가 케빈 존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차기 CEO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슐츠는 내년 4월 3일 퇴임하고 올해 55세인 케빈이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
이날 스타벅스의 ‘깜짝 발표’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회사 주가는 10%p 가량 떨어졌다가 장 후반부에 3.6%p 회복됐다. 슐츠는 곧바로 전화 회견을 열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매 영역에서 다음번 혁신의 파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번 (경영자 교체) 조치로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우리 핵심 사업부문을 성장시켜 미래로 옮겨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계획을 밝힌 미국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오른쪽)와 후임자 케빈 존슨. _ 스타벅스 홈페이지
스타벅스는 2014년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리저브 로스터리 앤드 테이스팅 룸’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매장을 여는 등 ‘메가스토어’ 계획을 추진해왔다. 슐츠는 지난 7월 이 메가스토어에 대해 “‘커피의 모든 것’에서 스타벅스의 리더십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를 먹어치우다시피 하며 성장한 ‘커피 공룡’ 스타벅스가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쳤고, 다른 리더십 아래에서 다른 사업 모델을 찾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분석가 닐 손더스는 CNBC방송에 “슐츠는 스타벅스 사업을 오늘날의 글로벌 ‘파워하우스’로 이끈 성공적인 사업가이지만, 이제 효율적인 관리와 미래를 위한 기회 등에서 다른 단계로 이동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새 사업을 일으키는 ‘혁신가’였던 슐츠와 달리 후임자 존슨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관리자’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슐츠의 강력한 신임을 받고 있는 존슨이 글로벌 사업을 관리하고 내실을 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슐츠는 1982년 점포 4개의 작은 커피체인이던 스타벅스에 합류해, 30여년만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CEO를 지냈고 2008년 다시 수장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왔다. 지난해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겨 온 ‘새 얼굴’ 존슨이 걸어온 길은 매우 다르다. 1980년대에는 IBM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고, 1992년부터 16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관리직 간부로 일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국가안보통신자문위원회(NSTAC)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슐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슐츠가 사업에서 결국 손을 떼고, 정치에 뛰어들어 대권에 도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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