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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일본] 쿠라시키

어느것이 진짜일까. 과연 '진짜'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렇게 이어지는 일련의 물음들에 대한 답은, 모두 'NO'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없다--라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것이 일본적인 것일까. 오카야마현 구라시키라는 곳은 아주 작은 도시같았다. 역에서 내리면서부터, 서양식(아지님은 뭐가 서양식이냐고 했지만) 느낌이 짙게 풍긴다. 글쎄, 뭐가 서양식이냐고? 딱히 할 말은 없다. 느낌,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의 모든 거리가 따지고 보면 서양식 건물들(한옥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로 채워져 있지만 '서양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롯데월드에 가도, 월드컵 공원에 가도, 서양식은 아니다. 구라시키에는 미관지구(美觀地區)라는 희한한 이름의 구역이 ..

지금 일본에선

고이즈미 정권이 예상 밖의 복병을 만나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혹 저러다가 좌초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스캔들. 정체는 뭐냐면, 국민연금(일본식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음) 문제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처음 도쿄에 왔을 무렵이었으니깐 두달 가까이 됐겠다. 국민연금 홍보 광고(아마도 정부 광고이겠지)에 출연했던 여배우가 실은 연금을 안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배우가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숙여 사과했는데, 지적이고 좋은 인상을 가진 여자였다. 유명인이겠지? 그 뒤에,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자민당 의원들의 연금 미납을 문제삼아 대대적으로 공격을 했다. 사정은 잘 모르지만, 여야 정당과 언론이 경쟁적으로 의원들의 연금 납부 실태를 조사했으렸다. 그 결과 민주당 의원들도 연금을 안 낸것이 드..

잘만났다! 우에노동물원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짜잔~ 동물의 왕국에선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이 친구, 맥! (저 사진, 내가 찍은거다) 영어로 Tapir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맥(貘).일본인들은 '바쿠'라 써놨다. 동물원에서 이 친구를 처음 보는 순간, 나는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조그맣게... 남들이 쳐다보면 안 되니깐... 속으로만, 몹시몹시 감동하면서, '일본은 대단한 나라야!'를 두어번 암송했다. 왜냐? 울나라 서울대공원에는 맥이 없다. 맥빠진 동물원 같으니... 그런데 우에노 동물원에는 맥이 있더라는 것이다! 맥 때문에 친일파가 되어가고 있으니. ▶포유류 기제목 맥과의 총칭. 1속 4종이 있다. - 말레이맥(Tapirus indicus : 말레이반도..

[2004, 일본] 해발 2000미터 위로 올라가다! 시라네 산과 오니오시다시

지난주말, 이너넷이 고장나서 ^^ 접속을 못 하고 있던 그때, 우리는 군마현의 쿠사츠라는 곳과 그 주변으로 여행을 갔었다. 아지님이 '군마에 가기로 했다'고 해서 거기 머가 있냐고 했더니 '화우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화우는, 일본 소다. 소고기... 우리한테 한우가 있는 것처럼 니혼진들에게는 화우가 있는데, 이게 엄청 비싸고 고급이다. (음냐리... 고기 좀 맘껏 먹었음 여한이 없겠다) 군마에 화우가 많이 나는데, 쇠고기를 먹는 코스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첨에, 나가노에 간다는줄 알고 엄청 좋아했다. '일본의 지붕'이라는 나가노 지방에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가노가 아니고, 쿠사츠 가는 길에 기차 내리는 곳이 '나가노하라'라는 곳이었다. 나가노와 나가노하라는 완전히 다른 곳..

[2004, 일본]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미즈모토 도립공원

4월 마지막 목요일은 '녹색의 날(みどりの日)'이라고 해서, 휴일이었어요. 도쿄에 와 있는 아지님 선배 가족과 같이, 북쪽의 미즈모토 도립공원에 놀러갔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어서,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을 정도. 도쿄의 이곳저곳 다 돌아보려면 멀었지만-- 여기가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집에서 카마타역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카마타에서 니시닛포리라는 곳까지 기차, 니시닛포리에서 가나마치라는 곳까지 지하철, 가나마치에서 공원까지 버스-- 멀기도 멀었고 교통비도 엄청나게 나왔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서 기분 잇빠이 만땅 이찌방 최고였습니다. ^^

요새 읽은 책들

제대로 독후감을 올리지 못하고, 대충 '기록 & 정리' 차원에서 목록(이랄 것도 없지만)만 쓰고 넘어가야겠다. 1. 일그러진 근대/박지향/푸른역사 2. 윤리21/가라타니 고진/사회평론 3. 어깨너머의 연인/유이카와 케이/신영미디어 작년에 씬지한테서 뜯어낸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소설, 특히 이런 류의 사랑얘기 읽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좀 어색하기도 하고, 무지무지하게 재미있기도 했다. 그런데... '싱글즈'하고 거의 똑같잖아. 싱글즈 원작소설이 일본 꺼라고 들었는데 혹시 이 책??? 4. 신화의 힘/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이끌리오 멋지다! 이런 것도 '원츄~~'라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재미났지롱. 5. 나의 미카엘/아모스 오즈/민음사 소설도 멋지고, 번역도 멋졌다. **님이 문학적인 글을 ..