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칼럼

[기협 칼럼]가짜난민

딸기21 2018. 7. 11. 09:00

제주도에 들어온 500여명의 예멘인들을 비난하며 반대 시위를 하고, 이들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 청원을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상상했던 대로인 동시에 상상 이상이다. 이미 난민 유입문제로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던 구미 국가들도 한국의 이런 노골적인 모습에는 좀 놀란 것 같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섬으로 도망쳐온 예멘 난민 500명에 한국인들이 분노했다”고 적었고, 독일 도이체벨레는 “한국인들은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들어오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한국의 반 난민 백래시가 전쟁을 피해 망명지를 찾아온 예멘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백래시(Backlash)인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 역작용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는 걸 백래시라고 한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니 페미니즘에 맞선 백래시가 일어나는 것처럼. 하지만 난민들을 향해 백래시가 일어날만큼 한국에 난민들이 많던가? 난민들과 그 2세들이 일정한 크기 이상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며 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냈던가? 


Protesters in Seoul demonstrate against a group of asylum seekers from Yemen, on June 30. Hundreds of asylum seekers from Yemen have arrived in South Korea's southern resort island of Jeju. Ed Jones/AFP/Getty Images


이것이 과연 백래시일까? 이방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 특정 종교에 대한 다소간 조직적인 반발,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에 대한 선입견, 인종적 종교적 혐오감이 아닌가? 도이체벨레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벌어들인 부(hard-earned wealth)와 건강보험, 기타 서비스의 이점을 노리려는 경제적인 이민자들이라며 (예멘인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말이 맞다. 종교적 문화적 거부감보다는, 결국 힘들게 번 돈을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써야할까봐 아까워하는 마음인 거다.

 

백래시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표현은 ‘가짜난민’이다. 여러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난민 반대 시위’를 전하면서 실은 사진 중에는 일부러 외신 보도를 겨냥한 듯 영어로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온 사람들 모습도 있다. 거기 적힌 구호가 FAKE REFUGEES다. 몇 곳의 난민촌에 가봤고 여러 나라의 난민들을 짧게나마 만나봤고, 적어도 평균적인 한국인들보다는 난민을 다룬 자료나 기사를 많이 보아온 나에게 이 표현은 참 낯설다. 

 

유럽의 우파들은 난민들이 취업기회 많고 사회복지가 탄탄한 나라들을 골라간다며 ‘망명지 쇼핑’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망명지 쇼핑이라는 말은 이동의 자유가 포괄적으로 보장되는 솅겐조약 국가들과 캐나다에서 많이 쓰인다. 고난을 피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다. 거기에 난민의 현실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런데 1990년대 영국에서 주류 미디어들이 대놓고 이런 표현을 기사에 쓰기 시작하면서 이 말이 널리 퍼졌다. 카디프대학 저널리즘교수인 케리 무어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제담론이 사회와 문화에 스며들고,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망명지 쇼핑'이 일반적인 용어가 돼버렸다”고 분석한다.

 

가짜난민은? ‘망명지 쇼핑’처럼 난민들의 특정 행태를 과장해 비꼬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들의 존재와 이동의 원인 자체를 가짜로 만들어 부정해버리는 가짜난민이라는 말. 이른바 ‘가짜뉴스’에게서 파생해 나왔을 이 표현은 유독 한국에서 많이 쓰인다. 구글에서 페이크 레퓨지스에 대한 최근의 뉴스를 검색해보면 호주의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한국발 뉴스다. 

 

가짜난민을 질타하는 국내언론 보도들은 불법 난민신청 브로커들이 붙잡혔다는 기사에서 출발하는데, 거기에 가짜난민이라는 제목을 붙여 교묘하게 독자들의 반감을 자극한다. 소셜미디어나 웹의 글들은 보트피플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왔고 핸드폰이 있다는 이유로 예멘인들에게 가짜난민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난민에 대해 멋대로 재단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예멘인들이 가짜난민이라고 주장하는 기사야말로 가짜뉴스다. 


난민들 몇 명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이 틈을 타 ‘가짜난민을 가려낼 법안’을 발의하는 여당 의원, 손팻말 들고 난민반대 집회에 나서고 댓글 쓰나미를 일으키는 사람들, 난민을 향한 혐오감에 기댄 기사들을 쏟아내는 언론. 가짜난민이라는 말이 비춰주는 것은 난민의 실상이 아닌 한국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