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그래도 나는 끄떡없다. 그리고 저 사람들에게 내가 개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 기껏해야 저들은 내게 채찍질밖에 안 할 테니까 말이다. 내가 잃어버린 것의 향기가 저 어둠으로부터 희미하게 전해지고 있는 지금,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15쪽) 반딧불이 쿠데마유의 초록 불빛이 꼭 감고 있는 내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바로 그날이야." 나는 눈으로 반딧불이 쿠데마유에게 말한다. 그러자 반딧불이가 초록 불빛으로 내게 대답한다. "그날 너만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아니야." (55쪽) 그 작은 양털 실오라기에서 마른 장작, 곡물 가루, 우유, 꿀,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가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