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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로망스

여행기도 아직 다 안 올린 주제에 ^^;; 또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좀 뻔뻔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꿈은 자유다. 생각하는 건 내 자유라고... 1년여 전에 생각했던 나의 여행목적지들은 룩소르-알렉산드리아-페트라-예루살렘-다마스커스-이스탄불-바그다드-테헤란-이스파한-칸다하르-타지마할-앙코르와트 이런 거였다. 그런데 룩소르는 가봤고, 알렉산드리아는 '반드시 실망해줘야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칸다하르는 걍 영화로 보면 되겠고, 페트라와 이스탄불, 바그다드는 가봤으니. 일정을 바꿔야겠다. ★ 한시절 나의 로망이 깃들어있는 자금성 ★ 둔황과 윈깡의 석굴들 ★ 와나캣의 여행이 메마른 내 마음에 불을 당겼다- 고비사막 ★ 앙코르와트 ★ 죽기전에 봐야만 하는 타지마할 ★ 이스파한과 테헤란 ★ 향료냄새가 날 ..

이스탄불, 술탄의 궁전.

여행기가 갑자기 너무 쏟아지듯 올라오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미뤄둘까 했는데, 더 미뤄두면 나리나리처럼 '몇년전 여행기'가 될 것 같아 그냥 올려요. :) 톱카프 사라이. 이스탄불의 구시가지, 유적들이 몰려있는 술탄아흐멧 거리에서 바다(마르마르해)와 면한 곳에 거대한 궁전이 있다. 술레이만 대제 시절을 비롯해, 오스만의 술탄들이 오랜 세월 기거했던 궁전이다. 지금은 성벽 아래에 철길이 지나가고, 해안 안쪽으로 물러나있는 듯 보이지만 예전에는 부지가 굉장히 넓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넓기는 넓다 ^^;; 톱카프는 명실상부한 '제국의 심장'이었고, 지금도 그런 느낌들이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건물들을 놓고 보면 블루모스크같은 종교상징물에 비해 그다지 위압적이지는 않지만 안에 있는 유물들은! 한마디..

[스크랩] 투르니에, '심장이 내는 소리

나는 낙관적인 사람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농담 한마디 던질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이라고! 투르니에 할아버지, 당신 참 대단한 분이셔요. 블리니 종합병원에서 초음파 심장검진을 받다. 대수롭지 않은 검사이거니 했는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같은 불쾌한 소음이 기계를 통해 들렸다. 내 심장이 내는 소리라고 했다. 검사 결과 분명한 심장비대임이 판명되었다. 나는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심장이 그렇게 커졌다 이 말이지! 그런데 사실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지 않은가. 암으로 인한 더러운 죽음과 심장으로 인한 깨끗한 죽음 말이다. 그렇다면 내겐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 같다. -미셸 투르니에, 에서 이래서 투르니..

딸기네 책방 2004.09.15

게으름에 대한 찬양- 러셀, 그리고 게으름.

이런저런 게으름...의 늪에 빠져 살고 있는 날들. 베이비박스에 '게으른 엄마의 변명'을 적었더니 또치 왈, 다른 엄마들도 딸기님처럼만 게으르면 좋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 버트런드 러셀의 을 읽었다. 러셀이 핵폭탄에 반대한 것을 알고 있고, 혼자 조용히 반대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서명운동에 가두시위까지 앞장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외에는-- 없다. 영국 사람이라는 것 정도일까나. 맑스의 사위이기도 한 폴 라파르그의 라는 책을 몇년 전에 읽었다. 가만있자, 그게 언제였더라. 아마도 1996년 정도가 아니었던가 싶은데. 라파르그의 책과 러셀의 책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는데, 내용은 사실 비슷하다. 노예가 아닌 그리스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사색을 예로 든 것도 그렇고, 여가를 강조한..

딸기네 책방 2004.09.11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천재지변이 무서워...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가을이다. 아직 낮기온은 30도를 넘어가지만, 그래도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가을이 온 것은 좋은데, 돌아오자마자 태풍이다. 도쿄를 직접 지나쳐간 것은 아니지만 어제밤엔 바람이 대단했다. 집이 집인지라, 베란다 큰 창문을 내리 두들기는 바람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요새 꼼양이 시차적응 못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불에 두 차례 실례를 했다. 그 덕에 어제는 요를 꺼내어 빨아 널었는데, 소나기가 두 번 훑고 지나가 밤에도 빨래를 거둬들이지를 못했다. 베란다에 요를 널어놓고 큰 빨래집게로 묶어놨는데도 불안해서 아지님이 몇번이고 내다봐야 했을 정도. 이곳의 바람은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지진.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 등등이 있는 서쪽 지역) 쪽에 몇번 연달아 리히터규모 ..

이스탄불에서... 사진은 날려먹음

이스탄불. 역사의 무게가 너무 많이 얹혀있는 도시는 역시 좀 무거운 기분이 든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푸른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러스, 육중한 모스크들, 알록달록한 거리, 넘쳐나는 관광객 따위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 도시에 대해서는 여행책자가 수두룩하게 나와있으니 자세히 소개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당초 길고 자세하고 유식한 여행기를 써보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생략하고... 나도 '포토에세이'로 밀고나가기로 결심. 이스탄불의 상징 격인 블루모스크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여행기를 올린 바 있지만 ^^ 블루모스크의 정확한 이름은 '술탄 아흐멧 모스크'. 이름으로 미뤄짐작할 수 있겠듯이, 술탄 아흐멧이라는 작자가 만든 것이다. 크기가 몹시 크다는 것 외..

승자의 도시, 그늘진 도시 카이로

카이로(Cairo)는 이집트의 수도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집트의 수도’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먼지 가득한, 역사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부패와 빈곤과 어수선함이 가득한 도시. 현지어로는 ‘알 까히라’(Al-Qahirah)라 부른다. 나일강 델타 끝부분, 지중해를 바라본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 83㎢, 인구 약 1500만명. 1922년 이집트가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인구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 25㎜의 사막기후로, 연간 한두차례 적은 양의 비가 내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나일강 때문이다. 7월 평균기온 27.7℃, 1월 평균기온은 12.7℃다. 사막기후라고는 하지만 위도가 ..

반지제왕- 골룸을 만나던 날

반지제왕,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서 읽고 있다. 이미 10년전쯤에 처음 소설책을 구입한 이래 수차례 '완독'에 실패한 것은 내 게으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내겐 이 책이 그닥 흡입력이 없었다. 솔직히 앞부분, 지겨웠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편은 버섯마을같이 생긴 귀여운 호빗네 마을만 기억나고, 2편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3편은 제법 장관이어서 재밌게 봤다. 스펙터클에 압도되기도 했고. 하지만 (반지팬들께는 죄송하지만) 뭐 그렇게 감동적인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없는 영화'라는 점도 맘에 안 들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린것 같지도 않고. 그 영화 만드는데 돈이 꽤 들어갔을 것 같기는 하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어느 순간, 소설가의 '느낌'이 나에..

딸기네 책방 2004.07.31

입맛이 바뀌는 일본 사람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맵고 짠 음식만 좋아한다고, 친정엄마가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파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쿄에서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크리타 선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때문에 일본 사람들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입맛이 바뀌는 사람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혼자 혹은 부부 단 둘이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 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타 선생의 친정어머니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는데, 편의점이나 대형 수퍼마켓에서 ..

도쿄의 무더위

30도 넘는 날이 벌써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몇해전 여름휴가 때 도쿄에 왔을 때에도 날씨는 너무 더웠다. 국립박물관에 들렀다가 우에노공원으로 나왔던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코와 입 안에 밀려들어오던 그 후덥지근한 공기가 생각난다. '더위'를 생각할 때면 나는 두고두고 그 날의 감각을 떠올렸었다. 어제는 일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도쿄 기온 최고라는 39.5도, 그리고 오늘도 39도는 너끈히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무더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39도는 백엽상의 날씨일 뿐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기온은 40도를 웃돌고도 남는다. 조그만 우리집은 찜통 그 자체다. 꼼꼼이와 내가 생활하는 마루방은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