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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버지니아, 플로리다...미국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들

딸기21 2019. 8. 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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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튼에서 연달아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엘패소 총기난사범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고, 데이튼 사건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두 사건뿐 아니라 올해 미국에서는 총기난사가 하루 평균 한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의 비영리기구 ‘총격아카이브’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일까지 벌어진 ‘대량 총격’(mass shooting), 즉 공격자를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총에 맞은 사건이 모두 251건 일어났다. 


무차별 총기난사가 벌어질 때마다 총기 규제론이 고개를 들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는 없다. 미국에서 그동안 벌어진 대형 총격사건들을 정리해본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2017년 10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뒤,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꽃다발이 거리의 추모공간에 쌓여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장 총기난사
 

2017년 10월 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는 ‘루트 91 하비스트’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장은 잠시 뒤 참극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스티븐 패독(당시 64세) 남성이 옷 사이에 총기를 숨기고 들어와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분간 이어진 공격으로 58명이 숨지고 422명이 다쳤다. 범인도 숨졌고, 범행 동기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격 당시 패독은 가지고 있던 반자동 소총에 발사속도를 높이는 액세서리인 ‘범프스탁’을 달아 살상력을 더했다. 완전 자동화기의 유통은 법으로 규제되지만 범프스탁은 총기 액세서리일 뿐이어서 합법적으로 거래되곤 했다. 패독의 공격 이후 범프스탁 규제 움직임이 일었지만 법무부가 이 장치를 쓰는 것을 금지시킨 것은 올 3월 들어서였다.

 

올랜도 나이트클럽 공격
 

2016년 6월 12일, 전직 민간 보안요원 출신인 오마르 마틴(당시 29세)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49명을 살해했다. 게이 나이트클럽으로 알려진 펄스에서는 ‘라틴나이트’라는 이름으로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마틴은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하고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공격을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이 동성애자들을 혐오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는 2년 뒤 “범인은 펄스가 게이 나이트클럽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이 사건을 ‘반동성애 증오범죄’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2007년 4월 16일 오전 2시간 30분 동안 한국계 이민 1.5세대 학생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했다.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와 노리스홀을 오가며 벌인 총격으로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조승희는 범행 뒤 자살했다. 
 

사망 당시 23세였던 조승희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부유층과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낸 자필 메모들과 동영상, 사진기록들을 만들어 NBC 방송에 보냈고, 미국 언론들은 이를 조승희의 ‘매니페스토(선언)’라 이름붙였다. 그러나 언론들이 이 영상을 여과없이 방송하면서 취재 윤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2012년 12월 14일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 20세 청년 애덤 란자가 총을 들고 뛰어들었다. 란자의 총격에 6~7세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란자는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사 과정에서 란자가 공격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총을 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 낸시 란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당시 경찰관이 두 여성과 어린아이 한 명을 이끌고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당국은 범인이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도성명을 발표하면서 총기를 규제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잠시 고조됐던 총기 규제 목소리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서덜랜드 교회 총기난사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피링스의 퍼스트침례교회에서 2017년 11월 5일 데빈 패트릭 켈리라는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군 출신인 켈리는 가정폭력으로 군 법정에 기소된 적 있어 총기를 합법적으로 사거나 가질 수 없었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법체계는 범행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군이 FBI의 국립범죄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에 관련 기록을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인은 총기를 난사하다가, 마침 현장에 있던 전직 전미총기협회(NRA) 지도사 스티븐 윌포드의 반격을 받았다. 윌포드는 가지고 있던 AR-15 반자동 소총으로 켈리를 쏘았고, SUV를 타고 도망치는 켈리를 추격했다. 켈리는 쫓기던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총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총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에 이 사건을 활용했다.

 

루비스 카페테리아 총기난사
 

‘루비스 학살’로도 불리는 총격은 1991년 10월 16일에 일어났다. 이 총격이 발생한 곳도 텍사스주였다. 텍사스의 킬린에 있는 루비스라는 카페테리아에 조지 헤너드라는 남성이 들어가 총격을 퍼부어 23명이 숨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헤너드는 마리화나 흡입 전력이 있고 정신적인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주변 사람들은 헤너드가 히스패닉, 게이, 여성을 증오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샌이시드로 맥도날드 공격
 

1984년 7월 18일 캘리포니아주 샌이시드로의 맥도날드 매장에 41세 남성 제임스 허버티가 이스라엘제 우지(Uzi) 기관단총과 윈체스터 엽총을 들고 나타났다. 허버티는 마구잡이로 총을 쏴 가게 안에 있던 아이들 등 20명을 살해했으며, 1시간 가량 살인극을 벌인 뒤 경찰특공대(SWAT) 저격수의 총에 사살됐다.
 

범행 사흘 전 허버티는 아내에게 자신이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허버트는 보안요원과 용접공 등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으나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것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점점 외골수가 됐다고 주변 사람들은 증언했다. 이 사건은 뒤에 <피의 수요일(Bloody Wednesday)>라는 스릴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스톤맨더글러스 고교 총격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북쪽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맨더글러스 고교에서 2018년 2월 14일 졸업생인 니컬러스 크루즈가 AR-15 반자동 소총을 마구 쏴 학생과 교직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달아난 19세의 범인은 1시간 뒤 체포됐다. 
 

조사결과 크루즈는 2016년과 2017년에도 학교를 공격하겠다고 했고 지역 보안관실에 이와 관련된 제보가 몇 건이나 들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이 공격 몇 달 전에 유튜브에 ‘학교 총기난사를 일으키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공격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애타게 호소했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는 이번에도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걸 거부했다. 그 배경에 ‘네버 어게인 MSD’라는 이름의 총기 관련 로비단체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들끓었다. 플로리다주는 총기를 살 수 있는 연령을 18세 이상에서 21세 이상으로 올리는 미미한 규제 조치만 내놨다. 

 

텍사스 시계탑 총기난사 
 

1966년 8월 1일 해병대 전역병 찰스 휘트먼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 캠퍼스의 시계탑에 올라가 총을 쏴 1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 휘트먼은 전날 아내와 어머니를 먼저 살해하고, 유서를 썼다.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찰스 휘트먼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던 오스틴의 텍사스대학 시계탑. 사진 WIKIPEDIA

 

그는 이튿날인 사건 당일 아침 집에서 나와 총기 관련 잡지들과 유니버설 M1 카빈총, 탄약 8상자를 샀다. 또 창고에 숨겨놓고 있던 엽총과 레밍턴 소총, 35구경 칼리버 소총, 30구경 M1, 루거 권총, M19 소총, 매그넘 리볼버 등 대량의 무기와 식량, 커피, 비타민, 물, 쌍안경, 트랜지스터라디오 등을 잔뜩 싸들고 집을 나섰다. 범인은 위조한 연구보조원 신분증으로 텍사스대학 캠퍼스에 들어갔고, 대학본부 건물 위쪽 시계탑에 올라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경찰에 사살됐다.
 

휘트먼은 무기와 탄약을 대량 구비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전 여러 병원을 돌며 약물처방을 받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이 사건은 ‘도시 테러(urban terror)’에 대한 공포를 낳았다. 약물 중독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부검이 실시됐으나 범행 동기를 짐작케할 단서는 없었다. 

 

샌버나디노 재활센터 공격
 

2015년 12월 2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장애인 재활센터에서 시예드 리즈완 파루크라는 남성과 타슈핀 말리크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했다. 범행 뒤 두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도주했다가 4시간 뒤 경찰에 사살됐다. 
 

파루크는 미국의 파키스탄계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었고 보건부 직원으로 일했었다. 부인인 말리크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영주권자였다. 범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하면서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든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대규모 공격을 저지르기 위해 무기와 탄약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집에 폭탄 제조설비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FBI는 이 사건을 “미국에서 태어난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외국 테러집단의 영향을 받고 저지른” 것이었다면서 자생적 테러로 규정했다. 

 

에드먼드 우체국 총격 
 

1986년 8월 20일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의 시간제 우편배달부 패트릭 헨리 셰릴이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에 총기 3정을 가지고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다. 10분 만에 우체국 직원 14명을 살해한 셰릴은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에드먼드에 이어 1991년에는 뉴저지주 리지우드와 미시건주 로열오크에서, 2년 뒤에는 미시건주 디어본과 캘리포니아주 대너포인트에서 잇달아 우체국 총기난사가 벌어졌다. 거의 대부분 직원들 간에 벌어진 공격이었다. 에드먼드 사건 이후로 1997년까지 우체국 총격으로 숨진 전현직 직원은 40명이 넘었다. 이로 인해 극단적이고 통제불가능한 분노 상태를 가리키는 ‘우체국에 간다(Going postal)’는 속어까지 생겼다. 그 후에도 우체국 총격은 사라지지 않았고, 2006년에는 캘리포니아주 골레타와 오리건주 베이커시티에서 연달아 살인극이 벌어졌다.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 해리스(18)와 딜런 클리볼드(17)라는 두 10대 소년이 동급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사살했다. 두 학생은 학교 도서관에서 함께 자살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총기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집단괴롭힘과 폭력적인 영화·게임 등을 모두 도마에 올렸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 사건을 소재로 <볼링 포 컬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사건의 배경과 미국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쳤다. 두 10대가 학교에 쳐들어가 총탄 900발을 쏘아대기 1시간 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옛 유고슬라비아연방 코소보에 대한 공습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컬럼바인 고교는 세계 최대 무기제조사 중 하나인 록히드마틴 직원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였다. 학교 앞으로는 밤마다 록히드마틴에서 인근 공군기지로 로켓이 운반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디오게임과 마릴린 맨슨의 이른바 ‘폭력적인’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무엇이 평범한 소년들을 극악한 학살범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나왔지만, 어느 것도 속시원한 답변은 되지 못했다. 총기규제 움직임은 역시 NRA의 거센 로비에 부딪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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